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퍼 살짝 긁혀도 통째 교환"...손보업계, 제도개선 통해 차량 과잉수리 관행에 제동

- 지난해 범퍼 교환·수리비 1조3천억원 상회...전체 수리비 17% 달해 - '경미손상 수리기준'의 실효성 부족...법제화 등 제도적 보완 필요 - 손보업계, 소비자 부담 경감 위해 자동차보험 누수 요인 지속적 제거

2025-12-15     윤덕제 기자

 

[녹색경제신문 = 윤덕제 기자]가벼운 차량 접촉 사고에도 범퍼를 통째로 교환하는 관행이 보험료 인상 압력을 키우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자동차보험 손해율 급등으로 보험사들의 상황이 녹록지 않은 가운데 범퍼 교환보다 수리를 우선하는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분위기다.

15일 보험연구원의 '자동차보험 차량수리 관련 제도개선 방안'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국산차·수입차를 합친 범퍼 교환·수리비 규모는 1조3578억으로, 자동차보험 전체 수리비 7조8423억의 17%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손보사 한 관계자는 "연이은 보험료 인하 영향과 함께 지속적인 차량 수리비 상승이 자동차보험 손해율을 높이면서 보험료 상승 압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자동차보험 손해율 악화는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는 구조인 만큼 자동차 과잉수리 관행은 소비자의 경제적 부담을 가중시킬 수 있다"라고 말했다.

현재 국내 정비업계와 보험업계는 지난 2017년 '경미손상 수리기준'을 마련해 가벼운 손상은 수리 위주로 처리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하지만 현장에서 실제 수리·교환 여부는 정비업체 자율 판단에 맡겨져 있는 상황으로, 경미손상 수리기준이 적용된 비중은 4%에 불과했다.

이같은 경미손상 수리기준이 도입된 배경은 경미한 사고에도 불구하고 수리보다 부품을 교환하고 부품 수급으로 교환이 지연될 경우 대차료가 증가해 불필요한 보험금이 증가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따라서 경미손상 수리기준의 실효성을 높여 범퍼 교환 건수를 30% 줄일 경우 전체 수리비는 6.4% 감소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대차료·렌트비 등 간접손해 부분까지 감안하면 보험료 인상 압력에 대한 완화 효과는 더 커질 전망이다.

이번 보고서에서는 시간당 공임 문제도 지적됐다. 현재 보험정비 시간당 공임은 매년 보험업계와 정비업계가 협의해 결정하는데 의사결정 방식의 객관적 근거가 취약하기 때문이다. 보험회사와 개별 정비업계의 협상에서 결정되는 시간당 공임이 각 사의 이해관계에 따라 인상률을 제시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에 반해 미국이나 일본에서는 인플레이션 데이터, 소비자물가지수(CPI) 이외에도 정비업체의 인건비 상승, 부품비 및 설비비 및 자동차보험료에 대한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반영해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전용식 보험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경미사고로 인해 과도하게 부품을 교환함으로써 불필요한 금전적 손실 등의 사회적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는 법 개정 및 표준약관에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며 "경미손상 수리기준 법제화는 부품 교환에 따른 환경오염 문제도 완화할 수 있고 자원절약 등 ESG 경영에도 기여도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