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로 무대 넓힌 보험사기... 선원 재활치료비 23억 가로챈 일당 붙잡혀

1명 구속·9명 불구속 송치... 브로커 주도하고 병원·수협 관계자 등 동참 재해 입은 선원 35명 장해등급 진단서 위조... 보험금 부당 수급 어선원 재해 보상보험 허점 파고들어... 국고·지방비 등 손실

2025-12-01     이준성 기자
선원

[녹색경제신문 = 이준성 기자] 보험사기의 '무대'가 바다로까지 확장됐다. 선원 재해 보장제도를 악용해 보험금 약 23억원을 가로챈 브로커 일당이 경찰에 덜미를 잡혔다. 

1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이날 해양경찰청은 보험사기방지특별법 및 공인노무사법 위반 등의 혐의로 브로커 A씨를 구속 송치했다고 1일 밝혔다. 

해경은 재해를 입은 선원들의 개인정보를 A씨에게 제공한 혐의(개인정보보호법 위반 등)로 모 병원 원무과 직원 2명과 수협 직원 3명도 불구속 송치했다. 

아울러 허위 장해진단서를 수협에 제출해 보험금을 편취한 혐의(보험사기방지특별법 위반)로 선원 1명과 그 배우자를 각각 불구속 송치했다. 또, A씨의 무자격 노무사 행위를 도와준 혐의(공인노무사법 위반 등)로 공인노무사 3명(법인 포함)도 불구속 송치했다. 

A씨는 노무사 자격 없이 2019년 5월부터 지난해 3월까지 재해를 당한 선원 35명의 노무사로 39차례 선임된 이후 선원들이 수협중앙회로부터 보험금 22억9934만원을 받도록 하고 이 가운데 5억6000만원 가량을 성공 보수금 명목으로 편취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부는 어업활동 중 부상·질병 등의 재해를 입은 어민들의 재활과 사회복귀를 돕고자 '어선원 재해 보상보험'을 수협중앙회에 위탁·운영 중인데, A씨는 해당 제도의 허점을 파고들었다. 

근로복지공단의 일반 산재 등급 판정의 경우 '의사협의체'의 엄격한 심사를 거쳐야 하지만, 정부 정책 보험인 선원 재해보험은 의사협의체 판정을 피할 수 있다는 점을 악용해 범행을 저질렀다는 분석이다. 

해경에 따르면 A씨는 평소 친분이 있던 수협 직원과 병원 관계자들로부터 재해를 당한 선원들의 개인정보를 빼내 접근한 뒤 자신을 노무사라고 소개하며 가짜 명함을 건넸다. 

가짜 노무사로 활동하기 위해 모 노무법인에 매달 지입료를 내며 허위 근로계약까지 체결해 신분을 위장하기도 했다.

이어 계약이 성사된 선원들이 수협중앙회로부터 보험금을 많이 받게 하려고 45차례에 걸쳐 의사의 장해진단서와 소견서 등 서류 82장을 위조해 보험 청구 서류로 제출했다.

이 과정에서 A씨는 범행 발각을 대비해 성공 보수금을 철저히 현금으로 챙기는 치밀함까지 보였다는 게 해경의 설명이다. 

A씨 일당의 이번 범행으로 국고 약 3억5000만원, 지방비 약 2700만원, 수협 비용 약 19억원 등이 손실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에 수협중앙회는 A씨 일당과 보험금을 수령한 선원 35명 및 병원 등을 대상으로 '보험급여 부당수급 반환 소송'을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자신을 변호사 또는 노무사 소개하며 보험금을 많이 타게 해주겠다고 접근하는 이가 있다면 일단 정말 변호사나 노무사 자격이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한다"며 "장해진단서 등 병원 발급 서류의 경우, 명시적인 위임절차를 통해 받거나 본인이 직접 발급받으면 보험사기 등의 피해를 예방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