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내년 주목 기업 50곳'…삼성전자는 들어가고 SK하이닉스는 빠진 까닭은?
단기 실적보다 ‘불황서도 역할 유지’ 여부 본 블룸버그 범용 DRAM 회복·포트폴리오 분산으로 삼성전자 포함 HBM 중심 구조의 SK하이닉스는 AI 투자 사이클 의존
[녹색경제신문=박한솔 기자]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가 16일 공개한 ‘2026년 주목할 기업 50곳(50 Companies to Watch in 2026)’ 명단에 한국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한 곳만 포함됐다. 같은 메모리 반도체 기업인 SK하이닉스는 이번 리스트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다.
이번 명단은 블룸버그 인텔리전스(Bloomberg Intelligence) 애널리스트들이 전 세계 수천 개 기업을 대상으로 산업 구조 변화, 실적 전망, 인공지능(AI) 확산, 관세 정책과 공급망 리스크 등을 종합적으로 분석해 선정한 것이다.
블룸버그는 당장의 실적이나 주가 흐름보다 산업 환경이 흔들릴 때에도 기업의 역할이 유지될 수 있는지를 기준으로 이 리스트를 구성했다고 설명했다.
삼성전자는 AI 서버 확산에 따른 메모리 수요 변화 속에서 범용 DRAM 시장의 회복 가능성이 반영돼 포함된 것으로 풀이된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수석연구위원)이 15일 발간한 「메모리 시장 점검: 기대에서 현실 점검으로(Memory Watch: From Euphoria to Reality Check)」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DRAM 현물가격 지표(DXI)가 상승세를 보이는 가운데, DDR4 등 범용 DRAM 가격도 빠르게 반등하고 있다.
보고서는 AI 밸류체인 전반에서 전력·건설 및 잉여현금흐름(FCF) 부담이 확대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AI 투자 확대가 반드시 안정적인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는 국면에서, 메모리 포트폴리오가 분산된 기업 구조가 실적 변동성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SK하이닉스는 HBM을 중심으로 AI 반도체 시장에서 빠르게 입지를 확대하며 주요 글로벌 고객사와의 공급 관계를 강화해 왔다. 다만 이 같은 사업 구조는 AI 서버 투자 규모와 속도에 대한 의존도가 높다는 특징을 지닌다.
이에 대해 임소정 유진투자증권 선임연구원은 17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레거시 메모리는 삼성전자가 생산량이나 가격 경쟁력 면에서 우위에 있는 반면, SK하이닉스는 HBM 경쟁력은 뛰어나지만 현재 관련 생산량이 높지는 않은 편”이라며 “이 같은 구조적 차이는 블룸버그가 제시한 워치리스트 기준을 해석하는 과정에서 하나의 참고 요소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리스트에서는 반도체 기업과 함께 전력·원자력·에너지 인프라 관련 기업의 비중도 상대적으로 높았다.
블룸버그 비즈니스위크는 워치리스트를 구성하는 과정에서 '필수 자원(vital resources)' 확보 경쟁과 AI 확산의 영향을 함께 고려했다고 밝혔다. 실제로 일부 에너지 기업 항목에서는 AI 연산을 담당하는 데이터센터 확산이 안정적인 전력 수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이 성장 동력으로 제시됐다.
업계에서는 이번 블룸버그 워치리스트를 개별 기업의 우열을 가리는 지표라기보다, AI 이후 글로벌 산업 구조 변화의 방향을 보여주는 참고 자료로 해석하고 있다. 삼성전자가 포함되고 SK하이닉스가 제외된 배경 역시 단기 실적이나 기술 경쟁력의 문제가 아니라, 각 기업이 AI 산업 사이클에서 차지하는 구조적 위치 차이를 반영한 결과라는 평가가 나온다.
박남규 서울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전략·국제경영 교수는 17일 〈녹색경제신문〉과의 통화에서 “현재 글로벌 반도체 기업 가운데 설계, 파운드리, 메모리를 동시에 수행할 수 있는 종합 반도체 기업(IDM)은 사실상 삼성전자가 유일하다”며 “AI 시대에는 범용 GPU 뿐 아니라 고객 맞춤형 ASIC(특화 반도체)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어, 고객 요구에 따라 설계와 제조를 함께 수행할 수 있는 역량이 더욱 중요한 경쟁 요소로 부각되고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이어 “향후 반도체 산업은 메모리와 로직(비메모리)이 분리되는 구조가 아니라 점점 융합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이 두 영역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기업이 산업 내에서 보다 지속적인 역할을 할 가능성이 크다는 점에서, 이번 블룸버그 워치리스트의 선정 기준을 이해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