중국 철강 수출 '허가제' 카드…국내 철강업계 숨통 트이나

중국 수출 관리 강화로 저가 물량 압박 완화 기대 감산·반덤핑 관세·K-스틸법 겹치며 업황 개선 가능성 주목

2025-12-16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중국 정부가 내년부터 자국 철강 수출에 허가제를 도입하기로 하면서 국내 철강업계가 그 파급 효과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글로벌 시장에서 중국산 철강 유입을 둘러싼 무역 갈등이 심화되는 가운데, 중국 당국이 수출 물량을 관리하는 방향으로 정책 기조를 전환하면서 국내 업계에도 일정 부분 완충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상무부는 내년 1월부터 약 300개 철강 품목을 수출 허가 관리 대상으로 포함하기로 했다. 해당 품목을 해외로 수출하려면 계약서와 품질 검사 증명서 등을 제출해 당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최근 급증한 철강 수출로 각국과의 마찰이 커지자, 행정적 관리 장치를 통해 수출 흐름을 조절하겠다는 취지로 해석된다.

중국의 철강 수출은 올해 들어 사상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1~11월 누계 수출량은 1억 톤을 넘어서며, 연간 기준으로는 과거 최고치였던 2015년 기록을 넘어설 것이 확실시된다. 이에 따라 미국과 유럽연합(EU)은 중국산 철강 관세를 50%로 상향했고, 캐나다는 25%의 추가 관세를 부과했다. 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도 반덤핑 관세로 대응에 나섰다.

한국 역시 중국산 후판과 열연강판에 대해 최대 30%가 넘는 반덤핑 관세를 적용하고 있으며, 도금강판과 컬러강판에 대해서도 덤핑 조사를 진행 중이다. 각국의 규제가 잇따르자 중국철강협회는 이번 수출 허가제가 글로벌 공급과 수요, 무역 균형을 고려한 조치라는 입장을 내놨다.

포스코가

중국 정부의 수출 관리 강화는 이미 예고된 감산 정책과 맞물리며 국내 철강업계의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중국은 올해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철강 공급 과잉 해소를 위한 구조조정을 언급했고, 이후 생산 설비 교체 시 생산능력 감축을 의무화하는 방안도 제시한 바 있다. 여기에 국내에서는 반덤핑 관세와 K-스틸법 통과까지 이어지며 업황 개선을 기대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실제로 주요 철강사의 실적 전망도 소폭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전망치는 2조 원을 웃돌며 전년 대비 증가가 예상되고, 현대제철 역시 전년보다 큰 폭의 개선이 전망되고 있다. 중국의 수출 허가제가 실질적인 물량 감소로 이어질 경우, 이러한 흐름에 추가적인 긍정 요인이 될 수 있다는 평가다.

다만 제도의 실효성에 대해서는 신중론도 존재한다. 수출 허가를 받는 과정이 상대적으로 수월할 수 있고, 수출세 부과와 같은 강력한 조치가 병행되지 않은 만큼 단기적인 영향은 제한적일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럼에도 중국 철강 수출이 정점을 지나 점진적인 감소 국면에 들어설 것이라는 전망은 국내 업계에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글로벌 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최근 중국 철강 수출이 이미 고점을 통과했으며, 보호무역 강화와 정책 관리로 인해 향후 수출 환경이 과거보다 훨씬 까다로워질 것으로 내다봤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수출 물량을 제도적으로 관리하기 시작했다는 점 자체가 과거와는 다른 신호”라며 “단기간 효과를 단정하기는 어렵지만, 저가 중심의 수출이 제약을 받게 되면 국내 철강 시장의 가격 질서가 일정 부분 회복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