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인미답 코스피, 외국인·기관만 웃고 개인은 울었다
반도체 '투탑' 질주에 코스피 4200 돌파 외국인·기관 순매수 1위는 각각 삼성전자·SK하이닉스 비(非)반도체 중심 개인은 체감 수익률 상대적 부진
[녹색경제신문 = 정수진 인사이트녹경 기자] 코스피가 최근 4200선을 돌파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외국인과 기관이 반도체 '투톱'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집중적으로 사들이며 시장을 견인하고 있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비(非)반도체 대형주 중심의 매수에 나서며 지수 상승분을 체감하지 못하는 ‘괴리 장세’가 심화되고 있다.
코스피 '역대급 랠리' 이끈 주역, 삼성전자...외국인 10조 순매수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의 연간수익률은 11월 3일 종가 기준 75.99%에 달해 2000년대(연간수익률 +43.6%) 이후 최대폭의 연간 수익률을 기록 중이다. 한미 관세협상 타결로 대외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코스피가 지난 3일 사상 처음으로 4200선을 돌파했다.
금일 오전 장초반엔 4226선까지 오르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으나, 이후 외국인과 기관의 매도세에 밀려 하락 전환했다. 오후 2시 55분 기준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2.41%(101.78포인트) 내린 4120.09을 기록 중이다.
'역대급 랠리'의 중심에는 반도체가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합은 약 1100억원으로, 전체 코스피 시가총액(약 3472조원)의 31.7%를 차지한다. 외국인과 기관이 AI 메모리 반도체 등 수요 급증에 따른 실적 개선 기대를 반영하며 이른바 ‘투톱’ 종목을 집중 매수한 결과다.
외국인은 올해 삼성전자를 10조3968억원 어치를 순매수했다. 이는 같은 기간 순매수 2위 종목인 삼성전자우(1조5112억원, 연간수익률 +94.18%) 대비 6배 이상 많은 규모다. 삼성전자의 연간수익률은 108.05%에 달했다.
외국인은 이 밖에도 한국전력(1조3279억원, +130.57%), 한화에어로스페이스(9229억원, +186.66%), 삼성전기(8664억원, +98.53%) 등 '반도체-AI 생태계' 관련 종목을 집중 매수하며 포트폴리오를 강화했다.
기관, SK하이닉스 순매수 1위...금융주 비중도 확대
기관 역시 SK하이닉스를 올해 1조6347억원 어치 순매수하며 1위에 올렸다. SK하이닉스의 연간수익률은 무려 262.15%에 달했다.
기관은 SK하이닉스 외에도 신한지주(1조1372억원, +55.18%), KB금융(1조80억원, +41.49%), 메리츠금융지주(5858억원, +4.99%), 미래에셋증권(5307억원, +242.47%), 하나금융지주(4225억원, +50.7%) 등 금융주 비중을 확대했다. 글로벌 금리 인하 기대감이 커지고, 국내외 증시 호황으로 거래 수수료 수익이 늘면서 안정적인 대안으로 부상한 것으로 분석된다.
개인은 '비(非)반도체 대형주' 중심…수익률 격차 확대
반면 개인투자자들의 선택은 달랐다. 개인은 네이버(2조3310억원), 현대차(1조3313억원), 삼성SDI(1조2842억원) 등 비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순매수세를 이어갔다. 하지만 이들 종목의 연간수익률은 ▲네이버 +41.64% ▲현대차 +37.83% ▲삼성SDI +36.53%로, 지수 수익률(75.99%)에 한참 못미쳤다.
일부 주력 매수 종목은 오히려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SK텔레콤, CJ제일제당, 대한항공 등은 연초 대비 주가가 각각 5~10% 떨어졌다. 지수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동안 개인이 주로 보유한 종목의 수익률은 부진하거나 마이너스권에 머문 셈이다.
외국인과 기관이 대형 반도체·금융주로 자금을 집중시키는 사이, 개인은 제조·2차전지 관련 종목 등 상대적으로 저평가된 섹터로 눈을 돌리며 방향이 엇갈렸다. 시장에서는 “지수는 고공행진인데, 돈 번 개인은 없다”는 말까지 나온다.
반도체 장세...내년엔 코스닥·중소형주로 확산 기대
전문가들은 이번 코스피 4200 돌파가 외국인과 기관 주도의 '지수 랠리'라는 점에 이견이 없다고 본다. 다만 향후 반도체 중심의 상승세가 코스닥과 중소형주로 확산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김수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코스피는 올해 들어 지난 10월 27일까지 68.5% 올라 1999년 이후 최고 상승률을 기록 중이지만, 코스닥지수는 33% 오르는데 그쳤다"며 "2026년 실적 컨센서스가 10월 한달 동안 반도체를 중심으로 7.7%나 상향돼 이를 앞당겨 반영한 점, 유동성 환경이 풍부할 것으로 기대되는 점 등을 감안했을 때 내년 코스닥 시장으로 매기가 확산될 것으로 기대하는 건 무리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대형주와 중소형주의 수익률 괴리가 계속 지속되기 어렵고 유동성이 늘고 있어 반도체 대형주에서 반도체 중소형주나 IT하드웨어, 소프트웨어, 헬스케어로 옮겨가는 게 적절해 보인다"며 "이들 업종은 시총 100조원 이상 종목은 없어도 100조원 이하에서 종목 구성이 촘촘하기 때문에 순환매가 돌아도 KOSPI를 지지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