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BM3E 체제 길어진다”…HBM4, 크로스오버 지연 조짐

HBM4, 장비 발주·퀄 진행 예상보다 더뎌 HBM3E는 빅테크 수요 확대…체제 지속

2025-12-01     문슬예 기자
[사진=문슬예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 HBM4의 본격적인 공급 시점이 당초 예상보다 늦춰질 수 있다는 관측이 힘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공급사 모두가 아직 엔비디아의 퀄 통과 전 단계에 머물러 있는 가운데, HBM3E 체제가 예상보다 길게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1일 반도체 업계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최근 현장에서 HBM의 크로스오버(세대교체) 지연에 대한 신호들이 포착되고 있다”며 “HBM4 대규모 양산을 위해 필요한 장비 발주가 당초 10~11월에서 뒤로 밀린 상황”이라고 말했다. 해당 관계자는 HBM 주요 메이커들과 긴밀하게 협업하고 있는 국내 주요 장비사의 임원이다. 

이어 그는 “엔비디아가 차세대 GPU ‘루빈(Rubin)’ 출하를 2026년 하반기라는 큰 틀로만 제시한 상황에서 수개월 일정이 지연되는 것은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라며 “출하가 2026년 7월이 될지, 12월이 될지는 현재 누구도 장담하기 어렵다”고 설명했다.

또 “메모리 공급사 입장에서도 일반 D램과 HBM3E 쇼티지(품귀 현상)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3E 체제가 길어져도 문제가 없다”며 “굳이 무리해서 장비 투자를 서두를 필요가 없는 구도”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최근 HBM 수요 지형이 엔비디아 단일 축에서 글로벌 빅테크 전반으로 빠르게 확장되는 모습이다. 구글이 자체 인공지능(AI) 가속기인 TPU(Tensor Processing Unit) 출하를 확대했기 때문이다. 최신 TPU 7세대 제품에는 HBM3E가 탑재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AWS·마이크로소프트 등도 ASIC 칩 개발을 본격화하면서, 업계에서는 HBM3E 체제가 당초 예상보다 더 오래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더불어 HBM4의 로드맵이 아직 뚜렷하게 정리되지 않은 상황도 이러한 전망을 강화한다. 현재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주요 공급 3사는 모두 메인 고객사인 엔비디아의 HBM4 ‘퀄리피케이션(qualification)’을 공식적으로 통과하지 못한 상태다.

공통적으로 메모리 업체들은 “HBM4는 고객사와 시스템을 동시에 개발하는 구조이기 때문에, 고객사의 개발 단계에 맞춰 검증이 이뤄진다”며 “내부적으로 계획된 절차를 차질 없이 밟아가고 있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그럼에도 시장에서는 HBM4 재설계설이 반복적으로 확산되며 불확실성을 키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이크론과 SK하이닉스 모두 최근 불거진 HBM4 재설계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지만, 루머가 반복적으로 등장한다는 점 자체가 HBM4 일정이 여전히 안개 속에 있다는 의미라는 해석이 가능한 대목이다. 

실제 최근 SK하이닉스 측이 해외 기관을 대상으로 진행한 컨퍼런스콜에서도 기관들의 우려감이 답지한 걸로 알려졌다. 다만 이에 대해 하이닉스 측은 "내년 가격, 물량이 모두 확정됐으며 수율이나 재설계, 퀄 지연의 이슈는 없다"는 취지로 명확하게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진다. 올 4분기 웨이퍼 로딩을 시작해 내년 2분기 이후 유의미한 생산량이 나올 거라는 이야기다.

특히 삼성전자는 아직 2026년 HBM4 공급 물량 확정에도 이르지 못한 상태다. 삼성전자는 “샘플 출하 후 고객사 일정에 따라 협의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하고 있으나, 이미 고객사와 내년도 물량 협의를 마쳤다고 밝힌 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대비되는 상황이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HBM4는 엔비디아의 차세대 GPU 일정에 맞춰 움직일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반면 HBM3E의 경우 빅테크의 수요가 강화되고 있어 HBM4 전환 속도가 초기 예상보다 다소 느리게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