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업계, 정부 압박에 구조조정 속도전…대산은 진전, 여수·울산은 답보
대산산단, 롯데케미칼·HD현대오일뱅크 NCC 통합 논의 마무리 단계 여수·울산산단, 지분·감산안 의견차 지속되며 컨설팅 착수도 지연 정부, 연말까지 '골든타임' 못 박아, 업계는 현실적 난관 토로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공급과잉으로 위기를 겪고 있는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정부의 사업 재편안 제출 시한을 앞두고 긴박한 분위기 속에 재편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그러나 산업단지별로 추진 속도 차가 뚜렷하게 드러나면서, 정부의 압박에도 업계 내 협상은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는 모양새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대산산업단지에서는 롯데케미칼과 HD현대오일뱅크가 나프타분해설비(NCC) 통합을 위한 협의를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두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양사는 합작사 HD현대케미칼의 지분 구조를 재조정하고, 롯데케미칼이 추가 설비를 현물로 출자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업계는 이번 합의가 석유화학업계 전반의 구조조정 신호탄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반면 여수산단에서는 LG화학과 GS칼텍스의 협상이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여수 NCC 2공장 매각과 합작사 설립 방안을 놓고 논의가 이어지고 있으나, NCC 수익성과 투자 비율을 둘러싼 입장 차로 협의가 교착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울산산단도 상황은 비슷하다. SK지오센트릭, 에쓰오일, 대한유화 등 3개 기업이 재편 용역을 발주했으나,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특히 대한유화와 에쓰오일이 컨소시엄 형태로 SK지오센트릭의 NCC 인수를 검토 중이지만, 매각가와 지분 참여 비율을 두고 의견이 엇갈리고 있다.
이처럼 논의가 지연되자 정부는 구조조정 속도전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회의에서 “연말까지가 구조조정의 마지막 기회”라며 “적극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기업은 정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될 것”이라고 밝혔다. 산업통상자원부도 산단별로 1~2개 공장만 남기는 수준의 구조조정을 목표로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이와 관련해 업계에서는 현실적 제약이 크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석유화학 공정 특성상 정유·분해·유도체 공정이 연쇄적으로 연결돼 있어 한 공정의 감산이 전체 공급망과 단가 구조에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여수와 울산산단처럼 유틸리티를 공동 활용하는 지역에서는 한 기업의 조정이 다른 기업의 비용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이같이 정부와 산업 현장의 입장이 차이를 보이는 상황에서, 석유화학업계가 정부가 제시한 기한 내에 구조조정에 합의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시한을 못 박으며 압박하고 있지만, 이해관계가 얽힌 현실에서 단기간 내 결론을 내리긴 어렵다”며 “결국 연말까지는 방향성만 제시하는 수준에 머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중국발 공급 과잉과 수익성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구조조정은 불가피하다”며 “기업 간 이해관계를 넘어 산업 생태계 전체의 경쟁력 회복을 위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