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디지털 전환 '거북이걸음'…이광희 행장에 쏠린 시선

이광희 체제 ‘안정 우선’…디지털 조직 전환 속도 차 논란 본사 의사결정 구조·인재 전략 한계…미래 경쟁력 시험대

2025-11-11     박금재 기자
이광희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금융권이 AI·초개인화 금융 경쟁에 본격 돌입한 가운데, 이광희 SC제일은행장의 전략에 시장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그러나 취임 1년차 행보만 놓고 보면, 기존의 안정 중심 운영 기조를 유지하며 공격적 디지털 전환 드라이브를 걸지 않고 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급변하는 금융 환경 속에서 혁신 속도가 뒤처지고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이광희 행장은 2024년 초 취임하며 '안정적 성장과 글로벌 역량 강화'를 경영 기조로 밝혀왔다. WM(자산관리)·기업금융 중심의 SC제일은행 특유의 포지션을 유지하면서, 외국계 본사의 리스크 관리 기준과 자본 효율성을 준수하는 전략을 이어가고 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전략 기조가 너무 조용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AI 자산관리, 데이터 기반 대출 심사, 비대면 기업금융 플랫폼 구축 등 경쟁 은행들이 전략 투자에 속도를 내는 것과 대비된다는 것이다.

국내 시중은행은 AI 기반 은행 운영체계를 구축하는 단계에 진입했다. 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은 자체 AI 언어모델, 초개인화 마케팅 엔진, 로보어드바이저 고도화, 금융데이터 활용 모델 등을 앞세우고 있으며, 인터넷은행과 빅테크는 고객 접점 확대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반면 SC제일은행은 대규모 AI 프로젝트나 기술 채용 확대 사례가 제한적이다. 디지털 플랫폼 경쟁에서 외형적 존재감이 크지 않은 만큼, ‘소극적 대응’이라는 평가가 반복되고 있다.

전략적 한계는 의사결정 구조에도 있다. SC제일은행은 글로벌 본사(SC그룹) 전략 체계에 따라 투자·조직 결정을 내리는 구조다. 글로벌 통합 플랫폼 전략 도입이 한국 시장에 반영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고, 자체 독립적인 디지털 투자 결정 속도도 시중은행에 비해 늦어질 수밖에 없다. 시장에서는 “이광희 행장 체제에서도 본사 중심 모델이 강화되는 흐름”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고객 구조 측면에서도 리스크가 제기된다. SC제일은행은 고액자산가와 글로벌 금융 수요 고객 중심 전략을 유지하고 있지만, 국내 금융 시장에서는 MZ세대 고자산가 증가와 디지털 금융 소비 패턴이 빠르게 자리 잡고 있다. 디지털 PB 경쟁이 심화되는 상황에서 SC제일은행의 플랫폼 경쟁력은 제한적이라는 게 중론이다. 미래 고객 확보 전략이 후순위로 밀릴 경우, WM 경쟁력 자체가 장기적으로 약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 IT 업계 한 관계자는 “외국계 은행은 본사 기준에 묶여 혁신 타이밍이 늦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이광희 행장이 리스크 완화형 운영에 집중한다면, SC제일은행은 디지털 경쟁력 격차가 더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물론 내부에서는 “전면전보다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는 반론도 있다. SC제일은행이 강점을 가진 외환·기업금융·글로벌 자산관리 영역에 자원을 집중하고, 무차별적인 플랫폼 경쟁에 휩쓸리지 않겠다는 판단이다. 그러나 금융업이 데이터 기반 산업으로 재편되는 흐름을 고려하면, 안정 중심 전략이 기회 상실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가 더 크다.

결국 이광희 체제는 ‘조용한 안정’인가, ‘디지털 속도 미스매치’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고 있다. 해외 본사와 국내 시장 환경 간 균형을 어떻게 맞추고, 디지털 혁신에 실질적 추진력을 확보할지 여부가 향후 평가의 핵심이 될 전망이다.

국내 금융시장의 변화 속도는 점점 빨라지고 있다. 이광희 행장이 SC제일은행을 안정적 글로벌형 은행으로 만들지, 아니면 디지털 전환 시기에 뒤처지는 은행으로 남길지는 올해 전략 전개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