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 대출 문턱은 급상승하는데...KB·농협·광주·Sh수협, 4년간 '셀프 대출' 방치

- KB·농협·광주·수협, 임직원 가족대출 감시 시스템 없어 - 고객은 950점 넘어야 대출...임직원은 알림조차 없어 - "의무화하자" vs "법 바꿔야 가능" 입법 논의 시작

2025-10-28     나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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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고객 대출 심사가 점점 더 까다로워지고 있는 가운데, 정작 내부 임직원 가족에 대한 부당대출 감시는 오히려 약화되는 이중 잣대가 은행권에서 확인됐다. 18개 시중은행 중 6곳은 임직원 가족 부당대출 전산통제 시스템을 운영하지 않고, 한 은행은 4년 6개월간 시스템을 중단한 채 방치했다는 사실이 27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공개됐다.

정부의 가계부채 억제 기조에 따라 시중은행들이 대출 기준을 대폭 강화한 결과, 가계대출을 받기 위한 신용점수 심사 문턱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8월 5대 은행에서 가계대출을 받은 사람들의 평균 신용점수는 KCB 기준 941.6점으로 집계됐다. 주택담보대출의 경우 평균 신용점수가 950점까지 올라 지난 3월 935.2점에서 6개월 연속 상승세를 보였다. 박찬대 의원실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5대 은행 가계대출 신규 취급액의 49%인 9조3000억원이 신용점수 950점 이상 차주에게 집중됐다. 고객은 950점을 넘어야 대출받을 수 있는 상황이 된 것이다.

이처럼 외부 대출자에 대한 심사는 까다로워졌지만, 정작 내부 임직원 가족 대출 관리는 방치됐다. Sh수협은행은 2021년 4월 28일 급여정보시스템상 연말정산 부양가족 데이터를 활용해 가족대출을 통제하던 시스템을 전면 중단했다. 타 은행에서 수백억원대 부당대출 사고가 연이어 발생하는 와중에도, Sh수협은행은 오히려 기존 통제장치마저 해체한 셈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김상훈 국민의힘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18개 은행(수출입은행·인터넷전문은행 제외)의 내부통제 수준은 3단계로 나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은 원래부터 임직원 전원과 가족에 대한 DB를 구축해 대출심사 전 의심사례를 자동 차단하는 전산통제 시스템을 운영했다. iM뱅크, 부산은행, 경남은행, 전북은행, 제주은행, SC제일은행도 이 방식을 채택했다. 사고 이후 시스템을 구축한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을 포함해 현재 10개 은행이 비교적 강력한 통제 시스템을 갖췄다.

반면 KB국민은행, 농협은행, 광주은행, Sh수협은행은 DB 기반 전산통제를 운영하지 않는다. 씨티은행은 리테일 업무를 중단한 상태이고, 산업은행은 신규 개인대출을 하지 않아 실질적으로 18개 은행 중 6곳이 제대로 된 통제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일부 은행은 대출 신청시 알림만 송출하는 기초적 수준의 관리에 그쳤다. 가족대출 금리 알림조차 없어 부당대출을 걸러낼 장치가 전무한 은행도 있었다. 고객에게는 950점 이상을 요구하면서도 임직원 감시는 '셀프'에 맡긴 셈이다.

우리은행과 기업은행은 대형 사고 이후 뒤늦게 시스템을 강화했다. 손태승 전 우리금융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문제가 불거지자, 임종룡 우리금융 회장이 국감 증인으로 출석해 해명하는 상황이 벌어졌다. 우리은행은 2025년 10월 현재 등록 대상 임직원 100%가 정보 등재를 완료했고, 가족도 70.3%까지 등록을 마쳤다. 기업은행 역시 수백억원대 부당대출과 금융사고가 발생하자 임원급 100% DB 등록을 완료했다. 하지만 김상훈 의원은 "부당대출이 확인된 후에야 조치하는 '소 잃고 외양간' 식 땜질 처방"이라고 비판했다.

김 의원은 "가족 DB 등록 전산 통제를 운영 중인 은행들도 자율 등록이 아닌 의무화로 바꿔야 한다"며 "부당대출이 터진 후 사후약방문식으로 내부통제를 강화해 온 잘못을 더는 반복하지 말고, 전 은행권에 공동 도입해 내부통제 수준을 상향 평준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날 국감에서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은 "단기실적주의 문화와 미흡한 내부통제는 개선하겠다"면서도 "가족 정보 등재 관련 부분은 법에 명시해야 하는 한계가 있다"고 답변해 입법 논의가 필요함을 시사했다. 외부 대출자에 대한 문턱은 높아지고 내부 임직원 관리는 허술한 이중 잣대가 금융 접근성 양극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