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다드차타드, 겉은 멀쩡하지만 속은 불안…구조적 리스크, SC제일은행으로 번질 조짐
신흥시장 중심 구조가 다시 취약성 드러내…금리·규제 리스크까지 겹쳐 ‘겉강속약’ 논란 여·수신 동반 축소·130억대 금융사고로 SC제일은행 부담 커져…본사 구조조정 명분 제공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스탠다드차타드(Standard Chartered) 그룹이 최근 양호한 실적을 내놓으며 안정적 경영 기조를 유지하는 듯 보이지만, 내부적으로는 구조적 리스크가 빠르게 쌓이고 있다는 지적이 금융권에서 제기되고 있다. 단기 실적은 괜찮아 보이지만, 신흥시장 의존도·금리 환경 변화·규제 부담 등 근본적인 취약성이 다시 드러나면서 한국 자회사 SC제일은행으로 리스크가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은 2025년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0% 이상 증가했고, 3분기 실적도 시장 예상치를 웃도는 등 단기적으로는 비교적 견조한 흐름을 보였다. S&P·무디스·피치 등 주요 신용평가사도 등급을 ‘A~A+’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으며 전망 역시 ‘안정적’으로 평가했다. 표면적으로는 위기 징후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는 모습이다.
하지만 그룹 수익 구조를 보면 불안 요인이 곳곳에 존재한다. 스탠다드차타드는 전체 이익의 약 70%를 중국·홍콩·동남아·인도·중동·아프리카 등 신흥시장에서 벌어들인다. 이들 지역은 최근 경제 둔화와 통화 불안, 정치적 불확실성이 동시에 커진 지역으로, 글로벌 충격이 오면 그룹 실적이 빠르게 흔들릴 수 있는 구조다. 중국 부동산 부실과 동남아 기업 부실 증가 같은 변수가 현실화될 경우 방어력이 약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금리 환경 변화도 부담이다. 외부 분석에 따르면 기준금리가 1%포인트만 하락해도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의 순이자이익이 5000억 원 이상 줄어들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리 사이클 변화에 실적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구조적 한계가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규제 리스크도 여전히 그림자처럼 따라붙는다. 스탠다드차타드는 과거 미국·영국 규제당국으로부터 대규모 제재를 받은 이력이 있고, 지금도 자금세탁방지·국제 제재 관련 규제가 강화되는 환경에 놓여 있다. 규제비용이 다시 확대되면 그룹 차원의 비용 부담이 늘어나 자회사에까지 조정 압박이 전가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이 같은 글로벌 리스크는 한국 자회사 SC제일은행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은 글로벌 경제 환경이 나빠질 때마다 해외 자회사부터 조정하는 패턴을 반복해왔다. HSBC와 씨티은행이 한국 리테일 시장에서 철수했던 사례도 이와 같은 맥락이다.
문제는 SC제일은행의 최근 실적이 본사의 구조조정 판단에 명분까지 제공하고 있다는 점이다. SC제일은행의 총여신은 2022년 말 49조9000억 원에서 2024년 9월 말 37조9000억 원으로 약 2년 사이 24% 줄었다. 예수금 역시 2021년 말 62조3000억 원에서 2024년 9월 말 45조2000억 원으로 감소해 약 17조 원이 줄어들었다. 주요 시중은행들이 같은 기간 자산과 예수금이 정체 혹은 증가 흐름을 보인 것과 비교하면, SC제일은행의 외형 축소는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금융권에서 잇따르고 있다.
여기에 내부통제 문제까지 드러났다. 2022년 2월부터 2024년 6월까지 약 2년 4개월 동안 총 130억3100만 원 규모의 여신 금융사고가 이어졌으나, 은행 내부에서 이를 적시에 파악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2년 넘게 부당한 여신거래가 지속된 사실 자체가 내부통제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는 비판으로 이어지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이러한 수치들이 스탠다드차타드 본사가 SC제일은행을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할 명분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해외 자회사 구조조정은 대개 지점 통폐합, 인력 축소, 본사 배당 확대, 디지털 투자 후순위화 등의 형태로 나타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이 디지털 전환에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동안 SC제일은행의 투자 여력이 줄어든다면 경쟁력 격차는 더욱 확대될 수밖에 없다.
전문가들은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의 단기 실적이 양호하다고 해도 중장기 리스크는 해소되지 않았다고 지적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신흥시장 중심 구조는 충격이 오면 빠르게 실적이 흔들리는 구조이며, 비용 절감이 필요해질 때마다 해외 자회사를 먼저 손대는 것이 글로벌 은행의 전형적인 패턴”이라며 “SC제일은행의 여·수신 축소와 내부통제 문제는 본사 입장에서 구조조정 명분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스탠다드차타드 그룹의 전략 방향이 다시 변곡점을 맞을 가능성이 제기되는 가운데, SC제일은행이 이 흐름의 영향을 피할 수 있을지 금융권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