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거래량 폭증에 전산장애 급증…'전산 리스크' 비상 [증권사 전산대란-상]

거래대금 폭증에 전산민원 '급증'...키움證 1만건 최다 자체 SOR 안정성 논란…미래에셋·신한證도 민원건수 증가 폭등장에도 삼성·KB證 '0건'…전산 격차 뚜렷

2025-11-25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증시 거래대금이 연초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한 올해, 다수 증권사에서 전산장애 민원이 폭증하며 업계 전반에 '전산 리스크' 경고등이 켜졌다. 증시 활황으로 사상 최대 실적을 올리고 전산운용비도 꾸준히 늘리고 있지만, 잇따른 전산사고로 전산 인프라의 신뢰도는 오히려 떨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키움증권, 0건 → 1만2036건…업계 전체 민원 대부분 차지

25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3분기 27개 증권사의 평균 민원건수는 3건에 불과했지만, 올해 같은 기간 평균 452건으로 치솟았다. 증시 활황으로 일일 거래대금이 연초 약 12조원에서 현재 29조원까지 폭증한 것이 직접적인 배경으로 꼽힌다.

전산장애 민원 증가폭이 가장 컸던 곳은 키움증권이다. 지난해 0건이던 전산장애 민원은 올해 1만2036건으로 늘며 단일 증권사 기준 이례적인 증가폭을 기록했다.

특히 4월과 6월 발생한 HTS(홈트레이딩시스템)·MTS(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 접속 장애로 2분기에만 1만2013건의 민원이 접수돼, 2023년 1분기 DB증권의 1만3803건 이후 처음으로 ‘만 건 이상 전산장애 민원’이 재현됐다. 이달 6일에도 약 30분간 접속 불능 상태가 발생했다.

키움증권 관계자는 "4월은 대량 주문이 짧은 시간에 집중되며 주문 처리 지연이 발생했고, 11월은 특정 프로그램 오류로 일부 고객의 접속이 지연됐다"고 설명했다.

키움증권은 매년 1000억원대의 전산투자를 이어왔으며 올해 1~3분기 누적 전산운용비만 981억원이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한 수치다. 하지만 지난 9월 "전산 안정성 확보를 위해 300억원을 추가 투입하겠다"고 발표한 지 두 달 만에 전산장애가 재발하면서, 자체 개발 시스템의 안정성·확장성에 대한 의문이 다시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키움증권의 전산장애 원인 중 하나로 '최선주문집행(SOR)' 시스템이 지목된다. 올해 대체거래소 넥스트레이드 출범 이후 대부분 증권사가 넥스트레이드 또는 코스콤의 SOR 엔진을 도입한 반면, 키움증권은 유일하게 자체 SOR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는 차별점으로 평가되기도 했으나, 출범 이후 반복되는 전산장애로 "자체 구축 시스템의 안정성 문제 아니냐"는 지적을 낳고 있다. 

키움증권 외에도 상당수 증권사가 전산장애 민원이 증가했다. 미래에셋증권은 35건, 신한투자증권은 31건, DB증권은 43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각각 0건, 0건, 5건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증가폭이 크다.

미래에셋증권은 4월 프리마켓 주문 체결 지연 문제가 발생해 투자자 불편이 컸다. AWS(아마존웹서비스) 기반 전산 인프라를 갖춘 신한투자증권도 지연 문제가 발생했다. 신한투자증권 관계자는 "AWS 자체 장애는 아니며 외부 요인·사용자 환경으로 발생한 지연까지 민원으로 집계된다"고 설명했다.

전산비도 일제히 늘었다. 미래에셋증권은 올해 전산비에 1174억원을 집행해 전년 대비 27.5% 증가했다. 신한투자증권(485억원), DB증권(237억원) 역시 전년보다 전산비를 각각 20.3%, 12.7% 늘렸다.

교보증권(18건), 메리츠증권(16건), 유안타증권(14건)도 전산 민원이 전년 대비 증가했다.

초대형사 중 삼성·KB만 '0건'…이례적 성과

반면 일부 증권사는 전산장애 민원이 단 한 건도 발생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초대형 IB 중에서는 삼성증권과 KB증권이 1~3분기 내내 '전산장애 민원 0(제로)건'을 기록했다.

중소형사의 경우 거래량이 적어 민원이 낮게 나타날 수 있는 구조적 특성이 있지만, 시장 점유율이 높고 대규모 트래픽이 몰리는 삼성·KB가 폭등장에서도 '0건'을 유지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성과로 평가된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선제적이고 지속적인 인프라 투자로 시스템 성능·안정성을 확보해 왔다"며 "거래대금이 급증한 시장 환경에서도 장애가 없었던 배경"이라고 설명했다.

KB증권 관계자도 "실제 해당 기간 중 전산장애가 없었기 때문에 0건으로 집계된 것"이라며 "독립적 품질관리 조직과 실시간 감시 체계가 장애 예방에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대신증권, 리딩투자증권, 부국증권, 신영증권, 우리투자증권, BNK투자증권, IBK투자증권, 카카오페이증권, 한화투자증권도 전산장애 민원 0건을 기록했다. 

NH투자증권은 4건에서 1건으로, 하나증권은 12건에서 3건으로 전산장애 민원 건수가 감소했다. 

업계 관계자는 "HTS·MTS 기반 거래가 대중화되면서 전산장애 발생 가능성은 과거보다 높아질 수밖에 없다"며 "리테일 경쟁이 심화되자 증권사들이 전산비를 공격적으로 늘리고 있지만, 장비를 얼마나 많이 들이느냐보다 어디에, 어떻게 투자하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말했다.

증권업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