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카오뱅크·제주은행, 1200만명 ‘씬파일러’ 잡아…비금융 데이터로 대출 판도 바꾼다
- 카카오뱅크·제주은행, 통신요금·결제이력·ERP 매출 등 비금융 데이터로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34%…시중은행 17.9% 대비 2배 - 씬파일러 1200만명, 재무제표 작성 후 6개월~1년 지연으로 실시간 반영 불가…구조적 한계 - 신용평가사 비금융 데이터 8% 반영, 정부 중저신용자 대출 30% 의무화…지난해 1조1658억원 공급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은행권이 통신요금과 온라인 결제 이력, 기업 매출 데이터까지 신용평가에 반영하기 시작하면서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1200만명의 대출 문턱이 낮아지고 있다.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4%까지 끌어올렸고, 시중은행의 17.9%를 크게 웃돌았다.
키움증권은 19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대출시장에서 대출 주체의 다양화, 대출 대상 확장, 비전통 데이터 활용 확대 등 새로운 변화가 생기고 있다"며 "소비 패턴, 통신비, 공과금 납부 데이터 등 비전통적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ERP(전사적자원관리) 데이터 등 실시간 활용도를 높인 신용평가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최근에는 카카오뱅크와 제주은행 등 인터넷·지방은행을 중심으로 다양한 비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특히 더존비즈온 ERP를 사용하는 중소기업 11만개, 회계법인 1만6000개, 소상공인 4000개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 모델이 개발되고 있다.
2025년 기준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씬파일러(Thin Filer)'는 1200만명으로 전체 성인 인구의 약 27%에 달한다. 이들은 주로 사회초년생, 주부, 외국인 등으로, 전통 신용평가 방식에선 정확한 평가를 받지 못했다. 업계에서는 "재무제표 중심 전통 신용평가는 작성 후 6개월에서 1년가량 지연돼 실시간 기업 상황을 반영하지 못한다"며 "이는 중소기업과 개인 모두에게 해당하는 구조적 한계"라고 지적했다.
비금융 데이터 활용은 이런 한계를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신용평가사 중 한 곳은 이미 전통적 신용행동 외에 비금융·마이데이터 정보를 약 8% 비중으로 모델에 반영하고 있다. 이런 변화에 따라 인터넷은행 3사는 올해 1분기 전체 신용대출 중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34%까지 끌어올렸다. 이는 시중은행 17.9%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로, 데이터 기반 심사 방식이 실제로 시장 격차를 만들고 있음을 방증한다.
정부는 포용금융 확대를 위해 인터넷은행의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의무 비중을 신규취급액 30% 이상으로 설정했다. 실제로 인터넷은행 3사는 지난해 중저신용자에게 1조1658억원을 신규 공급하며 포용적 금융의 실질적 변화를 이끌고 있다.
이처럼 비금융 데이터 기반 신용평가의 확산은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1200만명 씬파일러 등 기존 사각지대의 대출 문턱을 낮추는 한편, 은행권의 데이터 경쟁을 본격화시키고 있다. 앞으로 데이터 혁신의 속도에 따라, 더욱 많은 금융 약자가 새로운 기회를 얻게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