확장세 보이던 공개매수 시장…의무공개매수제 논의로 '변곡점' 맞나

올해 1~11월 공개매수 19건…3년 연속 구조적 증가세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시 시장 흐름 반전 우려 커져 제도 도입 시 M&A 비용 급등 불가피…중형 딜 타격 전망

2025-12-03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2020~2025년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논의가 속도를 내면서 그동안 완만한 증가세를 보이던 국내 공개매수 시장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와 지배구조 개선을 명분으로 제도 도입을 추진하고 있지만, 인수 비용 급증이 불가피해 중견기업·사모펀드(PEF)를 중심으로 M&A 거래 위축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논의 본격화…20여 년 만의 부활 가능성

3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최근 정부와 여당을 중심으로 의무공개매수제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의무공개매수제는 과거에도 시행된 바 있다. 1997년 구 증권거래법은 상장사 주식 25% 이상을 매수해 경영권을 확보하려는 경우 발행주식총수의 '50%+1주' 이상을 의무적으로 공개매수하도록 규정했다. 그러나 외환위기 직후 구조조정과 외국 자본 유치를 이유로 1998년 폐지됐다. 

이후 20여 년간 사실상 방치됐던 제도 논의는 이재명 정부 출범 이후 다시 급물살을 타고 있다.

이 정부는 자본시장 개혁을 핵심 과제로 제시하며 지배구조 투명성과 소액주주 권익 강화를 전면에 내세웠다. 지난 8월 발표된 '새정부 경제성장전략'에는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이 포함됐고, 금융위원회는 내년 상반기 시행을 목표로 세부 설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다만 2022년 정부가 검토했던 '50%+1주' 방식보다는 의무매수 비율을 상향하되, 지분 100% 공개매수보다 낮은 '중간값' 수준에서 제도를 설계할 가능성이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제는 의무공개매수 비율이 상향될 경우 인수 비용 급증이 불가피해지면서, 완만한 증가세를 이어온 국내 공개매수 시장이 위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완만한 확장세 보이던 공개매수 시장…제도 도입이 ‘변곡점’ 될 수도

국내 공개매수 시장은 최근 몇 년간 완만한 확장세를 이어왔다. 밸류업 정책 추진, 상장폐지 요건 강화, 자사주 의무소각 논의 등으로 기업들이 지분 안정화 수단으로 공개매수를 선택하는 사례가 늘고 있어서다.

올해 1~11월 누적 공개매수는 19건으로, 연말에는 지난해(26건)에 근접한 20대 초중반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2023년 19건, 2022년 5건, 2021년 13건과 비교해 구조적 증가세가 나타나고 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제도가 도입되면 시장 흐름에 제동이 걸릴 수 있다는 경계도 적지 않다. 의무매수 비율이 상향될 경우 인수·합병 과정에서 부담해야 할 비용이 수천억원에서 많게는 수조원까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중견기업이나 사모펀드가 주도하는 중형 딜의 경우 비용 구조에 민감한 만큼 거래 성사율이 급격히 떨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업계에서는 "비율 설정이 시장 전체의 거래 규모를 좌우하는 핵심 변수"라며 우려를 드러내고 있다.

전문가 "단기 위축 불가피…장기적으론 시장 투명성 제고 효과"

전문가들은 단기적으로는 시장 위축이 불가피하더라도 제도 도입의 본래 취지에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과거 일부 경영권 거래에서는 대주주만 높은 프리미엄을 받고 지분을 매각하는 반면, 일반 주주는 매각 차익을 전혀 얻지 못한 채 배제되는 사례가 반복됐다. 이러한 문제점 때문에 의무공개매수제는 주주평등 원칙을 구현하고 시장 신뢰를 높일 수 있는 제도로 꾸준히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정다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의무공개매수제가 도입되면 사모펀드의 인수 비용이 증가해 단기적으로 거래 위축은 불가피하다"면서도 "그동안 프리미엄이 일부 주주에게만 불비례적으로 돌아가는 구조적 문제가 있었던 만큼, 해당 제도는 이런 불균형을 상당 부분 차단할 수 있어 장기적으로 시장 투명성과 건전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