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 SOC 입찰 줄줄이 난항…현대건설 등 대형사들이 선 긋는 이유는?
- 가덕도 신공항 철수·기부대양여 외면까지…“리스크는 민간, 통제는 공공” 구조에 피로감 - 공기·공사비·위험분담 불균형 누적, 철도·교통 인프라 유찰 반복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공공 주도의 대형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둘러싸고 대형 건설사들의 태도가 눈에 띄게 보수적으로 바뀌고 있다. 입찰 참여 자체를 꺼리거나, 참여하더라도 조건을 까다롭게 따지는 기조가 뚜렷해지면서 철도·교통 인프라를 중심으로 유찰이나 참여 저조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이 가덕도 신공항 건설 사업에서 철수한 사례를 상징적인 전환점으로 보고 있다. 단순한 개별 사업 포기가 아니라, 공공 주도 대형 사업 전반에 대한 리스크 인식이 구조적으로 변화했다는 신호라는 평가다. 실제로 현대건설뿐 아니라 주요 대형 건설사들 역시 신규 공공 SOC 사업 참여에 대해 이전보다 훨씬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기부대양여 방식의 사업에서도 그대로 드러난다. 기부대양여는 민간 사업자가 공공시설 설치나 이전 비용을 부담하는 대신 개발권을 부여받는 구조다. 그러나 최근 들어 기부 규모는 계속 확대되는 반면, 정작 개발권은 인허가 과정에서 축소되거나 조건이 재조정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사업 초기에는 수익성이 있는 구조로 제시되지만, 행정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공공의 요구가 추가되거나 조건이 변경되면서 리스크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는 설명이다. 공사비 증액이 쉽지 않은 상황에서 공기 지연 가능성까지 겹치면, 대형사일수록 손실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철도·교통 인프라 사업에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대규모 국책 사업임에도 불구하고 입찰 참여사가 없거나, 단독 응찰로 유찰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공사비 산정 방식, 위험 분담 구조, 공기 설정 등이 현실과 괴리돼 있다는 점을 주요 원인으로 꼽는다.
특히 최근에는 '공기, 공사비, 위험 분담 구조가 합리적이지 않으면 참여하지 않는다'는 인식이 대형 건설사들 사이에서 명확하게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과거처럼 수주 실적이나 외형 확대를 위해 무리하게 공공 사업에 뛰어드는 전략은 더 이상 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건설사 관계자는 “공공 SOC 사업은 민간에게는 비용과 책임이 집중되는 반면, 의사 결정과 통제 권한은 공공이 쥐고 있는 구조”라며 “리스크를 감내할 수 있는 최소한의 장치가 마련되지 않으면 대형사일수록 참여를 주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공공 SOC 사업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기 위해서는 발주 구조 전반에 대한 재점검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건설산업 전문가는 “지금의 입찰 난항은 건설사들의 ‘소극적 태도’ 문제가 아니라 제도와 구조의 문제”라며 “공사비 현실화, 공기 설정의 합리성, 위험 분담의 명확화 없이는 유찰과 철수 사례가 반복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