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오션 상생안에 산업계 촉각…원·하청 성과급 기준 흔들리나

대통령이 언급한 첫 사례, 조선업 노사 관행 변화 신호 HD현대·삼성중공업 등 동종 업계 확산 가능성 부상

2025-12-16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한화오션이 사내 협력사(하청) 직원에게 원청 직원과 동일한 성과급 지급 비율을 적용하겠다고 밝히면서 조선업계를 넘어 산업계 전반으로 파장이 확산되고 있다. 원·하청 간 성과 보상 격차가 고질적 문제로 지적돼 온 가운데, 이번 조치가 새로운 기준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한화그룹은 사내 협력사 근로자에게 지급하는 성과급을 한화오션 정규직 직원과 동일한 비율로 맞추겠다고 공식 발표했다. 성과급 지급 기준을 원·하청 구분 없이 동일하게 적용하겠다는 의미다.

이번 상생안은 이재명 대통령의 발언을 통해 먼저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지난 11일 고용노동부 업무 보고 자리에서 한화오션의 사례를 언급하며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고, 이후 한화그룹이 구체적인 내용을 공개했다. 한화오션 측은 “회사의 경영 성과를 원·하청이 차별 없이 함께 공유하는 구조”라며 “조선업계에 새로운 상생 모델을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조선업계에서는 그동안 협력사 성과급이 원청 대비 크게 낮다는 비판이 반복돼 왔다. 한화오션 역시 대우조선해양 시절부터 동일한 문제를 겪어왔다. 실제로 지난해 한화오션 정규직 근로자의 성과급 지급률은 기본급의 150%였지만, 협력사는 75% 수준에 그쳤다. 이러한 처우 격차가 숙련 인력 이탈과 인력난으로 이어졌다는 지적도 제기돼 왔다.

한화오션

한화오션의 결정 이후 동종 업계로 확산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HD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동구의 김종훈 동구청장은 지난 12일 “HD현대중공업도 하청 노동자에게 정규직과 동일한 성과급을 지급해야 한다”고 공개적으로 요구했다. 거제상공회의소 역시 원·하청 간 처우 격차 해소의 전환점이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업계 내부에서는 기업별 여건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신중론도 만만치 않다. 조선업은 경기 변동성이 크고 비정규직 활용 비중이 높아 정규직 비율이 30~40% 수준에 그친다. 성과급 지급 규모도 업체마다 제각각이다. 지난해 HD현대중공업의 평균 성과급은 약 2700만원으로 알려져 한화오션과 규모 차이가 있으며, 삼성중공업은 성과급 지급을 중단했다가 2022년 상반기부터 재개한 상황이다.

특히 이재명 대통령이 한화오션의 결정을 두고 “바람직한 기업 문화”라고 공개적으로 평가하면서 기업들의 부담은 더 커졌다는 분석이다. 재계에서는 대통령 언급이 사실상 정책적 메시지로 해석될 수 있는 만큼, 다른 기업과 업종에도 일정한 압박으로 작용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조선업을 넘어 자동차, 철강 등 원·하청 구조가 유사한 산업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제기된다. 특히 내년 3월 시행 예정인 노란봉투법과 맞물리면서 원청의 사용자성 논란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원청이 하청 근로자의 성과급을 직접 보장할 경우, 교섭 구조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상생이라는 긍정적 평가와 함께 원청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로 볼 것인지에 대한 논의를 촉발하고 있다”며 “성과급 문제를 계기로 원·하청 간 교섭 구조 전반을 다시 정리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