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중앙회, 인사 쇄신의 첫 단추는...리더십 개혁
수사 리스크 속 강호동 체제 유지…“개혁의 첫 단추는 리더십 교체” 조합 기반 권력구조가 발목…제도만 바꿔선 ‘코드 인사’ 끊기 어려워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농협중앙회가 인사 쇄신을 선언했음에도 내부에서는 리더십이 근본적인 문제라는 분석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최근 리더십 리스크가 불거졌고, 농협 특유의 조합 권력구조가 이러한 개혁을 사실상 제약하고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농협 인사는 오랜 기간 ‘코드 인사’와 ‘라인 중심 보직 배치’의 논란을 벗어나지 못했다. 중앙회, 지역 조합, 농협금융지주·계열사로 이어지는 삼중 권력축이 서로 얽혀 있어, 실제 인사 결정은 능력 기반보다는 조직 내 이해관계와 구심점에 따라 좌우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 내부 직원들의 공통적 문제제기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회장의 리더십은 인사 개혁의 방향성을 정하는 핵심 변수다. 하지만 강호동 회장은 현재 수사기관의 조사를 받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져 있어, 내부에서는 “윤리성 리스크를 안고 있는 지도부 아래서 인사 개혁의 정당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반응이 나오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회장 퇴진이 개혁의 출발점이 돼야 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된다. 농협 인사의 결정적 지점이 여전히 중앙회장의 의중에 크게 좌우되는 만큼, 지도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는 한 구조적 변화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다만 농협 내부 정서와 조합 표심 구조를 고려하면 회장 교체 가능성은 높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농협중앙회는 최근 “경영성과·전문성 중심의 임원 인사 원칙을 확립하고 12월 인사부터 바로 적용하겠다”고 밝혔지만, 내부 신뢰 회복에는 한계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회의 메시지와 실제 보직 결과 간 괴리가 반복돼 왔기 때문이다.
조합 권력구조 역시 개혁의 걸림돌로 지목된다. 농협중앙회장은 전국 1100여 조합장의 표심으로 선출되기 때문에, 회장은 자연스럽게 조합 간 이해관계를 조정해야 하는 구조에 놓인다. 이 관계가 인사에도 반영되면서 “개혁보다 조합 정치가 우선되는 구조”라는 비판이 계속된다.
특히 회장이 교체될 경우 조합 권력맵이 크게 흔들릴 수 있기 때문에, 조합 내부에서는 강호동 회장의 거취 문제에 대해 신중하거나 보수적인 입장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개혁의 동력 확보에 오히려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금융 계열사 지배구조와도 연결된다. 농협금융지주와 NH농협은행 등 주요 금융사 CEO 인선은 전통적으로 중앙회장의 영향력이 크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즉, 중앙회의 인사개혁 실패는 금융 계열사의 내부 통제·건전성 관리에도 직접적인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농협 인사 개혁은 조합 기반 정치 구조와 회장 중심 권력축이 유지되는 한 제도 개편만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하다”고 강조한다. 실제로 과거 인사개혁 시도들도 대부분 “제도는 바뀌었지만 인사 결과는 그대로”라는 비판을 받았다.
농협 내부에서도 “개혁은 결국 사람에서 시작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방침만 내세운다고 개혁이 되는 것이 아니라, 인사권을 가진 최고 책임자가 확실한 결단을 내릴 의지가 있느냐가 핵심”이라는 진단이다. 회장 퇴진론이 조직 안팎에서 수면 위로 올라오는 배경이다.
농협중앙회 측은 “능력 중심의 인사체계 확립을 위해 각종 제도 개선을 추진하고 있고, 투명성을 강화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내부에서는 “지도부 리스크가 해소되지 않으면 인사 개혁은 선언적 의미에 머무를 것”이라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결국 농협 인사개혁의 실질적 성패는 강호동 회장의 거취와 조합 권력구조가 얼마나 재정비될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는다. 개혁의 명분과 과제가 쌓여 있는 가운데, 농협 조직이 구조적 관성을 벗어나 신뢰를 회복할 수 있을지가 향후 최대 관심사로 부상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