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민이 아닌 회장을 위한 조직으로 변질”...농협중앙회, 쇄신 통한 신뢰 회복 가능할까

강호동 회장, 1억 원 뇌물수수 의혹으로 경찰 수사...지배구조의 한계 노출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 농협중앙회 전반 감사 예고...제도 개편 방안 검토 일각에서 주장되던 연임제 논의도 사실상 무산될 것으로 보여

2025-11-10     나희재 기자

[녹색경제신문 = 나희재 기자] 농협중앙회가 또다시 내홍의 소용돌이에 빠졌다. 강호동 회장이 1억 원 규모의 뇌물수수 혐의로 경찰 수사를 받으면서, ‘제왕적 회장제’라는 고질적 구조의 민낯이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안팎에서는 이번 사태를 단순한 개인 비위로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회장 개인에게 전권이 집중된 구조적 폐단이 근본 원인이라는 것이다. 농협의 경영과 인사 시스템이 사실상 한 사람의 의중에 좌우되는 한, 이러한 위기는 반복될 수밖에 없다는 비판이 거세다.

10일 녹색경제신문 취재에 따르면, 경찰은 강 회장이 2023년 말 농협중앙회장 선거를 앞두고 계열사와 거래 관계를 맺은 용역업체 대표로부터 두 차례에 걸쳐 현금 1억 원을 받은 정황을 포착하고 수사에 착수했다.

일각에선 이번 문제의 본질이 개인적 일탈이 아닌 중앙회회장에게 집중된 권력 구조라는 지적이 나온다.

농협중앙회장은 명목상 비상근직이지만, 실질적으로 농협 조직 전반을 좌우하는 막강한 권한을 지닌 자리다. 계열사 대표 인선은 물론 예산, 감사, 농협금융지주 및 금융계열사 CEO 인사까지 깊숙이 관여하며 사실상 농협을 ‘총괄 지배’한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같은 구조 속에서 ‘회장 라인’을 중심으로 한 인사 줄세우기와 측근 중심의 보은 인사가 관행처럼 굳어졌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실제로 회장 제도 도입 후 역대 회장 7명 중 6명이 비리에 연루돼 사법처리를 받았다. 

한편 정부 역시 더는 방관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농협중앙회뿐 아니라 지역조합장 업무추진비까지 포함한 전방위 감사를 예고했다. 

송 장관은  지난 5일 "농협중앙회에 대한 감사 권한이 있는 만큼 농협 업무 전반에 대해 감사에 착수할 것"이라며 "농협중앙회의 제도 개선을 비롯해 최대한의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권도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국회에서는 농협중앙회장의 권한을 축소하고, 비상임조합장의 연임을 제한하며, 인사 시스템의 투명성을 높이는 내용의 농업협동조합법 개정 논의가 속도를 내고 있다.

핵심은 회장 개인의 권력 집중을 완화하고, 견제와 균형이 작동하는 지배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농협이 공공성과 협동조합의 본래 가치 대신 권력 집단으로 변질됐다는 자성의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한편 이번 사태를 계기로 중앙회장 연임 허용에 대한 명분이 사실상 사라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중앙회장직은 2009년 연임제에서 단임제로 전환됐지만, 최근 다시 연임제를 부활시키자는 논의가 제기돼 왔다.

21대 국회 당시 이성희 전 농협중앙회장 역시 자신의 ‘셀프 연임’을 가능하게 하는 내용의 농협법 개정안을 추진했으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의 법리적 검토 과정에서 제동이 걸리며 결국 통과되지 못한 바 있다.

이후 강 회장은 지난해 정기이사회를 앞두고 '셀프 연임'을 허용하는 농협법 개정안 추진 내용을 담은 기타보고 안건 자료를 이사회 참석자들에게 사전 배포하는 등 논란이 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