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격 속도 내는 삼성 vs 방어선 쌓는 TSMC…내년 파운드리 ‘창과 방패’ 대결

삼성, AMD와 9년 만의 동맹 추진 ‘맹추격’ TSMC, 외주사 패키징 연합군으로 ‘철벽 방어’

2025-12-15     임채영 기자

[녹색경제신문 = 임채영 기자]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을 두고 삼성전자와 TSMC의 창과 방패 싸움이 치열해지고 있다. 삼성전자가 TSMC의 생산 병목을 틈타 9년 만에 AMD와의 재결합을 추진하며 추격에 속도를 내자, 수성(守城)에 나선 1위 TSMC는 후공정(패키징) 파트너사들과 연합 전선을 구축해 방어막을 높이며 맞불을 놓고 있다.

15일 관련 업계와 외신 보도를 종합하면, 삼성전자 파운드리사업부는 AMD의 차세대 AI칩을 자사 2나노 2세대(SF2P) 공정에서 생산하는 방안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아직 최종 계약이 확정된 단계는 아니지만, 업계에서는 ‘멀티프로젝트웨이퍼(MPW)’를 통한 테스트 칩 제작 논의가 오가는 등 협력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MPW는 본격적인 양산에 앞서 시제품을 만들어 성능과 수율을 검증하는 단계다. 만약 양사가 MPW 단계에 진입한다면, 이는 단순한 검토를 넘어 실질적인 기술 협력을 위한 첫 관문을 통과한 것으로 해석된다. 2016년 이후 끊겼던 양사의 인연이 9년 만에 복원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나오는 이유다.

이번 협력 추진에는 그룹 차원의 의지도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최근 미국 출장길에 오른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리사 수 AMD CEO와 회동을 가진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이번 AMD 수주에 성공할 경우, 2나노 공정의 기술적 안정성을 전 세계에 입증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TSMC의 가격 인상과 물량 부족에 지친 빅테크 기업들에게 확실한 ‘대안’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고 전했다.

삼성전자가 2나노 기술력을 앞세워 맹추격해오자, TSMC는 자신의 최대 약점인 ‘생산 병목(Shortage)’을 해소하기 위해 ‘동맹군’을 호출하며 철벽 방어에 나섰다.

대만 IT 전문 매체 디지타임스(Digitimes)에 따르면, TSMC는 내년부터 자사의 핵심 패키징 기술인 ‘CoWoS(Chip-on-Wafer-on-Substrate)’ 공정을 세분화해 외주를 대폭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디지타임스에 따르면 엔비디아 블랙웰 등 최첨단 AI 가속기에 들어가는 칩에 대한 패키징인 CoWoS-L의 경우, 하이엔드 패키징 기술인 만큼 TSMC가 직접 수행하는 방식으로 수익성과 기술보안을 유지한다.

반면, 상대적으로 범용 패키징인 CoWoS-S/R 은 기존 고객사이기도 한 ASE(실리콘웨어), 앰코(Amkor) 등 OSAT(후공정외주가공업체)에 대폭 물량을 넘기는 방식으로 병목현상을 극복하겠다는 복안이다.  

이를 통해 TSMC는 내년 말까지 자체 생산 능력(월 12.5만 장 예상)에 더해, OSAT 연합군을 통해 월 4만 장 규모의 추가 생산 능력을 확보하게 된다. 이는 경쟁사들이 따라올 수 없는 압도적인 ‘물량 장벽’을 세워, 고객사들이 다른 파운드리로 눈을 돌릴 틈을 주지 않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업계에서는 연초 파운드리 경쟁의 향배를 AMD 양산 수주(삼성)와 OSAT 품질 관리(TSMC)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 입장에서는 MPW 테스트 등을 통해 AMD가 요구하는 까다로운 성능과 수율 기준을 통과하고, 본 계약을 체결해 2나노 선단 공정의 안정화를 대내외에 입증해야 할 과제가 놓여 있고, TSMC는 OSAT 외주 물량의 QC(품질관리)를 챙겨야 할 숙제가 있다는 이야기다. 

반도체 업계 전문가는 “AMD가 삼성 공정 활용을 적극 검토하는 것만으로도 시장에 주는 시그널은 크다”며 “삼성이 기술력으로 9년 만의 귀환을 성공시킬 수 있을지, 아니면 TSMC가 생태계 확장으로 이를 막아낼지 내년이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