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상장 추진 SK하이닉스, 모델은 TSMC, ASML · 타깃은 마이크론
피어그룹 마이크론 대비 여전히 PBR 낮아 내부적으로는 선 상장한 TSMC 사례 검토
[녹색경제신문 = 조영갑기자] SK하이닉스가 ADR(미국 예탁주식증서) 발행 방식을 통한 미국 상장 검토에 돌입, 경쟁사 대비 저평가돼 있는 기업가치를 단숨에 끌어올릴 수 있을지 이목이 쏠린다. 이미 ADR 방식으로 나스닥에 상장돼 있는 TSMC, ASML 모델이 벤치마크 대상이 될 거라는 분석이 나온다.
10일 SK하이닉스 측에 따르면 ADR 발행안은 현재 내부 검토 중으로, 글로벌 반도체 섹터 톱티어 플레이어인 대만 TSMC와 네덜란드 ASML 사례 등이 '케이스 스터디' 대상에 포함됐다. 해당 기업들이 자국 상장을 유지하면서 ADR 발행을 통해 밸류에이션을 대폭 끌어올린 사례가 있는 만큼 SK하이닉스 역시 이들의 트랙을 뒤따를 가능성이 크다는 이야기다.
반도체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현재 SK하이닉스는 내부적으로 관련 검토팀을 구성하고 미국 증시 상장을 위한 ADR 발행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발행 시기를 확정한 것은 아니고 해외 선례를 참조하면서 발행 이후 피어그룹의 행보를 다각도로 분석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ADR이란 특정 국가의 상장기업이 미국 증시에도 자사의 주식을 거래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장치다. 해외 예탁기관(Despositary)과 예탁계약을 맺고, DR(Depositary Receipts)을 발행하면, 이를 인수한 해외 투자자는 원주에 대한 소유권을 인정받는 제도다. 미국 시장에서 발행하는 것을 ADR, 유럽 시장은 EDR, 복수의 시장 동시발행은 GDR(Global Depositary Receipts)이라고 한다.
현지 기관 투자자들이 달러화로 예탁주식을 바로 매수할 수 있어 국내증시 대비 접근도가 용이하고, 펀드 뭉칫돈 등 패시브자금(수동투자자금)의 유입을 유도할 수 있다. 삼성전자 대비 열세인 기업 인지도 상승에도 효과적이다. AI GPU 시장의 톱티어 HBM 메이커로서 브랜드를 다지고, 결과적으로 장기적 밸류에이션 상승에도 도움이 된다.
SK하이닉스가 ADR 발행을 검토하고 있는 배경에는 마이크론 등 피어그룹 대비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밸류에 대한 고심이 깔려 있다. 지난달 일부 증권사에서 나온 제언 역시 내부 논의를 촉발한 걸로 보인다.
메리츠증권은 지난달 리포트를 통해 "외국인 지분율이 50%를 상회하지만, 대부분 변동성이 낮은 초장기 액티브 자금"이라면서 "제한적 외인 지분 확대 추세, 미국 반도체 중심 주도주 재평가, 글로벌 테크의 전략적 지분 스왑 등을 고려할 때 배당 확대보다 추가적 자사주 매입과 이를 통한 ADR 원주 예탁 활용에 주목한다"고 제안했다.
그러면서 HBM 시장에서 경쟁사 혹은 팔로어로 분류되는 마이크론(Micron Technology) 대비 저평가된 PBR(주가순자산비율)에 주목했다. 마이크론의 PBR은 2023년 8월 기준 2.26에서 지난해 8월 4.00, 올해 8월 4.91배로 지속적으로 높아지고 있다. HBM 캐파 투자 등의 성장성이 반영됐다는 의미다.
반면, SK하이닉스의 PBR은 지난해 말 기준 1.62에서 올해 말 3.51배(예측치) 수준으로 추산된다. 시가총액은 마이크론이 2841억 달러(한화 약 418조원), SK하이닉스가 424조원 가량이다. 최근 기업가치는 크게 치솟았지만, AI GPU 섹터 내에서 HBM 시장 지배력과 기술력, 고 배당성향 등을 고려할 때 여전히 저평가돼 있다는 내부평가가 지배적이라는 전언이다.
SK하이닉스는 이미 ADR이 미국 증시에 상장돼 있는 TSMC와 ASML(Holdings)의 사례를 주의 깊게 분석하고 있는 걸로 알려졌다. TSMC는 뉴욕증권거래소(NYSE)에 1997년, ASML은 1995년에 나스닥에 ADR 발행 방식으로 상장했다. 이후 현지 주요 펀드 등 패시브 자금과 액티브 자금이 동시에 몰리면서 미국 주요 기관 투자자들의 인기 종목으로 떠올랐다.
TSMC ADR의 경우 부침이 있었지만 2010년 대 초기 10달러 이하의 가격을 형성하다가 최근 AI GPU 섹터 내에서 패키징 수요가 폭증하면서 311달러를 찍는 등 고점을 갱신하고 있다. 시가총액은 1조 5736억 달러(한화 약 2314조원)으로, 2010년 대비 약 30배 몸값이 뛰었다.
ASML 역시 마찬가지의 궤적이다. 올해 초 AI 거품론으로 인해 주당 42달러 수준을 기록했지만, IDM들의 선단 공정 투자가 본격화되며 노광기 수요가 증가, 최근 1111달러 수준으로 반등했다. 2010년 대비 약 44배 가량 몸값이 뛰었다.
다만, ADR 발행까지는 현지 예탁기관 계약, 나스닥 혹은 뉴욕증권거래소 증선위 등의 심사 기간 등 최소 수 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내년 초 이사회 의결을 거쳐 ADR 발행을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최종 상장까지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된다. 이르면 2분기 가량이 점쳐진다.
이와 관련 SK하이닉스 관계자는 "최종 확정 단계라고 말하기에는 무리가 있으며, 현재 내부적으로 ADR 관련한 사례를 검토하면서 스터디하고 있는 차원"이라면서 "주주가치제고 및 주주환원의 일환이라고 보면 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