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천만명 개인정보 털렸는데... 쿠팡 배상보험 한도 '단돈' 10억원

기업 대부분 법정 최소금액만 가입... 보험업계 "최소 기준 상향해야" 보험 가입률도 2~8% 수준 그쳐... 가입건수 불과 약 7000건 미가입 과태료 처분은 '제로(0)'... 개보위 "의무보험 가입대상 파악 어려워"

2025-12-08     이준성 기자
쿠팡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대규모 고객 계정 유출 사고로 물의를 빚고 있는 쿠팡 등 대기업이 피해자를 구제하는 '개인정보유출 배상보험'은 법정 최소 금액으로만 가입해 온 것으로 확인됐다. 이에 따라 매출액이 높고 정보주체 수가 많은 기업의 최소 보험 가입금액을 현행 10억원에서 1000억원 수준으로 상향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8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쿠팡은 현재 메리츠화재의 개인정보유출 배상보험에 가입돼 있다. 

문제는 보장 한도가 10억원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이는 이번 사고에서 쿠팡의 배상 책임이 인정되더라도 보험을 통해 보상받을 수 있는 최대 금액이 단 10억원에 그친다는 뜻이다. 

쿠팡은 현재 메리츠화재에 보험 사고 신고를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 업계에서는 이번 사고로 유출된 고객 계정이 3370만개에 달하는 만큼, 역대 최대 규모의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손해배상 소송이 진행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내놓고 있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사고 규모를 감안하면 10억원으로는 사실상 보상이 거의 불가능해 보인다"며 "보험 접수 여부 자체가 큰 의미가 없는 상황이라고도 할 수 있다"고 전했다.

2300만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가 발생한 SK텔레콤(이하 SKT) 역시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현대해상의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에 가입했지만 보장 한도는 쿠팡과 마찬가지로 10억원이다. 

기존 보험의 보장 한도·범위를 보완하기 위해 지난 10월 말 1000억원까지 보장 가능한 '사이버 보험'에 추가 가입했다는 게 SKT의 설명이다. 그러나 보험업계에 따르면 해당 보험의 경우 정보 유출 사고 이후에 가입한 계약이라, 이번 사고와 관련한 보상은 적용되지 않는다.

현행 개인정보보호법은 개인정보 유출 시 기업이 손해배상을 하도록 하고, 이에 대비해 관련 보험에 의무 가입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가입 대상은 전년도 매출액 10억원 이상, 정보주체 수가 1만명 이상인 곳이다. 최소 가입 한도는 기업 규모에 따라 차등화된다.

그러나 보험업계는 현행법상 최소 가입 한도가 너무 낮게 설정돼 있어 실질적인 배상 여력이 떨어진다는 점을 지적한다. 예를 들어, 정보주체 100만명 이상·매출 800억원 초과 구간의 대기업조차도 보험 최소 가입 한도는 10억원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정보 유출 사고 발생 시 피해자가 수십만~수천만명에 달할 만큼 심각성이 커지는 현실을 고려하면 총 10억원의 보험금은 피해자에게 충분한 배상을 하기에 매우 부족한 수준"이라며 "제한된 보험 한도로 인해 유출 사고 기업이 배상을 회피하거나 지연하는 부작용도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 같은 이유로 손해보험협회 등 손보업계는 대규모 정보 보유 기업에 대한 최소 보험가입금액 상향 필요성을 조만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 등에 건의한다는 방침이다. 일례로, 정보주체 수 1000만명 이상 또는 매출액 10조원 초과 기업의 최소 가입 한도를 1000억원 수준으로 올려야 한다는 것이다. 

아울러 손보업계는 보험 미가입 기업에 대한 과태료 부과 등 적극 행정 또한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개인정보보호법은 의무보험에 가입하지 않을 시에는 시정조치 명령을 내리고, 이를 따르지 않으면 3000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부과하도록 하고 있다.

그러나 개보위가 실제로 과태료를 처분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무보험 가입 대상 파악이 어렵다는 점 등이 이유로 거론된다.

한편, 올 상반기 말 기준 개인정보유출 배상책임보험을 취급하는 15개 손해보험사(메리츠·한화·롯데·예별·흥국·삼성·현대·KB·DB·서울보증·AIG·라이나·농협·신한EZ·하나)의 가입 건수는 약 7000건이다. 개보위가 보험 가입 대상 기업을 약 8만3000개에서 38만개로 추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가입률은 약 2~8% 수준에 그칠 것으로 추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