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 시중은행 독점 '퇴직연금 241조' 노린다…카뱅 첫삽에 기존 은행 '긴장'
- 인터넷은행 첫 퇴직연금 진입…5대 은행 대비 최대 0.26%p 높은 금리 내세워 - 은행권 퇴직연금 적립금 241조·빅3 140조 육박…예·적금 중심 원리금보장형 구조와 카카오뱅크 간접 공급 한계 - 카카오뱅크 비이자수익 30% 증가 속 직접 사업자 진출 준비, 460조 퇴직연금 시장 본격 공략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기존 은행권의 아성이던 퇴직연금 시장에 인터넷은행들이 도전장을 냈다. 카카오뱅크가 높은 금리를 앞세워 문을 열었고, 토스뱅크도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확보하며 뒤를 잇는다. 적립금 241조원 규모 시장에서 기존 은행권과 인터넷은행의 본격 경쟁이 시작됐다.
3일 금융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는 전날부터 퇴직연금 정기예금 공급을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 가운데 처음으로 DB형·DC형·IRP 모두 만기 1년 기준 금리를 2.95%로 제시해 5대 시중은행보다 0.19~0.26%포인트 높다. 하나은행 2.76%, 신한은행 2.75%, 우리은행 2.75%, KB국민은행 2.7%, NH농협은행 2.69%를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카카오뱅크가 뛰어든 퇴직연금 시장은 은행권만 241조원 규모다. 금융감독원 통합연금포털에 따르면 2025년 3분기 말 기준 전체 퇴직연금 적립금 459조4625억원 중 은행권이 241조418억원으로 52.4%를 차지했다. 2024년 말 기준으로는 은행권이 226조원, 증권 104조원, 생명보험 82조원을 보유해 은행이 가장 큰 사업자군으로 집계됐다. 은행 중에서도 신한은행 49조1849억원, KB국민은행 45조3043억원, 하나은행 44조1083억원으로 이른바 빅3가 140조원에 가까운 적립금을 가져갔다. 퇴직연금 운용에서 예·적금과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 비중이 높아 전통적으로 은행 강세가 두드러진 구조다.
카카오뱅크의 진입은 간접 공급 방식이다. 퇴직연금사업자로 등록돼 있지 않아 은행·증권·보험사 등 40여 사업자를 통해 정기예금 상품을 공급하는 구조다. 고객이 카카오뱅크 앱에서 직접 퇴직연금 계좌를 개설할 수는 없고, 각 퇴직연금사업자를 통해서만 카카오뱅크 정기예금을 선택할 수 있다. 인터넷은행의 첫 진입이지만 직접 판매는 아직 불가능한 구조다.
간접 진입에도 나선 배경에는 비이자수익 다변화 필요성이 자리 잡고 있다. 금리인하기에 접어들면서 카카오뱅크의 이자수익이 줄고 있어서다. 상반기 이자수익은 999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0% 감소했고, 2분기 순이자마진은 1.92%로 전 분기 대비 17bp 축소됐다. 반면 비이자수익은 5626억원으로 30% 넘게 늘었다. 업계에서는 460조원 규모로 성장한 퇴직연금 시장에서 모바일 편의성과 금리 경쟁력을 앞세워 장기 자금을 확보하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한편, 카카오뱅크를 비롯한 인터넷은행들은 직접 진출을 준비하는 움직임이다. 카카오뱅크는 지난 9월부터 수신제도기획팀을 통해 퇴직연금신탁 전문가와 업무 기획·전산 개발 인력을 영입 중이며, 퇴직연금사업자 직접 등록을 검토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자 등록에는 신탁업 인가와 전산 시스템 구축이 필요하다. 토스뱅크도 지난 7월 금융투자업 예비인가를 취득해 향후 퇴직연금 진출 가능성이 거론된다. 금융권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퇴직연금에 뛰어들면 금리뿐 아니라 플랫폼 경쟁까지 겹쳐 기존 은행 대응 전략이 복잡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