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진쎄미켐, SK하이닉스와 EUV PR 국산화 맞손…'삼성 편중' 벗어날까

총 매출 60% 삼성전자향, SK하이닉스는 12% 수준 日 장악한 시장서 품질 및 시장경쟁 우위 점할지 촉각

2025-12-10     김지윤 기자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국내 반도체 주요 소재업체인 동진쎄미켐이 SK하이닉스와의 협업을 확대하며 그동안 삼성전자에 집중돼 있던 매출 구조 다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다만, 협력 초기 단계인데다 SK하이닉스 관계사인 SK머티리얼즈 역시 유사한 제품을 개발하고 있어 양산 페이즈에 선진입해 공급망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지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10일 반도체 업계 등에 따르면 동진쎄미켐은 SK하이닉스와 고성능 EUV PR(극자외선 노광용 포토레지스트) 국산화 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UV(극자외선) 공정은 기존 공정보다 훨씬 짧은 파장의 광원을 활용해 회로 집적도를 획기적으로 높이는 선단 공정으로, 초미세 회로 노광을 위해서는 PR의 품질이 절대적이다. 

SK하이닉스는 2021년 10나노급 4세대 D램부터 EUV 공정을 도입, 올해 양산용 High NA EUV 장비를 도입하는 등 AI 메모리 선단 공정 투자를 확대하고 있다. 이와 관련, PR은 그동안 JSR이나 TOK(TOKYO OHKA KOGYO, 동경응화공업) 등 일본 케미칼 기업들이 사실상 독점시장을 구축한 영역이었지만 동진쎄미켐과의 협력을 통해 기존 제품 이상의 성능을 확보한 제품을 양산하는 게 목표다.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동진쎄미켐은 SK하이닉스가 수년 전부터 진행한 소부장 국산화의 일환에 따라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EUV PR 국산화 관련 프로젝트에 착수, 현재 SK하이닉스 측과 낮은 단계의 협력을 이어가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초기 단계라 양산 페이즈 진입까지는 시일이 걸릴 수 있다는 관측이다. 

동진쎄미켐이 SK하이닉스와 차세대 PR 제품 개발 협력을 이어가면서 업계에서는 SK하이닉스와 HBM 및 D램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삼성전자향 매출 의존도를 완화활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올해 3분기 기준 동진쎄미켐의 삼성전자향 매출 비중은 약 59%(5201억원)에 달한다. PR, WET 케미칼 등 반도체 뿐 아니라 유기절연막, 디스플레이용 WET 케미칼 등 디스플레이 소재의 주요 고객사로서 삼성전자향 매출은 그간 동진쎄미켐의 기둥 역할을 해왔다. 반면 SK하이닉스향 매출비중은 12% 수준(1101억원)으로 총 매출 대비 비중이 낮다. 

하지만 SK하이닉스가 EUV(극자외선) 공정 확대에 맞춰 핵심 소재 국산화를 적극적으로 추진하면서, 동진쎄미켐이 삼성전자에 편중된 매출 포트폴리오를 확대하고, AI 반도체 케미컬 시장에서 존재감을 확대할 수 있는 호기를 잡았다는 분석이다. 

2019년 일본 정부가 포토레지스트를 포함한 핵심 소재 수출을 제한하면서 한국 반도체 공급망에 직접적인 타격을 줬고, 이때부터 국내 산업계는 본격적으로 PR 국산화에 착수했다. 그간 동진쎄미켐은 이 분야에서 가장 선도적인 업체 중 하나로 평가돼 왔다.

출처=동진쎄미켐

다만 일본산과 동급 성능의 PR을 양산하는 데에는 기술적 난제가 산적해 있다. EUV용 PR은 감도, 해상도, 라인 엣지 러프니스(LER), 잔사 문제 등 다양한 변수를 극도로 정밀하게 제어해야 하며, 순도는 ppb(불순물 함량이 10억분의 1) 단위까지 관리돼야 한다. 기초 화학이 국내 대비 앞서는 일본 케미컬사의 경우 ppb를 잡는 기술 역시 국내사 대비 월등한 걸로 평가된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일부 저사양 PR은 양산했지만, EUV 핵심 공정에 투입 가능한 제품은 기술 장벽이 매우 높다”며 “동진이 속도를 내고 있으나 실제 양산 가능 시점을 단정하긴 어렵다”고 설명했다. 

한편 SK하이닉스는 특정 업체에만 개발을 맡긴 구조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동진쎄미켐만 콕 집어 협업 중이라는 의미는 아니”라며 “소재·장비 국산화 연구는 여러 협력업체들과 병렬식으로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양산 개발까지 걸리는 시일과 R&D 비용 투자에 대한 부담과 별개로 국내 바운더리 안에서의 경쟁 역시 동진쎄미켐이 넘어야 할 허들이다. 

대표적인 후보 업체로 같은 SK그룹 계열사인 SK머티리얼즈가 있다. SK머티리얼즈 관계자는 이에 대해 “EUV용 PR 개발 단계에 대해 구체적으로 밝힐 수 없다”고 했지만, 이미 EUV PR 개발에 착수, SK하이닉스 라인에서 테스트를 하고 있는 단계로 파악된다. SK머티리얼즈의 주력 제품은 식각, 세정, 증착 특수가스와 wet 케미컬이다. 

이와 관련 동진쎄미켐 관계자는 "EUV PR 관련한 최초의 보도는 자사에서 밝힌 게 아니라 고객사 측에서 공개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해당 개발건에 대해서는 내부 기밀이므로 구체적으로 확인해 주기 힘들다"고 즉답을 피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