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車정비업계 톺아보기]③ 대기업 진출 막힌 정비업... 피해는 소비자 몫

안전한 전기차 수리 위해서는 대규모 투자 필수... 영세 사업자 한계 뚜렷 유럽은 대기업의 시장 진입 허용, 소비자 '수리권' 보장 업체의 자유로운 시장 진입과 RMI 공개가 기본, 국내는 정반대 스탠스

2025-11-12     김지윤 기자

한국은 글로벌 3위의 현대차그룹을 보유한 자동차 강국이지만 정비업계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따라가지 못하고 후진적 관습을 되풀이하고 있다. 협의체 구성에서부터 수리 비용 산정까지 여러 이권이 얽힌 가운데 제도가 고착화됐다. 하지만 모빌리티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지금, 산업 생태계의 한 축인 정비업계에도 거대한 변화의 파도 앞에 섰다. 연재기사를 통해 정비업계 현행제도의 문제점과 향후 개선 방안을 짚어보고자 한다.

분재는 나무의 뿌리를 자르고 가지를 철사로 묶어 원하는 모양으로 만드는 식재 방법이다. 잘 관리하면 예술이 되지만 서툰 주인을 만나면 나무가 상한다. 

업계 관계자들은 한국의 자동차 정비업계가 서툰 주인을 만난 분재와 비슷하다고 이야기한다. 정부가 규제할 부분과 자율에 맡길 부분을 잘못 판단해 모양이 요상해졌다는 것이다. 정부는 시장 참여자를 제한해 건전한 경쟁을 저해하면서도 요금 산출 기준은 방관하며 시장의 혼란을 초래하고 있다.

그간은 고착화된 제도 속에서 업계가 유지됐지만,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기반의 미래형 자동차(SDV)가 등장하며 문제가 수면 위로 올라왔다. 

▲ 늘어나는 전기차, 정비업계는 준비가 안됐다

올해 국내 신차판매 중 전기차 비중은 10% 후반대로 유럽과 비슷한 수준이다. 정부는 국가별온실가스감축목표(NDC)에 따라 2030년까지 전기차를 450만대 이상으로 늘리겠다는 목표를 세우는 등 점유율 확대에 적극적이다.

하지만 자동차 산업의 한 축인 정비업계는 전기차 시대에 대비가 돼 있지 않다. 

우선 정비 시설과 정비사 교육 문제가 크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정비 절차가 까다롭다. 전기차는 500V 이상의 고전압을 다루는 만큼 수리 전 절연 절차를 거쳐야 하고 수리 중 배터리 팩은 반드시 절연 작업대에 분리해 보관해야 한다. 

또한 충돌 사고 차량은 배터리 폭발 위험이 있어 다른 차량과 분리된 차고지에 둬야 한다. 전기차를 수리하기 위한 기본 원칙들이지만 현업에서는 전혀 지켜지지 않는다. 

업계 관계자는 "현업에서 전기차에 대한 이해나 준비는 처참한 수준이다. 일부 업장에서는 도장 후 열처리를 할 때 배터리를 분리하지 않는다. 100℃ 이상 올라가는 열처리 부스에 배터리를 그대로 넣고 같이 구워버리는 거다"며 "이 외에도 절연저항 측정기, 절연장갑 등 기본적인 물품이 구비돼 있지 않은 등 작업환경이 매우 열악하다. 언제 인명사고가 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말했다.  

국회에서는 전기차 수리를 위한 교육을 의무화하자는 이야기도 나왔지만 토의 수준에 머물고 법제화에는 이르지 못했다. 올해 초 이뤄진 국회 토론회에서는 자동차정비협회의 반대가 심했다. 영세한 사업장에서는 직원 교육으로 인한 금전적 손실을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다. 

업체 입장에서 직원 교육이나 설비에 투자를 감행할 이유가 없기도 하다. 정비 퀄리티를 높인다고 해서 시간당 공임을 더 높게 받을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현행은 소속 지역에 따라 시간당 공임이 정해지는 방식으로, 업체 수준에 따라 보상이 돌아가는 구조가 아니다.

▲ 경쟁 통한 성장은 '먼나라 이야기'... 피해는 소비자에게

업계를 진일보 시키려면 대기업 진입 규제를 풀어야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그간 자동차 정비업은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돼 대기업의 시장 진입이 제한돼 왔다. 현대차 블루핸즈, 기아 오토큐, SK 스피드메이트 등의 사업체가 있지만 프랜차이즈 가맹 형태로 소유권이 점주에게 있어 중소기업으로 분류된다. 

점주 개인이 투자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일반 영세 업체와 마찬가지로 설비 투자에 한계가 있다. 

유럽은 2010년 MVBER(Motor Vehicle Block Exemption Regulation) 제도를 도입하면서 대기업이 정비업에 진출할 수 있도록 시장을 열었다.

제조업체의 정비시장 독점을 막고 정비 품질을 개선하기 위한 선택이었다. 당시 차량에 ADAS, 인포테인먼트 등 첨단 시스템이 도입되며 영세한 정비업체들이 서비스 한계에 직면했었다.

현재 유럽에서는 독일 보쉬(Bosch), 프랑스 토탈에너지스(Total Energies)와 같은 글로벌 대기업들이 직영 형태로 정비 사업에 진출해 있다.

또한 벤츠, BMW같은 완성차 제조사들도 자유로운 시장 진출이 가능하다. 반면 국내에서는 제조사의 직접적인 정비업계 진출을 제한하고 있다. 「자동차관리법」 제53조에 따라 자동차 제조사는 무상수리(리콜·보증수리)와 기술 지원을 위해서만 직영 정비시설을 운영할 수 있다. 

대신 유럽은 RMI 공개를 강제하며 시장 형평성을 유지한다. RMI는 제조사의 유지·보수 정보(RMI: Repair and Maintenance Information)로 자동차 수리에 중요하다. 특히 전기차, 첨단차는 RMI 없이는 BMS 정보를 볼 수 없고, 소프트웨어 접근성이 제한돼 수리가 거의 불가능하다. 

유럽은 MVBER 제도 내에 '제조사가 RMI 정보 접근을 방해해선 안된다'는 조항을 명시함으로 타 정비업체들의 정비권을 보장했다. 제조사가 완성차 판매부터 에프터마켓까지 수직 독점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다.

▲ 국내는 유럽과 정반대 행보... 시장 진입 제한하고 RMI 공개 안해

한국은 유럽과 정확히 반대되는 스탠스를 취하고 있다. 업체들의 자유로운 시장진입을 제한하면서도 RMI 공개를 의무화하지 않아 일반 정비업체의 자동차 정보 접근이 제한된다. 

수입차 업체들은 RMI를 판매하고는 있지만 법적 기준이 없어 금액이 천차만별이고, 제조사 판단으로 판매를 거부할 수 있다. 또한 현대차와 기아차는 RMI를 아예 판매하지 않는다. 

유럽에서는 제조사들은 타 정비업체에도 협력사와 같은 가격으로 RMI를 제공해야 한다. MVBER 제도 내에 “제조사가 제3자에게 비차별적으로 RMI를 제공해야 한다”는 규정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올데이타(ALLDATA), 아우다데이타(Autodata)와 같은 중간 밴더사에 RMI를 제공해 정비업체들이 각 제조사의 정보를 통합형으로 구독할 수 있도록 했다. 

국내에서도 RMI 공개를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지만 여러 이권에 부딛혀 제대로된 법안 조차 발의되지 않았다.

올해만 3번 이상 같은 주제로 공청회 및 세미나가 열렸지만 제조사는 '지적재산권 보호'로 RMI 공개를 꺼리고 있고 정부는 이를 책임지고 운영할 부서를 정하지 못하며 논의를 진전시키지 못하고 있다.

[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