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금 5% 확대 논의 속 우량주 탈코스닥…"정책 효과 반감" 경고

정부, 연기금 코스닥 투자 비중 3%→5% 상향 논의 중 코스닥 시총 1위, 2위 코스피 이전 가능성…정책 효과 약화 우려 전문가 "연기금은 우량주 중심 편입…대형주 이탈 시 수급에 악영향"

2025-12-12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정부가 최근 코스닥 활성화 정책의 일환으로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기존 3%에서 5%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코스닥 시가총액 상위 1, 2위 기업들이 잇따라 유가증권시장으로 이전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에 정책 효과가 반감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코스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높아 연기금 비중 확대가 시장 안정성과 유동성 개선의 핵심 수단으로 거론돼 왔다. 이에 따라 업계에서는 코스닥을 대표하는 바이오·2차전지 대형주의 이탈이 기관 자금 유입 흐름에도 변수를 가져올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12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닥 지수는 정부의 시장 활성화 기대감에 투자심리가 개선되면서 최근 연중 최고치를 잇달아 경신했다. 전일(11일)에는 장중 943.19까지 오르며, 2023년 7월 26일 이후 약 2년여만에 최고치를 기록한 바 있다. 

증권가에서는 정부 정책이 모멘텀으로 작용하면서 코스닥이 '천스닥(코스피 지수 1000)' 달성 가능성을 열어놨다는 평가가 나온다. 김종영 NH투자증권 연구원은 "2026년 코스닥 영업이익이 성장하는 가운데, 정부 주도 모태펀드 자금이 벤처펀드 등으로 유입되고 국민성장펀드 투자도 집행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코스닥 시가총액이 약 100조원 증가한다면, 코스닥 지수는 1100포인트에 도달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지수 흐름과 달리 코스닥 대표 기업들이 '탈(脫)코스닥'을 공식화하거나 이전 상장을 검토하면서 시장 내 불안 요인이 커지고 있다.

코스닥 시가총액 1위이자 대표 바이오주인 알테오젠은 최근 유가증권시장으로의 이전 상장을 본격적으로 추진한다고 밝혔다. 이르면 내년 1분기 중 코스피로 이동할 전망이다. 알테오젠의 시가총액은 약 23조원 규모로 코스닥 전체 시총(약 500조)의 약 5%를 차지하는 대형주다.

코스닥 시가총액 2위 기업인 에코프로비엠(대표 2차전지주)도 다시 이전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에코프로비엠은 지난해 3월 코스피 이전을 시도했으나 업황 부진과 실적 부담을 이유로 올해 2월 철회했다. 현재 업황 정상화 기대가 커지면서 이전 상장을 다시 검토 중이다. 에코프로비엠 시가총액은 약 17조원으로 코스닥의 약 3%를 차지한다.

이번 이슈가 주목받는 이유는 정부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논의 중인 연기금 비중 확대 정책과 직접 맞물리기 때문이다. 정부는 코스닥 시장의 체질 개선과 수급 안정화를 위해 연기금의 코스닥 투자 비중을 기존 3%에서 5%로 확대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다.

코스닥은 개인투자자 비중이 80~90%에 달해 기관 수급이 조금만 늘어도 시장 체력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여서, 연기금 자금은 안정성 제고의 핵심 축으로 평가된다.

그러나 연기금은 대형주·우량주 중심으로 편입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는 만큼, 알테오젠·에코프로비엠 같은 대표 기업이 이탈하면 투자 대상이 줄어들어 정책 효과가 약화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코스닥 내 바이오 업종 비중이 크고, 적자 기업이 많은 가운데 알테오젠처럼 흑자를 내는 대형 바이오주는 연기금의 우선 투자 대상이 될 가능성이 높다. 실제로 최근 1년(2024년 12월 11일~2025년 12월 11일) 동안 연기금이 코스닥에서 가장 많이 순매수한 종목은 알테오젠(1239억원)이 1위다. 이런 상황에서 알테오젠의 코스피 이전은 코스닥 시장에서 연기금 등의 비중 확대를 기대하기 어려운 요소로 거론된다.

김준석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스닥 시총 상위 기업이 이전 상장할 경우 지수와 수급에 단기적으로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며 "연기금은 대형주·우량주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경향이 있어, 시총 상위 기업이 빠지면 실제 투자 배분에 어려움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한 증권사 시황 연구원도 "기관은 대형주·우량주 중심으로 비중을 확대하는 특성이 있어 알테오젠·에코프로비엠 같은 핵심 종목이 이탈하면 연기금이 투자할 만한 ‘대형주 그릇’이 줄어들게 된다"며 "연기금이 코스닥의 5%를 채운다 해도 실제 배분은 특정 대형종목에 집중되는 구조이기 때문에 해당 종목의 이탈은 자금 유입 축소로 이어질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