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스마일게이트 '카오스 제로 나이트 메어', 세상에 없을 '뻔했던' 게임
덱 빌딩 로그라이크-서브컬처 접목 시도... 핵심 게임플레이 재미 '탄탄' 아직 '서브컬처' 측면 매력 충분히 담지는 못해... 서사·분위기 등 보완 필요
[녹색경제신문 = 이지웅 기자] 슈퍼크리에이티브에서 제작한 ‘카오스 제로 나이트 메어’(이하 카제나)가 베일을 벗었다. 개발진은 출시 전 부터 ‘카제나’가 ‘세상에 없던 게임’이 될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자는 현 세대 콘텐츠 창작의 영역에서 완전히 새로운 결과물은 없다고 본다. 현재 ‘창의적’인 콘텐츠란 영감을 주는 기존 요소들을 한 데 잘 섞어내는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카제나’는 세상에 없던 창의적인 게임이 맞다.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 문법 위에 어두운 분위기의 서브컬처 향을 첨가한 모바일 게임은 찾아보기 어렵다.
다만 이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지는 못했다. 두 요소가 확실한 매력을 갖춘 상태에서 조화를 이뤘다면 제작진의 공언이 설득력을 갖췄겠으나, 아직은 그 야심이 제대로 실현됐다고 보기에는 어려운 상태다.
‘카제나’의 ‘코어’를 이루는 게임성은 빼어난 편이다.
덱 빌딩 로그라이크 게임을 표방하는 ‘카제나’의 게임성은 ‘슬레이 더 스파이어’의 강한 영향력 아래 놓여 있는 것으로 보인다. 데미지와 함께 캐릭터의 아이템을 훔치는 소매치기 개체, 일정 횟수 이상 타격을 받으면 기절 상태에 빠지는 비행 개체 등 몬스터의 기믹까지 공유되고 있는만큼 ‘슬레이 더 스파이어’에서 많은 레퍼런스를 가져온 것으로 보인다. 특히 ‘카오스’ 탐사에서 느낄 수 있는 게임 경험이 해당 게임과 매우 유사하다.
공인된 ‘맛집’ 레시피에 제작팀은 본인만의 향신료를 첨가해 ‘카제나’만의 독창적인 게임 경험을 주조했다. 수집형 구조를 접목시킨 ‘카제나’는 다양한 플레이어블 캐릭터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의 특성과 스킬의 조합을 고려해 나만의 조합을 만들어 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일례로 ‘레노아’는 기본적으로도 강력한 성능을 가지고 있는 5성급 캐릭터다. ‘레노아’의 강력한 딜 사이클은 ‘진혼의 탄환’이라는 카드에서 출발한다. 해당 카드는 버려질 때 무작위 적에게 데미지를 주기 때문에, 쉴 틈 없이 적에게 딜을 넣을 수 있다. 이는 카드를 적극적으로 버려가면서 덱을 순환시켜주는 ‘니아‘ 캐릭터와 시너지를 낸다. 이 둘을 배치한 후 방어를 전담할 수 있는 캐릭터를 넣는 식으로 스쿼드를 구성할 수도 있다. 혹은 안정성을 일부 포기하고 강력한 전체 공격기를 가지고 있는 ‘루카스’와의 조합을 통해 딜의 범위를 한 층 확장 시키는 조합도 가능하다.
이는 캐릭터들이 등급과 무관하게 저마다의 확실한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가장 낮은 등급의 캐릭터도 뚜렷한 컨셉 하에 역할이 정해진 인상이다.
여기에 능력치 버프와 동시에 전투에 도움이 되는 스킬을 제공하는 ‘파트너’ 캐릭터 역시 덱 빌딩의 다양성을 한 층 강화한다. 각 역할군 별로 최적화된 능력을 제공하는 동시에, 이들이 부여하는 효과들 역시 다양하기 때문에 이 역시 전략 구성의 한 축으로 작동한다.
‘세이브 데이터’ 시스템도 특기할 만 하다. 이는 ‘카오스’를 탐사하면서 얻은 강화 및 신규 카드, 장비 등을 개별적으로 저장해 다른 전투에 이용할 수 있게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통해 캐릭터의 특정 기믹과 컨셉을 더욱 강화하는 식으로 캐릭터를 육성할 수 있다.
‘카제나’가 표방하고 있는 장르는 전투를 유저가 원하는 방식으로 이끌어 나갔을 때 강력한 성취감을 전달해 준다. 다만 수 많은 변수 창출이 기본적인 문법으로 작동하고 있는 만큼, 같은 양상을 다시 재현하기 어렵다. 이 때 ‘세이브 데이터’를 통해 특정 빌드 루트를 보존해 주면서 게임에서 나오는 성취감을 일정하게 유지시켜 준다.
이처럼 ‘카제나’는 특정 장르의 핵심 게임성과 재미를 정확하게 재현하는 동시에, 독자적인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탄탄한 재미를 만들어 냈다.
다만 ‘서브컬처’ 게임으로서의 매력이 다소 부족한 편이다.
‘카제나’는 기본적으로 서브컬처 게임을 지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서브컬처 게임에서 캐릭터와 스토리의 매력은 근본적인 게임성 만큼이나 중요하다. 이를 즐기는 유저들은 게임에 등장하는 캐릭터에 깊은 애정을 가지고, 게임만이 선사하는 세계관과 분위기에 몰입하기를 원한다.
‘카제나’는 캐릭터와의 외출을 통해 캐릭터와 플레이어 사이의 유대감을 형성하는 방법을 택했다. 다만 해당 콘텐츠를 즐기기 위한 재화가 한정적이다. 그러는 동시에 한 번의 외출에서 캐릭터와 오고 가는 텍스트의 양이 많지 않아 이를 통해 캐릭터의 개성과 매력을 느끼기가 쉽지 않다.
‘트라우마 코드’라는 콘텐츠를 통해 특정 캐릭터만의 서사를 풀어내면서 캐릭터성을 강화하고자 하는 시도가 엿보인다. 다만 현 시점에서는 그 양이 많지 않아 캐릭터의 매력을 강화한다는 측면에서는 제대로 된 기능을 수행하지 못하고 있다.
메인 스토리에서도 아쉬움을 남긴다. ‘카제나’만의 독자적인 세계관을 구축해 뒀음에도 불구하고, 이 세계에 대한 매력을 풀어내기도 전에 이야기를 급하게 전개시키는 느낌이 있다.
제작진이 강조한 ‘하드코어’한 분위기도 다소 희석돼 있다. 메인 스토리의 곁가지에 둔 서브 스토리들이 지나치게 밝은 분위기로 주조돼 있어 게임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어중간하게 만드는 모양새다.
애니메이션 컷 씬의 배치도 아쉽다. 초반에는 이를 통해 게임의 어두운 분위기를 효과적으로 재현한 듯 하나, ‘하드코어’한 분위기를 살릴 수 있는 특정 스토리 구간에서 이를 활용하지 않고 정적인 컷으로 대체한 부분이 있어서 연출의 설득력이 떨어졌다.
이러한 단점들의 보완 여부에 따라 ‘카제나’에 대한 최종적인 평가가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게임의 근간을 이루는 게임 플레이 측면에서는 확실한 이점을 가지고 있는 만큼 제작진이 ‘카제나’만의 매력을 한 층 강화하기 위한 깊은 고민을 이어나갈 때 비로소 ‘카제나’가 ‘세상에 없던 게임’으로 완성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