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테이블코인 '비은행 발행' 허용 가닥…4대 은행 '긴장'

정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 비은행까지 확대 검토 은행권 “결제 주도권 흔들릴라”…4대 은행 긴장 고조

2025-11-12     박금재 기자
4대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발행 주체를 은행 외 금융·핀테크 사업자로 확대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검토하면서, 시중은행들이 긴장하고 있다. 디지털 자산 시장이 제도권에 편입되는 구도가 본격화되는 가운데, 스테이블코인 시장 주도권이 기존 은행에서 비은행권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디지털자산 기본법 논의 과정에서 스테이블코인을 제도권 금융과 연동하는 정책 방향을 시사하며, 발행 주체에 은행만이 아닌 비은행 금융사와 일정 요건을 갖춘 핀테크 기업도 포함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시장에서는 사실상 스테이블코인 발행이 '은행 독점'이 아닌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스테이블코인은 법정화폐 가치에 연동돼 가격 변동을 최소화한 가상자산으로, 글로벌 결제·송금·자산거래 인프라에서 핵심 역할이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서는 페이팔(PayPal)과 서클(Circle)이 스테이블코인을 선도하고 있으며, 유럽은 'MiCA' 법안 시행을 통해 비은행 발행도 제도권에 편입했다.

국내 금융권은 이 같은 흐름이 국내에서도 재현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4대 은행(국민·신한·하나·우리)은 이미 내부적으로 스테이블코인 연구를 진행해 왔으나, 규제 불확실성과 기존 은행 중심의 신중론 탓에 적극적인 사업 검토는 제한적이었다. 그러나 정책 환경 변화가 가시화되면서 대응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디지털 자산 시장이 급속히 커지는 상황에서 스테이블코인은 결국 디지털 머니 경쟁의 핵심”이라며 “발행 권한이 은행 외로 열리면 플랫폼·빅테크·핀테크가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은행이 움직이지 않으면 예금 기반 경쟁력도 장기적으로 흔들릴 수 있다”고 덧붙였다.

비은행권은 이번 정책 기류를 기회로 보고 있다. 국내 대형 핀테크 업체는 이미 글로벌 스테이블코인 발행사와 연계하거나 자체 디지털머니 프로젝트를 추진해 왔다. 업계에서는 국내에서도 토스, 카카오페이, 네이버파이낸셜 등 대형 플랫폼 기업이 스테이블코인 경쟁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다만 금융당국은 비은행 발행 허용과 함께 강도 높은 자본·준비금·유동성 관리 기준을 적용할 방침이다. 스테이블코인의 안전성 문제가 국제 금융 리스크로 이어진 사례(테라USD 사태 등)가 존재하는 만큼, 발행 주체 요건을 은행 수준으로 설정하거나 일부 항목은 더 엄격히 적용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은행권은 스테이블코인이 제도권 결제 수단으로 자리잡을 경우 기존 예금·결제 인프라와 충돌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특히 오픈뱅킹·마이데이터에 이어 디지털머니 시장까지 열리면 전통 금융기관의 경쟁 환경이 급격히 변화할 수 있다. 스테이블코인이 장기적으로 예금 대체 가능성을 띤다는 분석도 은행권 긴장 요인이다.

금융정책 전문가들은 “스테이블코인 발행 시장을 누가 주도하느냐에 따라 금융산업 구조가 바뀔 수 있다”고 지적한다. 이어 “은행도 단순히 규제 논리만으로 접근하기보다는 블록체인 기반 금융 모델에 대한 선제적 전략을 마련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4대 금융그룹은 현재 블록체인·CBDC(중앙은행 디지털화폐) 기술 연구를 병행하고 있으며, 일부 계열사는 토큰화증권(STO)과 연계된 디지털 자산 인프라 구축도 검토 중이다. 그러나 스테이블코인은 직접 발행 논의보다는 ‘시장 상황 주시’ 단계에 머물러 있었다. 규제 방향이 정해질 경우 전략 전환 절차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결국 정부의 스테이블코인 비은행 발행 허용 기조는 국내 금융지형에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신호탄이다. 디지털 자산 생태계가 본격 제도권에 편입되는 과정에서, 은행과 핀테크의 경쟁 구도와 협력 방식도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권이 방어적 기조를 넘어서 적극적 참여로 방향을 틀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