범죄 의심 계좌, 수사 전에 정지한다…FIU, 가상자산 자금세탁 차단 제도 추진
- FIU, 범죄의심계좌 정지제도 도입 추진…5월 후이원·11월 마스크엑스 차단에 이어 강도 높인 대응 - 5일 업계 협의회서 STR 제출·분석·수사 연계 체계 가동…외부 지갑·피해자 명의 악용 수법 차단 - "자금세탁 기법 첨단화, 글로벌 공조 강화 필요"…해외 거래소 거래 제한·정지제도 정비 계획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동남아 초국경 범죄에 악용되는 가상자산 계좌를 선제 차단하기 위해 '범죄의심계좌 정지제도' 도입을 추진한다. 거래소가 의심 계좌를 발굴해 FIU에 의심거래보고서(STR)로 제출하면 FIU가 이를 분석해 수사기관에 제공해 자금몰수까지 연계하는 체계다.
금융위원회는 8일 캄보디아 등 동남아 접경지역 범죄조직이 가상자산거래소를 통해 범죄자금을 유통·은닉해 온 정황이 포착됨에 따라 올해 들어 대응 수위를 높여 왔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지난 5월 후이원 거래소의 가상자산 입출고를 차단한 데 이어 11월 마스크엑스·신비개런티 거래를 추가로 차단했고, 정부는 이달 1일 프린스그룹·후이원그룹 등 동남아 범죄 연루 개인 15명과 단체 132개를 독자 제재 대상으로 지정했다.
이에 앞서 FIU와 가상자산업계는 지난 5일 정부서울청사에서 '초국경 범죄 연루 의심 가상자산거래 분석 및 대응' 협의회를 열고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윤영은 FIU 제도운영기획관 주재로 열린 회의에는 가상자산검사과장·제도운영과장을 비롯해 업비트·빗썸·코인원·코빗·고팍스 등 주요 거래소 자금세탁방지(AML) 담당자와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 관계자가 참석했다. 참석자들은 범죄에 악용된 것으로 추정되는 계좌를 정밀 분석해 범죄 단서와 함께 FIU에 STR로 제출하기로 했으며, FIU는 보고된 거래를 분석해 검찰·경찰 등 법집행기관에 제공해 수사와 자금몰수에 활용할 방침이다. 동남아 범죄자금과 연루된 것으로 의심되는 고객에 대해서는 자금 출처와 거래 목적을 추가로 확인하고 소명이 부족할 경우 거래를 제한해 범죄자금의 국내 유출입을 차단하기로 했다.
동남아 접경지역 범죄조직은 실명 확인이 어려운 외부 가상자산 지갑을 여러 개 활용해 자금 흐름을 쪼개거나, 납치·유인한 피해자 명의로 가상자산 계정을 만들어 자금을 옮기는 방식으로 자금세탁을 시도해 온 것으로 파악됐다. FIU와 거래소들은 이런 수법이 의심되는 거래에 대해 STR 제출을 강화하고 계좌 거래를 제한해 초국경 범죄자금이 국내를 경유하는 통로를 차단한다는 방침이다.
윤영은 제도운영기획관은 회의에서 가상자산을 활용한 자금세탁 기법이 첨단화되고 다양하게 진화하고 있어 국내 가상자산업계가 자체 모니터링 역량을 높이는 것은 물론 글로벌 자금세탁방지(AML) 공조체계를 통해 국경을 초월한 가상자산 악용 범죄에 대응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FIU도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와 해외 금융당국 등과 협력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업계와 지속 소통하며 지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FIU는 앞으로도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행위에 단호히 대응하고, 법집행기관의 범죄자금 추적·동결·몰수가 신속히 이뤄지도록 자체 분석 역량을 확대할 계획이다. 또 자금세탁 위험이 높은 해외 가상자산 거래소와의 거래를 제한하는 등 국경 간 가상자산 거래 규제를 강화하고, 수사 중 범죄 계좌 자금이 빠져나가지 않도록 '범죄의심계좌 정지제도'를 도입해 자금세탁방지 제도를 정비해 나가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