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전영현·노태문 투톱 전면에…‘기술 패권’ 자존심 회복 승부수
DS 전영현 유임·DX 노태문 대표이사 선임 DS·DX 투톱 체제와 M&A 조직 시너지 주목
[녹색경제신문 = 문슬예 기자] 삼성전자가 반도체(DS) 부문의 전영현 부회장과 세트(DX) 부분 노태문 사장의 투톱 체제를 확립했다. HBM·파운드리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낸 전 부회장을 유임하고, DX부문을 이끌어온 노 사장을 대표이사에 정식 선임하며 기술 경쟁력 회복과 AI 시대 대응에 무게를 실은 인사라는 평가다.
21일 삼성전자는 2026년 정기 사장단 인사를 통해 전영현 DS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 사장을 대표이사로 선임했다고 밝혔다.
전 부회장 유임은 HBM·파운드리에서의 '반등에 성공했다'는 세평이 모멘텀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을 역임한 전 부회장은 이어 삼성SDI 대표이사, 사장으로 직을 옮겨 삼성SDI를 이끌다가 2023년 삼성전자 미래사업기획단장(부회장)으로 호출됐다. 지난 2024년 DS부문장으로 다시 복귀하면서 사실상 이번에 유임이 강하게 점쳐지기도 했다.
삼성전자는 그동안 엔비디아 퀄 통과 지연으로 HBM 시장에서 고전했지만, 전 부회장의 주도로 최근 HBM3E 12단 제품이 엔비디아의 퀄리피케이션(퀄)을 통과하면서 장벽을 넘었다. 젠슨황 '깐부회동'을 계기로 HBM4 시장에서도 확실한 대항마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동시에 테슬라 AI6 수주로 미국 텍사스 테일러 팹 가동 기반을 마련했으며, 애플·IBM 등 굵직한 고객과의 파운드리 계약도 연이어 확보했다. 또한 1c D램 기반 HBM4,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기반 3나노 로직 공정, 엔비디아와의 GPU 협력 등도 더해지며 위기에서 반등으로 넘어가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DS 내부에서는 전 부회장 취임 이후 조직 기강과 성과 관리 기준이 한층 엄격해졌다는 반응도 나온다. DS 전반에 목표 관리가 강화되고 반도체 사업을 다시 성장 궤도에 올리기 위한 긴장감이 커졌다는 전언이다.
삼성전자 사정에 밝은 관계자는 "전 부회장은 테크에 가장 밝은 임원 중 한명으로, HBM 시장에서 자존심을 구겼던 명가 재건을 위한 작년 소방수로 호출된 인물"이라면서 "내부적으로 기술 산성의 패권을 되찾기 위한 강도 높은 구조조정이 수반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 부회장이 겸임하던 SAIT 원장 자리는 기초과학·공학 분야 글로벌 석학인 박홍근 하버드대 교수가 새로 맡는다. 박 사장은 양자컴퓨팅, 뉴로모픽 반도체 등 차세대 디바이스 연구를 이끌 핵심 인사로, DS·DX 투톱 체제를 뒷받침할 장기 R&D 축을 강화하는 인선이라는 평가다.
노태문 사장은 이번 인사로 직무대행을 떼고 대표이사 겸 DX부문장 겸 MX사업부장을 맡으며 책임이 한층 강화됐다. 노 사장은 갤럭시 S 시리즈 등 플래그십 스마트폰을 앞세워 MX사업을 이끌어왔고, 지난 3월부터는 DX 전반을 총괄해 왔다.
더불어 삼성전자는 DX부문에 윤장현 부사장을 CTO 사장 겸 삼성리서치장으로 승진시켰다. 윤 사장은 삼성벤처투자 대표이사를 맡아 AI·로봇·바이오·반도체 투자 경험을 쌓은 인물이다. 개발 출신의 윤 사장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AI·로봇 등 미래 기술을 중심으로 강화하겠다는 의지로 해석된다.
이날 인사와 맞물려 그룹 차원의 투자·M&A 향방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삼성은 사업지원TF를 상설 조직인 사업지원실로 전환하고, 전사·DS·DX 경영지원 라인을 두루 거친 박학규 사장을 사업지원실장으로 세웠다. 동시에 사업지원실 내에 처음으로 M&A 전담 조직을 신설하고, 하만 인수를 주도했던 ‘빅딜 전문가’ 안중현 사장을 초대 팀장으로 선임했다.
이에 업계에서는 DS·DX 투톱 체제가 자리 잡은 만큼, 앞으로 사업지원실 M&A 조직이 두 부문의 성장과 신사업 확장에 어떤 시너지를 낼 지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다만 삼성전자 측은 M&A 조직 변화에 대해 “원래 존재하던 기능을 재정비해 이름을 붙인 수준으로, 조직 신설만으로 갑작스럽게 대형 거래가 가동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선을 그었다. 사업지원실 내 M&A 조직이 ‘이벤트성 딜’을 밀어붙이기보다는, DS·DX가 추진하는 메모리·파운드리·모바일 사업과 보조를 맞춰 중장기 투자 포트폴리오를 설계하는 방향에 무게를 두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최근 엔비디아의 ‘빅 딜’ 발표에 M&A 이벤트가 활용될 가능성도 거론된다. 삼성이 엔비디아의 GPU 5만개를 도입해 설립하는 AI 팩토리, HBM4·GDDR7·SOCAMM 수주, 파운드리 협업, 지능형 기지국(AI-RAN)·로봇·디지털 트윈 등 협업 범위가 방대한 만큼, 관련 밸류체인에서 전략적 지분투자나 인수합병을 통해 공급망·기술 기반을 넓히는 시나리오가 부각되고 있다. 피지컬AI 부문도 거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번 인사와 관련해 “MX와 메모리 등 주요 사업의 지속적인 경쟁력 강화와 시장 선도를 위해 양 부문장이 사업부장을 겸직하는 체제를 유지했다”며 “반도체 미래 신기술 연구와 AI 중심 기업으로의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해 각 분야 최고 전문가를 SAIT 원장과 DX부문 CTO에 과감히 선임했고, 이를 통해 AI 시대 기회 선점의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