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추진 잠수함, 국내 ‘농축시설 인프라 시장’ 열리나?...현대, 두산 등 유력 건설사 시장 고도화 예상
- 트럼프, 핵추진 잠수함 건조 승인...‘연료자립’ 위한 핵연료 인프라 논의 본격화 - 원전·플랜트·방산 건설사 간 컨소시엄 불가피, 핵인프라 산업 생태계 태동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최근 한미 정상회담에서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한국의 ‘핵추진 잠수함 건조’를 승인했다는 발언을 내놓으면서, 국내 건설·플랜트 업계가 술렁이고 있다.
핵추진체계의 핵심은 ‘핵연료’이며, 이를 자체 공급하려면 고도의 농축·가공·보관 시설이 필요하다. 그동안 한국은 한미 원자력협정에 따라 농축·재처리 시설을 직접 보유할 수 없었지만, 이번 합의로 그 전제가 일부 열릴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에 따라 향후 수조 원대 규모의 ‘핵연료 인프라 건설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방산 전문가는 "핵추진 잠수함의 중심에는 고농축 우라늄(HEU) 또는 저농축 우라늄(LEU) 기반 추진로가 있다"라며 "한국이 미국식 HEU형 또는 프랑스식 LEU형 중 어느 쪽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건설 수요의 방향도 달라질 것"이라고 했다.
HEU형(고농축형, 미국식)은 한 번 연료를 넣으면 25~30년간 교체 없이 운용 가능한 반면, LEU형(저농축형, 프랑스식)은 10년 이내 주기적으로 연료를 교체해야 하는 차이가 있다.
어느 쪽을 선택하던 관련 시설을 처음 만들어야하는 우리나라는 핵연료 농축과 가공에 필요한 지하 격납형 플랜트, 방사선 차폐 콘크리트 구조물, 고압 진공 설비실, 방호 보안체계가 모두 새롭게 구축돼야 한다. 이에 따라 건설사·엔지니어링·기계설비·방산업체가 참여하는 국가 단위 컨소시엄 구조가 불가피하다.
현대건설, 한화건설, 두산에너빌리티, DL이앤씨, 삼성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등이 대표적 후보다. 해당 건설사들은 이미 원전, LNG저장탱크, 화학플랜트 등에서 방폭·밀폐·방사선 차폐 경험을 축적했다.
특히 현대건설은 신고리·신한울 원전 시공을 통해 국내 최고 수준의 방사능 차폐·격납 설계 기술을 보유하고 있고, 두산에너빌리티는 원자로기기 및 연료봉 조립 설비 제작 역량을 갖고 있다. 한화건설은 원전 해체 및 방폐물 관리시설 시공 실적이 있어, 향후 핵폐기물 저장시설 부문에서 역할이 예상된다.
핵시설 건설 시장의 구조적 변화도 불가피하다. 핵연료 인프라 시설은 일반 산업단지와 달리 ‘보안시설이자 방사능 차폐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에 단일 기업의 EPC(설계·조달·시공) 수행이 불가능하다.
법적으로도 시공과 운영이 분리돼야 하며, 시공은 민간 컨소시엄이 맡고, 운영은 한전기술·한전KPS·한국원자력연구원 등이 담당하는 이중 구조로 진행될 전망이다. 이 과정에서 원자력 전문 인력, 설계사, 방호 기술사, 핵연료 취급 인허가 기업이 새롭게 등장하게 된다. 건설사 입장에서는 ‘핵방호·안전·지하격납’ 분야의 고부가가치 신시장이 열리는 셈이다.
해외 사례를 보면 프랑스의 '피에르라트 농축시설'(독자적인 핵무장 및 핵잠수함 연료 확보를 위해 지은 첫 상업·군용 규모 농축시설)은 AREVA(현 Orano)를 중심으로 주요 에너지 기업과 여러 대형 건설사가 참여한 국가 단위 프로젝트였다.
한국도 유사한 형태로, 현대건설·두산에너빌리티·DL이앤씨·한화시스템·포스코이앤씨 등이 참여하는 구조가 유력하다. 전문가들의 의견을 종합하면 전체 프로그램(연료주기·저장·안전 포함)은 5조~7조 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핵심 기술의 상당 부분은 미국·프랑스·IAEA 협력체계 하에서 공급될 가능성이 높다.
원전 전문가들은 이 사업이 본격화될 경우, 원전·플랜트 분야에서 ‘핵시설 전문 EPC 시장’이라는 새로운 영역이 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정부가 한미협정을 개정하거나 별도 승인 절차를 밟을 경우, 핵시설 설계·시공·보안기술 인증을 위한 국내 표준도 새로 마련돼야 한다.
따라서 다수의 플랜트 건설 전문가들은 '핵추진 잠수함 도입은 단순한 국방사업이 아니라, 한국 건설·플랜트 산업 구조를 재편할 핵심 산업정책의 분기점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건설 업계 전문가는 “조선이 잠수함을 짓는다면, 건설은 그 연료를 다루는 땅을 짓는 것이고 이는 국가 핵인프라 구축사업"이라며 "원자력·건설·방산 기술이 모두 결합된 형태로, 관련 업계가 고도화될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