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인프라 붐 속 건설업, 에이전틱 AI로 침체 돌파구 찾나?

- DL이앤씨와 현대건설 등 여러 건설·설계사 AI 도입 시도 - 파일럿 중심 도입에 그친 AI 기술, 데이터 인프라·조직 역량 없으면 현장 확산 한계

2025-11-11     문홍주 기자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건설업이 장기 침체와 원가 상승, 인력 부족이라는 구조적 난제에 직면한 가운데, 산업계 전반에 불고 있는 ‘AI 인프라 투자 붐’이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와 대형 ICT 기업들이 대규모 GPU 투자를 통해 초대형 AI 컴퓨팅 인프라를 구축하는 가운데, 건설업계 내부에서는 단순 자동화가 아닌 스스로 판단·실행하는 ‘에이전틱 AI(Agentic AI)’의 도입 논의가 본격화되고 있다.

다만 실제 현장 적용은 대부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어 '기회는 열려 있지만 넘어야 할 벽도 높다'는 지적이 동시에 나오고 있다.

 

국내에서는 DL이앤씨와 현대건설 외에도 여러 건설·설계사가 AI 도입을 시도하고 있다. 한화는 현장 CCTV와 센서를 연계한 위험행동 탐지 시스템을 일부 현장에서 시험 적용하고 있으며, 플랜트 사업부를 중심으로 AI 기반 설계 자동화 기술도 연구 중이다.

희림종합건축사사무소는 BIM 데이터와 AI를 결합한 설계 옵션 자동생성, 도시계획 입지분석 모델을 R&D 프로젝트로 개발해 일부 사업에 시범 반영하고 있다. 롯데건설, 포스코이앤씨, 코오롱글로벌 등도 공정 예측, 자재 수요 분석, 드론 영상 기반 외관 점검 등 다양한 AI 솔루션을 도입하고 있지만 대부분 특정 현장에 한정된 ‘부분 적용’ 수준이다.

이런 가운데 정부는 최근 AI 인프라 확충을 핵심 경제정책으로 내세우고 2027년까지 민간·공공 분야에서 대규모 컴퓨팅 투자 확대를 추진 중이다. 국내 빅테크와 글로벌 기업이 참여하는 AI 클라우드·데이터센터 프로젝트도 잇따르고 있어 건설사 입장에서는 토목·플랜트·전력설비 분야의 신규 수요가 늘어나는 동시에, 자사 현장을 AI 기반으로 전환할 수 있는 기술적 기반도 마련되고 있다.

에이전틱 AI는 기존 생성형 AI와 달리 목표 설정, 다단계 판단, 실행·피드백까지 스스로 수행하는 점이 특징이다. 설계·시공 데이터를 분석해 위험요인을 찾아내고, 자재·인력 배치를 자동 조정하거나, 드론·센서를 통해 수집한 정보를 바탕으로 현장 상황을 실시간 업데이트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이론적으로는 변수가 많은 건설현장에 최적화된 기술로 평가된다.

실제 국내에서도 관련 시도가 늘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KICT)은 민원·현장 데이터를 분석하는 AI 모델을 에이전트 구조로 확장해 도로공사 현장에 시범 적용했으며, 일부 대형사들은 공정지연 예측, 자재 소요량 산출, 위험요소 모니터링 등에 AI를 접목한 시스템을 구축 중이다. AI 스타트업들도 산업 현장용 에이전틱 AI 플랫폼을 앞다퉈 내놓으며 시장 확대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기술 도입의 실제 효과를 둘러싼 의문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국내 건설현장은 종이 도면·현장 중심 문화가 여전히 강해 AI가 활용할 데이터 자체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반복된다. BIM(건설정보모델링), IoT 센서, 드론 계측 같은 디지털 인프라가 충분히 갖춰지지 않은 현장이 적지 않아, 에이전틱 AI가 “작동할 환경”이 마련되지 않은 것이다.

조직 차원의 흡수력도 문제로 꼽힌다. AI 관련 연구에 따르면, 국내 건설사의 AI 도입 여부는 기술 역량보다 경영진 의사결정·조직문화·현장 관리자 수용성에 따라 큰 차이를 보인다. 기술은 갖췄지만 적용이 확대되지 못한 사례가 많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대다수 AI 프로젝트가 ‘전사 적용’으로 확장되기보다 ‘파일럿’ 단계에서 멈추는 경우가 많다는 비판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건설업계가 AI를 침체 돌파구로 활용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투자보다 “맞는 영역부터 확실한 성과를 내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위험 요소가 명확하고 효과가 빠른 안전관리·현장 모니터링·민원 대응 같은 영역에서 에이전틱 AI를 먼저 적용하는 것이다. 이후 저장된 데이터 기반을 바탕으로 공정·원가·품질관리 등으로 확장하는 방식이 현실적이라는 평가다. 또한 데이터 수집체계 구축, 현장 디지털화, AI 운영을 책임질 전문인력 확보 등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AI 인프라 확장과 함께 건설업의 역할 변화 가능성도 제기된다. 단순 시공업체를 넘어 AI 기반 디지털 플랫폼·시설 운영 기술을 갖춘 “종합 인프라 기업”으로 전환할 기회가 열렸다는 분석이다. AI 데이터센터·전력 인프라 수주 시장의 성장도 건설사에 새로운 사업 포트폴리오를 제공할 수 있다.

건설 업계 관계자는 "에이전틱 AI가 침체된 건설업의 ‘구원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기술 도입을 넘어 데이터·조직·현장·사업모델 전반의 구조적 혁신이 필요하다"라며 "AI가 실제 현장 성과로 이어지느냐가 관건”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