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집 구매 멈추니, 집밥도 멈췄다...‘정착 불가능 사회’가 만든 소비의 냉각

부동산 규제 여파로 이사 멈추고 소비도 냉각 가구·쌀·생활 소비 전반에 ‘정착 불안’ 그림자 가격보다 ‘사는 삶’을 돌아봐야 할 때

2025-11-13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요즘은 이사 가는 손님이 없어요.”

경기도 판교의 한 가구점 사장은 최근 몇 달을 이렇게 요약했다.

까사미아

가을 이사철 특수를 기대하던 업계의 예상은 올해 부동산 규제로 인해 완전히 빗나갔다. 집이 팔리지 않고, 이사가 멈추니 가구업계에 찬 바람이 분다.

실제로 앞서 정부의 잇따른 대출 규제와 10·15 부동산 대책으로 거래가 막히면서 주택 시장은 사실상 정지 상태에 들어갔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지난 6월 1만2000건에서 7월 4000건대로 떨어졌고, 한샘·현대리바트·신세계까사 같은 주요 가구업체들은 일제히 실적이 쪼그라들었다.

“요즘은 가정용 가구 주문이 거의 없고, 사무용 납품이 전부예요.”

업체 관계자의 말은 간단하지만, 현 상황을 압축한다. ‘집이 멈추면, 가구도 멈춘다.’

생활의 다른 끝에서도 같은 현상이 포착된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올해 쌀 생산량은 353만9000톤. 지난해보다 4만 톤 줄며 4년 연속 감소세다.

물론 재배면적 축소의 영향이 크지만, 소비도 함께 식고 있다. 예전엔 새로 입주한 신혼부부가 밥솥과 식탁을 들이고, 그 위에 첫 집밥을 올리던 풍경이 흔했다.

하지만 지금은 ‘정착하지 못하는 삶’이 일상이 됐다. 전월세를 전전하고, 언젠가 집을 살 날을 기다리며 소비를 멈춘다. 이에 냉장고도, 식탁도, 쌀도 덜 팔린다.

부동산 규제는 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의 탈을 썼다. 단, 그 그늘 아래선 ‘사는 일’이 위축되고 있다.

한 가지 의문이 떠오른다. 집이 단순한 자산이 아니라 ‘삶의 출발선’이라는 사실을 잊고 있는 건 아닐까.

정책은 가격을 잡으러 출발했는지 모르지만, 현 시점에선 가격보다도 사람들의 삶의 리듬을 붙잡아버렸다.

집은 단순한 벽과 지붕이 아니다. 누군가의 식탁이 놓이고, 밥 냄새가 나는 공간이다. 그러한 집이 멈췄다는 건, 삶의 온기 역시 멈췄다는 뜻이다.

세금과 대출을 더욱 조이는 규제 압박이 예고된 상태에서, 집이 단순히 투기 수단이 아닌 정착을 위한 삶의 터전이라는 점을 다시 상기해야 하지 않을까. 단순히 가격을 잡는 정책이 아니라, 사람이 살 수 있는 정책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