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희號 제일은행, 기업여신 늘렸지만...'깡통대출' 1년 새 2배 폭증
제일銀, 3분기 말 기업여신 15조4791억원... 전년比 7.74%↑ '기업금융 전문가' 이광희 행장 선임해 기업여신 확대 '드라이브' 건전성 관리는 '글쎄'...기업대출 NPL 55.49%·무수익여신 93.49% 증가 업계 "부실채권 상·매각 지연되거나 대규모 부실 발생했을 수 있어"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SC제일은행의 기업금융 건전성이 최근 1년 새 크게 후퇴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 부문의 부실채권이 55% 이상 늘었을 뿐 아니라 '깡통대출'로 불리는 무수익여신은 무려 2배 가까이 폭증했다. 기업금융 전문가로 꼽히는 이광희 은행장을 최고경영자(CEO)로 선임하고 여신 성장에 집중했으나 이에 따른 '반작용' 제어에도 어려움을 겪으면서 부실 역시 대폭 불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5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제일은행의 3분기 말 기업여신 잔액은 15조479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7.74% 증가한 수치다. 1년 새 기업대출 규모가 1조1000억원 이상 확대된 셈이다.
제일은행의 기업여신 성장세는 타 은행과 비교 시 한층 도드라진다. 같은 기간 5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의 기업여신 잔액 평균 증가율은 2.02% 수준이었다. 농협은행(6.64%)이 이들 은행 중에서는 가장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지만 제일은행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러나 제일은행은 기업대출 건전성 지표가 일제히 악화하는 등 여신을 늘린 '역풍' 또한 고스란히 맞고 있다. 대출 잔액이 증가하면 그로 인해 부실도 덩달아 증가하는 경향이 있는데 제일은행도 이를 피하지 못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일은행의 기업대출 고정이하여신(NPL) 잔액은 지난해 3분기 말 856억원에서 올 3분기 말 1331억원으로 55.49% 늘었다. NPL은 차주의 상환 능력이 저하돼 정상적인 이자 수취가 어려운 부실대출로, 통상 연체 기간이 3개월 이상이거나 차주의 부도 및 회생절차 개시 등으로 원리금 회수가 불확실한 여신이 이에 해당한다.
특히 제일은행은 기업대출 무수익여신이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3분기 말 기준 제일은행의 기업대출 무수익여신 잔액은 113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93.49% 늘었다. 무수익여신은 대출을 내주고도 이자조차 받지 못해 '깡통대출'이라 불리는 부실채권으로, 회수 가능성이 현저히 적다는 점에서 NPL보다도 악성으로 분류된다. 즉, 제일은행 입장에서는 1년 만에 악성 부실채권이 2배 가까이 불어났다는 뜻이다.
이처럼 기업금융 전반의 부실이 급격히 확대되면서 제일은행의 전체 기업여신에서 부실채권이 차지하는 비중도 눈에 띄게 높아졌다. 제일은행의 기업대출 NPL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0.60%에서 올 3분기 말 0.86%로 0.26%포인트(p) 상승했으며, 기업대출 무수익여신 비율은 0.41%에서 0.73%로 0.32%p 올랐다. 같은 기간 5대 은행의 기업대출 NPL 비율 및 무수익여신 비율 평균 증가율이 각각 0.03%p와 0.04%p에 머무른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보통 은행들은 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해 부실채권 상·매각 등을 진행한다"며 "제일은행의 경우, 기업여신 공격적으로 늘리는 와중에 어떤 이유에서든 부실채권 상·매각이 지연되면서 건전성 지표가 빠른 속도로 악화하지 않았을까 싶다"고 전했다. 이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에서 거액의 부실이 일시적으로 터졌을 가능성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제일은행의 기업금융 성적표에 대해 업계는 '절반의 성공'이라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여신 확대만큼이나 중요한 건전성 관리에서는 부족함을 보이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앞서 제일은행은 전임 CEO인 박종복 은행장 체제에서 약 10년에 걸쳐 소매금융(리테일) 중심의 사업 구조를 유지해 왔으나 지난 1월 새 수장으로 이광희 현 행장을 선임하며 전략 변화에 나선 바 있다. 이 행장은 메릴린치 인터내셔널 기업금융부 상무, USB증권 서울지점 기업금융부 전무, SC제일은행 글로벌기업금융부 부행장보·기업금융그룹장 등을 역임한 기업금융 전문가다.
또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건전성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제일은행이) 지금처럼 기업여신을 적극적으로 확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며 "경기침체 등으로 기업대출을 포함한 은행권 여신 전반의 부실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제일은행으로서는 건전성 관리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녹색경제신문>은 제일은행에 건전성 악화 원인과 개선 방안 등을 문의했으나 답변을 받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