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업 태생 한계 벗자"... 현대차, V2G 사업 속도내는 이유는?
이달부터 제주도에 아이오닉9·EV9 대상 V2G 서비스 실증 V2G 기술 공익성 높지만... 소비자 인식과 인프라 허들 높아 현대차 V2G 시장 선점 노리는 이유는? 플랫폼 사업으로의 확장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현대차그룹이 이달 중 국내에 V2G 서비스 첫 선을 보인다. V2G 서비스는 보편화되기만 하면 제공 기업에 상업적 가치가 크다고 평가되는 만큼, 시장성 검증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달 중 제주도에서 V2G 서비스 참여 대상자를 모집하고 연말에 서비스를 개시한다. 참여자는 아이오닉9이나 EV9 차주여야 하며 현대차그룹이 V2G 전용 충전기 설치와 충전 비용을 전액 지원한다.
V2G는 Vehicle to Grid의 약자로, 전기차와 전력망을 연결해 수요에 따라 전기차를 충전하기도 하고 전기차에 저장된 전력을 다시 전력망으로 빼가기도 하는 기술이다. 전기차라는 기존 재화를 ESS로 활용할 수 있어 공적 가치가 높다. 특히 ESS 부족으로 출력제한이 빈번한 재생에너지와의 시너지가 클 것으로 기대된다.
◆ 기술 개발은 끝, 문제는 소비자 인식과 기관의 협조
업계에서는 V2G 기술 자체가 어려운 것은 아니라고 평가한다. 전력망과 송수신할 수 있는 프로토콜을 전용 충전기와 자동차에 얹으면 된다. 이미 국내에도 V2G 전용 충전기를 개발해 양산하고 있는 업체들이 있다. 현대차그룹도 이번 제주도 실증에 자체적으로 개발한 전용 충전기를 설치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V2G 서비스는 전기차가 처음 보급될 때부터 개념과 기술이 있었지만 현실적 난관들 때문에 지금까지 실증조차 나서지 못했다. 현대차그룹도 3년 이상 내부에 별도 사업부를 두고 서비스를 구상하다 이제야 첫 실증에 나선 것으로 전해진다.
우선 자동차라는 큰 개인 자산을 공적인 용도로 사용한다는 것에 대한 소비자들의 심리적 장벽이 존재한다. 전기차 화재 사고가 끊이지 않는 만큼 자동차 배터리 충방전을 반복한다는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
이에 대해 업계 관계자는 "V2G를 한다고 해서 자동차 배터리를 0까지 방전시키고 100까지 충전시키지 않는다. 지금까지의 연구에서 배터리를 20~80% 한도 내에서 충방전 시키면 수명이나 성능에 문제가 없다고 나왔기 때문에 V2G 서비스 시에도 그 한도 내에서만 충방전을 한다. 현대차 내부에서도 이에 대한 검증은 마쳤을 것"이라고 말했다.
배터리 성능 저하 우려에도 소비자들의 참여를 독려할 수 있는 부분은 금전적 이득이다. V2G는 전기료가 저렴할 때 충전하고 비쌀때, 즉 전력량 소모가 많을때 중앙기관에 전력을 되판다는 개념이다.
전기차 충전에 사용되는 일반용 전기는 최대부하가 걸리는 피크시간대(약 150원/kWh)와 경부하인 야간시간대(약 60원/kWh)의 금액이 2배 가량 차이난다. 이 차이를 이용하면 차주는 V2G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 만으로 충전 요금을 해결하고, 상황에 따라 소액의 추가 이득을 남길 수 있다.
하지만 이 지점으로 소비자들의 참여를 유도한다고 해도 또 다 더 큰 난관이 남아있다. 인프라의 문제다. V2G 기술은 간단하지만 전용 충전기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파트 등 전기차 충전소에 V2G 기능을 제공하는 충전기와 양방향 배선이 설치돼야 하는데 입찰이 쉽지 않다는 것이 업계 전언이다.
관계자는 "한국은 아파트가 가장 흔한 주거형태다. V2G가 보편화 되려면 시공할때 전용 충전기를 넣고 송수신이 가능하도록 배선을 깔아야 하는데 이해관계가 한둘이 얽힌 문제가 아니다보니 진척이 매우 힘들다"며 "국내에 여러 충전기 제조사들이 난립해있어 입찰 경쟁이 치열한데, 아직 개념도 생소한 V2G 기능을 '미래를 위해 넣어라'라고 설득하기가 어렵다"고 말했다.
전력관리도 어려움으로 꼽힌다. 해외에서는 여러 전력회사들이 공존하며 회사별로 독립된 전력 서비스를 제공한다. B2C 구조로 전력 계약을 맺다보니 서비스 다양화가 용이하고 그만큼 새로운 시도에 열려있다.
미국에서는 PG&E, 누비(Nuvve) 등 에너지 기업들이 V2G를 도입해 전력 요금 감면에 나서고 있고 포드, GM, 테슬라와 같은 완성차 업체들도 V2G와 V2H(vehicle to home, 가정용 태양광 패널로 전기를 생산하고 전기차를 ESS로 활용) 기술로 전력 효율화 효과를 실증 중이다.
반면 한국은 공기업인 한국전력공사 전력시장을 장악하고 있다보니 사업 다변화에 제약이 있다. V2G가 보편화되기 위해서는 한전측에서 전용 요금제를 도입해야 한다. 또 각 V2G 충전기가 한전의 배전망에 안정적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전용 코드를 신설하고 통신 프로토콜 기준을 만들어야하는 등 사실상 V2G 상용화의 키를 한전이 쥐고 있다.
하지만 공기업인 만큼 신사업 추진에 있어 무게감이 크기 때문에 단기간에 절차들이 진행될 것으로 보기 어렵다는 것이 업계 관측이다.
◆ "제조업 넘어 플랫폼 사업으로" V2G 서비스 대한 현대차 속내
넘어야할 산이 많지만 현대차그룹이 이번 제주도 실증을 시작으로 지속적으로 V2G 서비스 보편화에 도전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을 선점할 시 얻게될 사업성이 크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이 가장 바라고 있는 것은 B2C 온라인 플랫폼 확보다. V2G는 ‘매일 접속하고, 매일 보상받는’ 구조를 만들 수 있는 드문 사업 기회로 평가된다. 이 때문에 그룹 내부에서도 수년 전부터 유력 플랫폼 전략으로 검토돼온 것으로 알려졌다.
전력거래 수수료는 차지하고라도 플랫폼 사업의 가지를 뻗칠 수 있는 물꼬가 트인다는 면에서 현대차그룹이 V2G 사업을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이야기다.
현대차 내부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은 예전부터 플랫폼을 소유해 제조업 태생이 갖는 수익성의 한계를 극복해보고자 했다"며 "V2G는 '캐시워크'처럼 리워드커머스가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의 에프터마켓 몰과 연결하는 등 일상적인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는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사업적 요소 때문에 현대차그룹 외에도 대기업 산하의 충전기 CPO사들이 V2G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현재 점유율을 무섭게 올리고 있는 테슬라의 행보도 예의주시해야한다. 테슬라는 자체 슈퍼차저를 사용하는 만큼, V2G 서비스를 국내에 빠르게 도입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전에는 V2G를 국내에서 선도할 수 있고, 또 선도해야 하는 기업으로 현대차그룹이 꼽혔지만 이제는 테슬라가 변수"라며 "테슬라는 이미 미국에서 파워월(power wall)을 통해 유사한 서비스를 운영해본 경험이 있는 만큼 국내에서도 V2G라는 신사업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여러모로 테슬라를 견제해야 하는 현 상황에서 V2G 사업도 속도를 높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