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제일은행, 글로벌 본사 부진 여파 '칼바람'… “수익 압박·비용절감 직격탄”
스탠다드차타드그룹 실적 둔화, 한국법인 수익성에도 직격탄 그룹 차원 비용절감·위험자산 축소 기조 속 인력·영업망 조정 불가피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영국계 스탠다드차타드그룹(Standard Chartered Group)의 2025년 3분기 실적이 시장 예상치를 밑돌며 글로벌 수익성 둔화가 가시화됐다. 이에 따라 한국 법인인 SC제일은행에도 “본사발(發) 긴축 압박”이 전이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SC제일은행은 자산 건전성을 유지하고 있으나, 그룹의 비용절감·위험가중자산(RWA) 축소 전략이 강화되면서 국내 영업망과 리테일 부문에도 영향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의 2025년 3분기 실적은 세전 이익 기준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하며 둔화된 모습을 보였다. 특히 아시아 지역 법인의 순이익이 10% 이상 하락하며, 홍콩·싱가포르·한국 등 주요 시장에서 수익성이 둔화됐다. 그룹은 “거시 불확실성 장기화와 미달러 강세, 아시아 무역 감소가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시장에서는 이를 두고 “본사의 수익 둔화가 한국 법인의 비용통제와 자본배분에 직접적인 제약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경고가 나온다.
SC제일은행은 올해 상반기 순이익이 전년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증가폭은 미미했다. 영업이익은 오히려 20% 이상 감소해 ‘본사 리스크 전이’가 이미 가시화됐다는 분석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본사 실적이 나빠지면 그룹 차원에서 비용관리 목표가 하달되고, 한국법인도 경비·인력·IT 투자 등에서 축소 압박을 받는다”며 “단기적으로는 효율성이 높아지지만 장기적 성장 동력이 훼손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올해 9월, 아시아·중동 지역을 중심으로 ‘지점 축소 및 고비용 인력 감축’ 계획을 발표했다. 이는 글로벌 자본적정성 비율(CET1)이 14.2%로 하락하면서 위험가중자산(RWA) 축소가 불가피해진 결과다. 한국법인인 SC제일은행 역시 이미 지난 2년간 점포 수를 줄이고, 대면 창구 인력을 10% 이상 감축한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SC제일은행이 본사로부터 받는 자본배분 규모와 내부 수익률(ROE) 목표가 그룹의 글로벌 포트폴리오 재조정 과정에서 다시 조정될 수 있다는 점이다. 스탠다드차타드 본사는 최근 내부 보고서에서 “비핵심 지역에서는 자본 효율성을 최우선으로 고려하겠다”고 명시했다. 한국이 상대적으로 안정적 시장으로 분류되지만, 수익성이 정체될 경우 ‘RWA 축소 대상’이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러한 기조는 SC제일은행의 상품·채널 전략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은행은 최근 비대면 전용 상품인 ‘e-그린세이브예금’을 출시하며 비용 효율적 채널 중심으로 재편을 가속화하고 있다. 그러나 금융권에서는 “디지털 전용 예금 확대는 본사 차원의 비용절감 지침에 따른 구조조정형 전략”이라는 분석이 많다. 한 금융연구원 관계자는 “본사의 압박이 지속되면 한국법인은 투자보다 효율성에만 매달릴 수 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리스크는 ‘수익성 둔화 속 리스크 확대’다. 올해 상반기 SC제일은행에서는 약 130억 원 규모의 여신사고가 보고되며 내부통제의 허점이 드러났다. 전문가들은 “본사 실적 부진이 이어지면 리스크관리 인력이나 프로세스 개선 투자가 지연될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한다.
스탠다드차타드그룹은 2026년까지 전사적 비용 10% 절감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이에 따라 각국 법인에 공통적으로 “비효율 자산 정리·인력 구조조정·RWA 절감”이 할당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법인도 예외가 아닐 전망이다. 특히 외환·기업금융 부문에서는 거래한도 조정과 신용리스크 가중 강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SC제일은행의 최대 과제는 ‘본사 리스크로부터의 독립성 확보’다. 국내 시장에 최적화된 리테일·디지털 전략을 강화하지 않으면 '본사 수익성 부진 → 비용절감 → 성장 둔화'의 악순환이 반복될 수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SC제일은행은 본사 수익 악화의 방파제 역할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한국 시장에서의 실적 안정성이 향후 그룹 내 위상과 자본배분에도 직접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