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 등 경영진, 'SK텔레콤 해킹 사태' 대응 정보보안 강화 방안 논의...AI 혁명 시대에 선제적 대책 '관심'
- 최근 3일간 'CEO 세미나'... 정보보안·SHE·준법경영 등 논의 - SKT, 25년만에 처음 분기 적자...CEO 교체 등 특단 대책 - 분쟁조정위, 1인당 30만원 배상 의결...SKT 수락 여부 '관심' - 최태원 회장 "기본적 바탕 없이 AI 전환 추진하면 실패 귀결"
[녹색경제신문 = 박근우 기자]
최태원 SK 회장과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정보보안 강화 방안에 대해 심도깊게 논의했다.
지난 4월 유심(USIM) 해킹 사태로 2300만명의 가입자 개인정보가 유출된 SK텔레콤(SKT) 사태에 대한 후속 재발 방지 대책에 나선 모양새다. SKT는 지난 3분기 25년만에 첫 분기 적자를 기록했고 수장까지 바꿨다.
'AI(인공지능) 혁명' 시대엔 정보보안에 따른 신뢰가 더욱 중요해진다는 점에서 SK그룹의 선제적 정보보안 대책에 관심이 모아진다.
SK그룹은 최태원 SK 회장, 최재원 SK 수석부회장,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그리고 주요 멤버사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6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2025 CEO세미나'를 진행했다.
특히 'CEO 세미나'에서는 정보보안을 비롯 SHE(안전 보건 환경)·준법경영 강화 방안을 심도 있게 논의됐다.
경영진은 정보보안을 SK그룹 차원에서 전략경영 과제로 인식하고 개선 우수사례를 공유했다.
아울러 SHE 경쟁력 제고 핵심 과제를 점검하고 실행력 강화 방안을 모색했다. 또한 이사회 중심의 자율책임경영을 바탕으로 준법경영을 더욱 공고히 하기로 했다.
SK그룹 'CEO 세미나'에서 정보보안이 전략경영 과제로 격상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는 지난 4월 발생한 SKT의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에 따른 재발방지대책 일환이다.
SK텔레콤은 유심 정보 해킹 사고 여파로 실적이 곤두박질쳤다. 3분기 연결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보다 12.2% 감소한 3조9781억원으로 집계됐다. 영업이익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91% 감소한 484억원이다.
지난 7월 발표한 해킹 보상 프로그램 ‘책임과 약속’에 따라 8월 모든 가입자 요금 50%를 감면한 영향이 컸다. 이 외에도 멤버십 할인으로 구성된 '고객 감사 패키지' 등 영향까지 더해져 영업이익이 급감했다.
무엇보다, 별도 기준으로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별도 영업손실은 522억원으로 나타났으며 당기순손실은 2066억원을 기록했다.
실적 저조로 3분기 배당은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일각에서는 갑작스러운 배당 미실시는 투자자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아울러 SKT는 지난달 30일 CEO를 교체했다. SK그룹은 사장단 인사를 통해 법조인 출신 정재헌 사장을 새로운 SK텔레콤 CEO로 선임했다. 정재헌 사장은는 서울대 법과대학을 졸업하고 서울중앙지방법원 판사, SK텔레콤 법무그룹장, SK텔레콤 대외협력 사장 등을 역임한 인사다.
법조인 출신을 사장으로 내세운 만큼 SKT는 해킹 사태 후 이어진 사법 리스크 관리에 전력을 다하면서 기존 'AI 인프라' 사업을 동시에 추진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정재헌 사장은 취임 후 첫 공식 자리(SK AI 서밋)에서 “AI 3대 강국 도약을 위해 총력을 다하겠다. 또한 고객 신뢰를 확보에도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정대헌 사장은 당장 당면 과제부터 해결해야 한다.
개인정보 분쟁조정위원회가 최근 SKT에 대해 가입자 1인당 30만 원의 손해배상을 권고하는 조정안을 의결했다. SKT의 수락 여부가 주목된다.
이번 조정은 지난 4월 발생한 유심 해킹 사고로 2300만여 명의 이용자 정보가 유출된 사건과 관련된 것으로, 국내 통신사 해킹 피해 보상 규모 중 최대 수준이다.
분쟁조정위원회는 지난 4일 제59차 전체회의에서 "SKT는 신청인에게 1인당 30만 원씩 배상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내부 관리 및 개인정보 보호조치를 강화하라"고 결정했다. 이번 조정 신청에는 총 3998명이 참여했다.
분쟁조정위는 "유출된 개인정보 악용으로 인한 휴대전화 복제 피해 우려, 유심 교체 과정의 불편, 정신적 손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배상액을 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보호조치 미비, 유출 규모, 사후 대응 노력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했다"고 덧붙였다.
SKT의 조정 수락 여부는 향후 비슷한 개인정보 분쟁의 기준점이 될 전망이다. 현재 신청인은 전체 피해 추정 규모(약 2300만 명)의 0.02%에 불과하다. 만약 모든 피해자가 같은 조건으로 신청해 조정이 성립될 경우 산술적으로 배상액은 최대 6조9000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분쟁조정위는 조정안을 SKT와 신청인 측에 통보했다. 양측은 통보일로부터 15일 내 수락 또는 거부 의사를 밝혀야 한다. 조정을 수락하면 그 효력은 '재판상 화해'와 동일하다. 한쪽이라도 거부할 경우 조정은 불성립돼 절차가 종료된다.
어쨌든 최태원 회장을 중심으로 한 'CEO 세미나'에서 정보보안 등을 중요 의제로 다룬 것은 의미가 있다. 앞으로 AI 시대에는 정보보안이 더욱 더 중요하기 때문.
'CEO 세미나'에서는 각 사가 추진하는 사업의 운영개선(O/I)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이를 통해 본원적 경쟁력을 한층 강화하고, 메모리반도체와 AI 데이터센터 등을 기반으로 다가오는 AI 시대 주도권 확보에 선제적으로 대응해 나간다는 것.
SK그룹 경영진들은 구조 재편을 통해 AI 시대에 맞게 비즈니스 코어(본질)를 변화시키는 것에 공감했다.
최태원 회장은 폐회사에서 "O/I가 어려운 말처럼 들릴 수 있지만 기본기를 갖추는 것”이라며 “O/I를 하려면 회사와 사업에 갖춰진 프로세스(절차)를 '잘 만들었다'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잘 작동하는지를 꾸준히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회사가 기본적인 바탕 없이 AI 전환을 추진하게 되면 이는 실패를 맞이하는 것과 마찬가지"라며 "지난 5~10년간의 프로세스를 재점검해보면서 실수를 반복하지 않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O/I를 잘 해야만 그 위에 AI를 더 쌓을 수 있으며, 이 과정을 통해 고민했던 문제들을 하나 둘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 최태원 회장은 본업에서 축적한 전문지식과 경험을 의미하는 '도메인 지식'을 충실하게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도메인 지식이 없는 상태로 AI만 도입해서는 일이 풀리지 않을 것"이라며 "도메인 지식을 갖춘 상태가 돼야 AI 경쟁에서 주도권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 시대 사업 전략과 SK그룹의 성공적인 AI 전환의 방향성, 각 사별 AI 기반 비즈니스 모델 강화 방안 등에 대해서도 열띤 토의가 이어졌다. CEO들은 향후 멤버사별 AI 추진 성과와 과제 공유 및 점검을 통해 그룹 전체의 AI 실행력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협업 시너지를 도모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AI와 관련 "SK는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 제품을 공급하는 것을 넘어 AI 데이터센터 등 AI 인프라를 기반으로 고객들에게 가장 효율적인 솔루션을 제공하는 사업자로 진화해야 한다"면서 "멤버사들의 역량을 결집하고 파트너들과의 개방적 연대를 통해 대한민국 AI 생태계 발전의 마중물 역할을 하자"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