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쫓다 자충수 빠진 싼타페…새 ‘국민 SUV’ 왕관은 쏘렌토에

싼타페 판매 부진, 연 20만대 규모 중형 SUV 시장 쏘렌토의 몫 코로나 기간 캠핑 마니아 설정한 컨셉 오히려 마케팅 자충수로

2025-12-08     이현성 기자
현대차

[녹색경제신문 = 이현성 기자] 현대자동차 싼타페가 판매 부진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가운데, 기아차 쏘렌토가 상대적 우위를 넘어 아성을 구축하고 있는 모양새다. 디자인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지만, 싼타페 출시 당시 추구했던 컨셉과 마케팅 포인트가 시간이 지나면서 자충수가 됐다는 지적이다.     

싼타페 부진설은 지난 11월 국산차 판매 성적이 공개되며 다시 한 번 수면 위로 떠올랐다. 기아 쏘렌토가 싼타페를 큰 차이로 따돌리며 사실상 국민 SUV 타이틀을 굳힌 까닭이다.

지난달 쏘렌토는 그야말로 기염을 토했다. 1만47대 판매를 기록하며 11월 국산차 판매 1위에 올랐다. 쏘렌토가 월 판매 1만대를 넘어선 건 지난 3월 이후 8개월 만이다. 2025년 1월부터 11월까지 쏘렌토의 누적 판매량은 9만526대로 국내 자동차 시장을 통틀어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반면 싼타페의 지난 11월 판매량은 전월 대비 18.8%가 줄어 3947대에 그쳤다. 전년 동월과 비교하면 판매량이 47.9% 떨어졌다. 2025년 1~11월 싼타페의 누적 판매량은 5만4378대로 쏘렌토와 경쟁에서 참패가 예고된 상황이다.

현행 싼타페의 판매 부진은 하루이틀의 이야기는 아니다. 2023년 8월 출시 이후 2024년 8월 단 한 차례를 제외하곤 쏘렌토의 벽을 넘지 못했다. 업계에선 쏘렌토가 국민 SUV 타이틀을 차지한 지 이미 오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쏘렌토는 지난해에도 국산차 판매 1위에 오른 바 있다.

싼타페의

업계에서는 싼타페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는 근본 원인으로 '디자인'을 꼽는다. 개성이 너무 강한 탓에 더 많은 이들에게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고 있다고 분석이다. 현대차 역시 일정 부분 수긍하는 분위기다.

현대차 관계자는 “기아는 디자인 방향성이 일관적인 반면, 현대차는 시장 변화에 발맞춰 새로운 시도를 반복하다 보니 여러 도전 과제를 맞닥뜨리고 있는 것 같다”며 현행 싼타페가 겪고 있는 어려움을 설명했다.

싼타페가 트렌드를 쫓다 외려 자충수를 뒀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대차는 현행 싼타페를 개발하며 당시 대세로 떠오른 캠핑에 주목했다.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캠핑 인구에 초점을 맞춰 보다 넓은 실내 공간 확보에 열을 올렸다. 싼타페가 네모 반듯한 형태를 지니게 된 배경이다.

출시 당시 혹평에 시달린 후면 디자인도 캠핑에 초점을 맞춘 기획에서 비롯했다. 대형 테일게이트를 마련하기 위해 테일램프를 최대한 낮게 배치하며 다소 생소한 뒤태를 지니게 됐다. 현대차는 테라스에 있는 듯한 새로운 경험과 도시와 자연의 경계를 허무는 확장성으로 싼타페 디자인을 설명했지만 대중을 완전히 이해시키는 데 한계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현대차 사정에 밝은 업계 관계자는 "북미 공개 당시 싼타페 디자인에 호평이 쏟아지면서 공개 무대에서 박수가 터져나왔을 정도였다"면서 "현대차 내부적으로도 국내에선 쏘렌토의 단정하고 도시적인 디자인을 선호하는 소비자가 더 많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지만, 기아에게 밀렸다는 사실에 현대차 윗선의 자존심에 상처가 났다는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내부 사정을 전했다. 

설상가상으로 캠핑 산업은 폭발적인 성장을 지나 성숙기에 접어들었다. 코로나19로 제한되었던 단체 활동과 해외 여행이 다시 활기를 찾은 까닭이다.

한국관광공사 자료에 따르면 2020년 294개에 불과했던 야영장 개업수는 2021년 435개, 2022년 547개까지 늘었지만, 2024년 452개로 줄어든 이후 내리막을 걷고 있다. 2025년 1월~10월 야영장 개업수는 321개에 그쳤다. 반면 폐업수는 2023년 49개, 2024년 55개, 2025년 1월~10월 61개로 늘고 있다. 현대차가 현행 싼타페 기획 당시 정조준한 핵심 타겟이 흐려진 셈이다. 

기아

업계의 말을 종합하면, 싼타페의 판매 부진은 소수 마니아층의 초점을 맞춘 나머지 대중의 취향에 폭넓게 어필하지 못한 걸로 분석된다. 현행 싼타페가 애초에 상품기획 단계부터 일부 '판단미스'가 있었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한편, 현대차는 내년부터 부분변경 모델 출시로 싼타페의 판매 부진을 타개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부분변경은 통상 소소한 디자인 변화에 그쳐 이미 구축된 이미지에 큰 변화를 줄 지는 미지수라는 평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