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케미칼·HD현대케미칼, 첫 구조조정안 확정…대산 단지 재편 본격화

대산 석유화학단지 설비 통합 승인 절차 임박 공정거래법 적용 유예·세제 지원 논의 본격화 예상 다른 산업단지로 구조조정 확산 가능성 주목

2025-11-17     정창현 기자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국내 주요 석유화학 기업인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이르면 이번 주 양사의 석유화학 사업재편안을 확정할 전망이다. 지난 8월 정부와 10개 석유화학 기업이 체결한 자율 협약 이후 첫 구조조정안이라는 점에서, 업계 전반의 재편 움직임이 가속될지 이목이 집중될 전망이다.

17일 업계에 따르면 양사는 이번 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충남 대산 석유화학단지 내 설비를 통합하는 사업재편안을 정식 승인할 예정이다. 양사는 이미 재편안 초안을 정부에 제출해 세부 조율을 마친 것으로 전해졌다. 이는 석화업계 구조조정 논의가 지지부진하다는 지적 속에서 나온 첫 결실이라는 점에서도 의미가 크다.

재편안의 핵심은 롯데케미칼이 대산 공장의 나프타분해설비(NCC) 등을 현물 출자 방식으로 HD현대케미칼에 이전하고, HD현대케미칼은 현금 출자를 통해 합작법인을 세운 뒤 양사 지분을 비슷한 수준으로 재조정하는 방식이다. 현재 HD현대케미칼 지분은 HD현대오일뱅크 60%, 롯데케미칼 40% 구조다. 양사가 합작사를 중심으로 설비를 통합하는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이번 재편의 골자다.

이사회 승인 이후 두 회사는 확정된 합의안을 관계 부처 및 기관에 제출하고 발표 시기와 후속 절차를 협의할 계획이다. 정부는 첫 사업재편 사례가 나온 만큼 공정거래법 저촉 문제, 세제 지원 등 이행 지원 방안을 조속히 마련해 발표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현행 공정거래법이 기업 결합을 통해 시장점유율 1위 업체가 등장하는 것을 제한하고 있어 관련 규제 유예 검토가 함께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

업계에서는 정부의 지원 발표 시점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대산 단지의 재편안이 확정되면 공정위와 기획재정부의 대응도 더 구체적으로 제시될 가능성이 있다”며 “업계 전반이 어떤 지원을 받을 수 있을지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다만 두 회사의 설비 통합만으로는 정부가 제시한 연 370만톤 규모의 에틸렌 생산 감축 목표에는 미치지 못하는 상황이다.

대산 단지 외 지역의 재편 속도가 더디다는 점도 과제로 남아 있다. 울산에서는 대한유화,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등 3사가 외부 컨설팅 기관과 협력해 재편안을 마련 중이지만 구체적 진척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여수 단지에서는 LG화학이 GS칼텍스에 여수 NCC 통합 운영을 제안했으나 후속 협의가 지연되고 있으며, 롯데케미칼과 여천NCC 통합 논의 역시 여천NCC 공동 주주 간 갈등이 선결 과제로 꼽힌다.

정부는 연말로 못 박은 제출 시한을 강조하며 업계에 속도전을 주문하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지금이 마지막 기회이며 연말까지가 골든타임”이라며 “이 시기를 넘기면 정부와 채권금융기관도 조력자로 남기 어렵다”고 경고했다. 동시에 선제적으로 재편을 추진하는 단지와 기업에는 신속한 지원을 약속해 사업재편 촉진 의지를 분명히 했다.

업계 관계자는 “대산 단지가 첫 사례를 만든 만큼 울산과 여수 단지도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상황에 놓였다”며 “다른 지역의 논의가 실질적 단계로 넘어갈 수 있는 신호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