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손보, 건전성 지표 1년 새 117%p '후퇴'... 이유는?
3분기 말 킥스 비율 172.5%... 전년比 117.6%p 급락 전년 말 무·저해지보험 해지율 가정 변경에 직격타... 1분기 만에 88.5%p↓ 기준금리 하락·1분기 산불 여파도 킥스 비율에 악영향 미쳐 자본확충에도 반등 폭 '미미'... 업계 "건전성 개선 위한 재조정 필요"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NH농협손해보험의 건전성 지표가 최근 1년 새 117%포인트(p) 가량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의 계리적 가정 변경과 기준금리 하락에 1분기 산불 여파 등이 더해진 결과로 풀이된다. 연이은 자본확충에도 반등 폭이 미미한 데다가 추가적인 규제 도입 등도 예정된 만큼 농협손보가 한층 적극적으로 건전성 관리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농협손보의 3분기 말 기준 지급여력(K-ICS·킥스) 비율은 전년 동기 대비 117.6%p 급락한 172.5%로 집계됐다. 킥스 비율은 보험사의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대표적인 지표로, 보험 가입자가 한꺼번에 보험금을 청구했을 때 보험사가 이를 얼마나 지급할 수 있느냐를 나타낸다.
금융당국의 킥스 비율 권고치는 130%다. 농협손보로서는 아직 권고치 미달까지는 다소 여유가 있는 셈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농협손보의 킥스 비율에 대해 '안심하기 어렵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킥스 비율 하락 폭은 크지만 반등 폭은 상대적으로 적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농협손보의 킥스비율은 지난해 1분기 말만해도 318.1%에 달했으나 이후 올 2분기 말까지 하락을 거듭했으며, 올 3분기 말에는 전 분기(164.2%) 대비 8.3%p 오르는 데 그쳤다.
농협손보의 킥스 비율이 이처럼 후퇴한 배경에는 가장 먼저 금융당국의 제도적 조치가 자리한다. 지난해 말부터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가정이 이전보다 엄격하게 적용됨에 따라 농협손보의 킥스 비율은 지난해 3분기 말 290.1%에서 그 해 말 201.6%까지 1분기 만에 88.5%p 하락했다. 상품 포트폴리오 내 무·저해지보험의 비중이 다른 손해보험사 대비 높았던 것이 악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여기에, 금리 하락도 농협손보의 킥스 비율을 끌어내렸다. 통상 금리가 내려가면 보험사의 부채 평가액이 늘어나면서 자산보다 부채 증가 폭이 더욱 확대돼 킥스 비율 산출 시 분자가 되는 가용자본이 감소하는데, 농협손보의 경우 금리 민감도가 손보사들 가운데 특히 높은 편이라 타사 대비 금리 하락으로 인한 '데미지'가 유독 컸다는 설명이다.
보험업계 한 관계자는 "수익성 제고를 위해 장기 보장성 보험 판매를 늘렸다는 점 또한 농협손보의 킥스 비율에 좋지 않은 영향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장기 보험계약이 늘어나면 부채 듀레이션이 길어져 금리 변화에 대한 민감도가 커진다"며 "이 경우 금리가 하락하면 부채의 현재가치가 크게 증가해 자기자본이 감소하고, 금리위험액도 확대되므로 결과적으로 요구자본이 증가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지난 1분기 전국 각지에서 발생한 산불도 킥스 비율 하락을 가속화시켰다. 산불 이후 보험금 청구 증가하면서 실적이 감소했고, 이 탓에 킥스 비율 산출에서 분모가 되는 가용자본이 줄어든 것이다. 농협손보는 농작물재해보험 등을 정책보험으로 판매하는 유일한 손보사로 재해 발생 시 손익에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으며, 이 때문에 올해 역시 실적 악화를 피하지 못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손보의 3분기 누적 순이익은 121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1% 감소했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는 "농협손보 입장에서는 자본확충을 진행했음에도 킥스 비율 하락을 막기 어려웠다는 점이 아쉬운 대목일 것"이라며 "농협손보는 지난해 말 신종자본증권(4500억원 규모)과 올해 3월 후순위채(2000억원 규모)를 각각 발행한 바 있다"고 전했다.
이어,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농협손보의) 전면적인 재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기본자본 킥스 비율 등 새로운 규제 도입이 예정된 것은 물론이고 포트폴리오 구성 및 실적 변동성 등에서 농협손보가 이미 (재무건전상의) 취약점을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한편, 이와 관련해 농협손보 관계자는 "킥스 비율은 지난해 무·저해지보험의 해지율 가정 변경으로 인해 일시적으로 하락했으나 올해는 170% 안팎을 유지 중"이라며 "자산-부채 듀레이션 갭 매칭을 위해 장기채 매입과 같은 채권 선도 매입 등의 노력을 실시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