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가치평가부' 즉각 폐지냐, 단계적 축소냐...3년 공방 이달 결론
- 국토부 "감정평가법 위반" 판정...감정평가사協 "평가 규모 3년새 3배 확대" 주장 - 시중은행 중 유일 조직...위법성·비용전가·심사지연 두고 양측 주장 팽팽 - 금융위 TF, 즉각 폐지안·단계적 축소안·절충안 검토...결론 없이 마무리 우려도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시중은행 중 유일하게 자체 감정평가 조직 '가치평가부'를 운영하는 국민은행이 국토부 위법 판정에도 3년째 구체적 폐지 일정을 밝히지 않고 있는 가운데 이달 나올 금융당국의 최종 결정에 관심이 집중된다.
1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국민은행 관계자는 이날 "은행법과 감정평가법이 충돌하고 있다"며 "각 감독 기관 간 조율이 안 된 상황"이라고 했다.
국민은행은 가치평가부 존폐를 두고 세부 수준이나 단계적 축소 등은 아직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2022년부터 3년 연속 국정감사에서 관련 지적을 받았지만 '협의 중'만 반복해왔다.
논란은 국토부의 위법 판정과 한국감정평가사협회의 규모 확대 주장에서 촉발됐다. 국토부는 지난 9월 감정평가법 제5조 2항을 근거로 '금융기관이 대출 시 토지 등 감정평가를 할 때는 감정평가법인 등에 의뢰해야 한다'며 위법 판정을 내렸다.
법적 충돌은 2011년 7월 대법원이 '은행의 감정평가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할 수 없다'고 판결하면서 시작됐다.
은행들은 비용 절감을 위해 자체 감정에 나섰지만, 2016년 감정평가법 제정으로 금융기관의 의뢰 의무가 명시됐다. 그러나 금융감독원 시행세칙 제31조는 여전히 자체평가를 허용하고 있어 충돌이 계속됐다.
시중은행 5곳 중 감정평가사를 직접 고용해 담보 부동산을 자체 평가하는 전담 부서를 둔 곳은 국민은행뿐이다. 신한·하나·우리·농협은행은 100% 외부 감정평가법인에 의뢰한다.
협회는 보도자료를 내고 국민은행 가치평가부의 평가 규모가 2022년 26조원에서 2024년 75조원으로 2.88배 증가했다고 추산했다. 외부 감정평가법인 의뢰 건수는 2022년 2만6377건에서 2024년 상반기 8375건으로 줄었다.
협회 추산으로 가치평가부가 벌어들이는 수수료는 연 550억원이다. 업계 1위 감정평가법인(350억원)을 1.6배 넘어선 규모다.
이에 대해 국민은행 관계자는 "26조원에서 75조원으로 늘었다는 건 협회 측 주장"이라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연 550억원은 전체 감정평가시장(연 1조원)의 5.5%에 해당한다. 김용만 의원(더불어민주당)은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2022년, 2023년, 2024년 매년 지적했는데 개선이 없다"며 "결국 시간을 끌겠다는 것 아니냐"고 비판한 바 있다.
반면, 협회 관계자는 국민은행의 반박에 대해 "국민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자료를 근거로 보도자료를 배포했다"고 말했다.
협회가 국민은행 내부 자료를 자체 산출할 수는 없으며, 국민은행이 국회에 제출한 공식 자료를 근거로 했다는 설명이다.
국민은행이 주된 대상이 된 배경에 대해서는 "자체 감정평가 자체가 은행권 전체 이슈이긴 한데, 현실적으로 가치평가부를 운영하는 시중은행이 국민은행뿐"이라며 "국민은행이 주로 언급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양측은 위법성 논쟁, 비용 전가 가능성, 심사 지연 우려 등을 두고 팽팽히 맞서고 있다. 국토부는 감정평가법상 금융기관도 외부 의뢰 대상이라고 해석했지만, 금감원 시행세칙에는 자체평가 규정이 남아 있어 법적 해석이 엇갈린다.
외부 의뢰 시 비용 증가로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다는 우려에 대해서는, 2011년 대법원 판례가 비용 전가를 금지하고 있어 은행이 자체 비용으로 처리해야 한다는 반론이 나온다.
협회는 전국 1700여개 감정평가법인이 있고 디지털화된 평가 시스템을 갖췄다며, 심사 지연 우려는 과장됐다는 입장이다.
금융위는 이달 중 최종안을 확정할 예정이다. 금융위 태스크포스(TF)는 즉각 전면 폐지안, 단계적 축소안, 일부 외부 의뢰 병행안 등 3가지 시나리오를 검토 중이다.
지난 10월 금융위와 국민은행은 '개선 원칙'에 합의했지만, 구체적 일정은 정해지지 않았다. 다만, 3년째 '협의 중'이 반복되고 있어 이번에도 구체적 일정 없이 마무리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