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래대금 폭증 속 ‘전산장애 0건’…삼성·KB증권만 웃었다 [증권사 전산대란-하]

트래픽 폭증에도 삼성·KB證 전산장애 '0' 반면 키움·미래에셋·신한 등 대부분 장애 증가 전문가 "전산비보다 중요한 것은 전산비의 사용처"

2025-11-25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증시 거래대금이 치솟은 올해, 다수 증권사가 전산장애 민원 폭증에 직면한 가운데 삼성증권과 KB증권만이 금융감독원 기준 전산장애 민원 '0건(제로)'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 IB 대부분이 크고 작은 접속 오류를 겪은 것과 대비되는 결과다. 업계에서는 "전산비 규모보다 어디에 투자했느냐가 전산 안정성의 성패를 갈랐다"는 분석이 나오면서, 전산 리스크가 증권사 경쟁력을 가르는 새로운 격차 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KB증권, 초대형 IB 중 유일하게 '0건'

25일 금융투자협회 민원 통계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전산장애와 관련된 소비자 민원이 전혀 접수되지 않은 초대형 IB는 삼성증권과 KB증권 두 곳뿐이다.

금융투자협회 민원 통계는 증권사가 협회 시스템에 직접 접수한 민원과 금감원 등 타 기관 접수 후 이관된 민원 중 중복·반복 민원, 단순 문의, 소송·수사 중인 사안은 제외하고 합산된다. 전산장애 민원은 HTS·MTS 접속 오류, 지연 및 주문 불가 등이 모두 포함된다.

해당 기간 삼성증권과 KB증권에서는 실제로 전산장애가 발생하지 않아 민원이 집계되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같은 통계에서 키움증권은 1만2036건, 미래에셋증권은 35건의 전산장애 관련 민원을 기록했다. 키움증권은 지난 4월 3일과 4일 대량 주문이 짧은 시간에 몰리며 주문 처리 병목이 반복적으로 발생했고, 미래에셋증권은 프리마켓 주문 체결 지연 문제가 주요 민원으로 지목됐다. 한국투자증권(4건), NH투자증권(1건)에서도 소규모지만 전산 민원이 확인됐다. 

신한투자증권(31건), DB증권(43건) 등 중소형사 전반도 전산장애 민원이 증가하며 전산 리스크가 업계 전체로 확산하는 모습이다.

삼성·KB는 어떻게 0건 유지했나..."선제적 인프라 투자"

증시 트래픽이 폭증한 환경에서도 삼성증권과 KB증권만이 전산장애 '0건'을 유지했다는 점은, 전산비 총액보다 투자 전략의 질이 전산 안정성을 결정한다는 업계 평가를 입증하는 결과로 해석된다.

삼성증권은 올해 전산운용비로 917억원을 투입했다. 금액 자체는 키움증권(981억원)과 큰 차이가 없지만, 전산장애 민원에서 극명한 격차가 난 것은 투자 방향과 인프라 안정성 확보 전략의 차이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IT 인프라 투자로 시스템의 성능·안정성·유연성을 확보해 왔다"며 "증시 트래픽이 급증한 환경에서도 장애가 없었던 이유 역시 이러한 구조적 투자 전략의 결과"라고 설명했다.

KB증권도 올해 562억원의 전산운용비를 집행했다. 규모는 미래에셋증권(1174억원), 키움증권(981억원), 삼성증권(917억원) 등 초대형 IB 중 비교적 적은 편이지만, 전산장애 민원은 0건이다. 내부적으로는 '예방 중심 운영 방식'이 강점으로 꼽힌다.

KB증권 관계자는 "실시간 시스템 모니터링과 성능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으며, 독립적인 IT 품질관리 조직을 운영해 프로그램 및 전산원장 변경 통제를 강화하고 있다"며 "보안 솔루션을 효율적으로 도입해 개인정보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 "전산장애 예방의 핵심은 '어디에 투자하느냐'"

정보보호 전문가는 증권사 간 전산 안정성 격차에 대해 "전산비보다 중요한 것은 전산비의 사용처"라고 진단했다.

황석진 동국대 국제정보보호대학원 교수는 "(HTS·MTS 기반 거래가 대중화되면서) 거래대금이 폭증하면 동시 접속량이 과거 대비 몇 배로 늘어나기 때문에, 이를 견딜 수 있는 메모리·네트워크 장비·라우터 같은 핵심 인프라 용량이 절대적"이라는 설명이다. 트래픽이 몰리면 병목현상이 발생하고, 이는 시스템 과부하로 직결된다.

그는 이어 "증권사 전산운용비가 수백억원씩 쓰이지만 실제로는 교육·운영비·내부통제·보안 예산 등으로 분산되고, 정작 장애를 막는 인프라 투자는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같은 금액을 쓰더라도 장비 확충에 집중한 회사와 그렇지 않은 회사의 결과가 달라지는 이유"라고 지적했다.

또 "증권사는 장중 실시간 주문이라는 특수성을 갖고 있어 몇 분의 장애도 투자자에게 큰 손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전산 안정성은 단순한 불편을 넘어 신뢰의 문제"라며 "폭등장처럼 트래픽이 급증하는 환경에서는 병목 최소화·인프라 확장성 강화 같은 구조적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