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팩트체크] 완전자본잠식 상태의 더블랙레이블, ‘기업가치 1조’ 투자유치 주장 맞나

완전자본잠식 상태, 재무제표가 보여주는 현실 ‘기업가치 1조원’, 검증된 평가 아닌 가정치 흥행 콘텐츠와 회사 수익구조는 별개의 문제 영업이익 없는 기업에 PER 적용한 밸류 IPO 기대와 다른 투자 회수 구조 회사에 보낸 주요 질의, 답변은 없었다 숫자로 보면 ‘검증된 가치’라기보다 ‘연장된 기대’

2025-12-11     한순구 기자
정경인

 

[녹색경제신문 = 한순구,김지문 기자]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이후 더블랙레이블(The Black Label)이 기업가치 1조원을 전제로 한 투자유치에 나섰다는 보도가 나왔다. 보도에는 ‘유니콘’ ‘상장 가속’이라는 표현이 등장했지만, 감사보고서와 투자 구조를 확인해본 결과 회사의 재무 현실과는 상당한 온도 차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완전자본잠식 상태, 재무제표가 보여주는 현실

더블랙레이블의 2024년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회사는 매출 423억원을 기록했으나 영업손실 172억원, 당기순손실 166억원을 냈다. 누적 적자로 인해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상태로, 완전자본잠식이 지속되고 있다. 회사는 2018년 이후 7년 연속 적자를 기록 중이며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연간 –219억원으로 자금 유출 구조가 이어지고 있다.

 

‘기업가치 1조원’, 검증된 평가 아닌 가정치

보도에서 언급된 기업가치 1조원은 금융당국이나 외부 평가기관이 산정한 공식 가치가 아니다. 확인 결과 이는 투자유치를 전제로 한 텀시트 협상 과정에서 제시된 포스트머니 기준 가정치에 불과하다. 금융권에서는 “사적 계약 단계에서 설정된 숫자를 두고 기업의 실질 가치로 해석하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흥행 콘텐츠와 회사 수익구조는 별개의 문제

‘케이팝 데몬 헌터스’의 흥행 자체는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다만 감사보고서상 수치로는 해당 성과가 회사 전반의 수익 구조를 바꿨다고 볼 만한 변화는 확인되지 않는다. 회계업계에서는 “콘텐츠 단위 성과가 곧바로 회사 전체 실적에 반영되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라이선스 수익이나 정산 구조를 봐야 판단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영업이익 없는 기업에 PER 적용한 밸류

이번 투자유치 과정에서 상장 엔터테인먼트 기업 평균 PER을 적용했다는 설명도 나왔다. 그러나 PER은 이익을 전제로 한 지표다. 더블랙레이블은 최근 수년간 영업이익이 발생하지 않았다. 회계 전문가들은 “이익이 없는 기업에 PER을 적용하는 것은 미래 가정에 전적으로 의존한 방식”이라고 설명한다.

 

IPO 기대와 다른 투자 회수 구조

투자유치가 상장으로 직결될 것이라는 해석도 나오지만, 투자 구조를 보면 회수 전략은 IPO보다 일정 기간 이후 구주 거래에 무게가 실려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실적을 쌓아 공모시장에 들어가는 전형적인 상장 시나리오와는 다르다”고 말했다.

 

회사에 보낸 주요 질의, 답변은 없었다

본지는 ▲기업가치 1조원 산정이 어떤 평가기관을 통해 검증된 것인지 ▲영업이익이 없는 상태에서 PER을 어떤 기준으로 적용했는지 ▲‘케이팝 데몬 헌터스’ 흥행 성과가 언제부터 매출에 반영될 것으로 보는지 ▲아직 재무제표에 반영되지 않은 실적이 있는지 등을 더블랙레이블 측에 질의했다. 해당 질의는 이메일로 전달됐고 사무실 대표전화로도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다.

그러나 취재 시점까지 더블랙레이블로부터 공식적인 답변은 없었다. 사무실 대표전화 꺼져있다.

 

숫자로 보면 ‘검증된 가치’라기보다 ‘연장된 기대’

감사보고서와 투자 구조를 종합하면, 이번 투자유치는 실적 개선을 통해 기업가치를 검증받는 단계라기보다 사적 시장에서 설정한 가치를 유지·연장하려는 성격이 강하다. 완전자본잠식 상태에서 제시된 기업가치 1조원은 결과가 아니라 가정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투자업계 관계자는 “투자유치 자체와 기업의 재무 건전성은 별개의 문제”라며 “숫자가 실적으로 따라붙을 수 있을지는 앞으로 공개될 재무제표가 말해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