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국내 건설사 성장 축으로 부상
- AI·클라우드 확산에 초대형 수요 폭증, 대형사 중심의 기술집약형 시장으로 재편 - 현대건설,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준공으로 상징적 전환점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AI와 클라우드 확산이 본격화되면서 초대형(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건설이 국내 건설업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자리잡고 있다.
특히 초대형 데이터센터 건설에는 전력, 냉각, 보안 등 복합설비를 통합하는 고도 기술력이 요구되면서 대형 종합건설사를 중심으로 시장이 재편되고 있다.
시장조사기관 모도르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에 따르면 국내 데이터센터 건설 시장 규모는 2025년 약 60억 달러에서 2030년 120억 달러 이상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될 전망이다. 국내 시장만 보면, 한국의 데이터센터 건설시장은 2025년 약 60억 달러 규모로 평가된다.
특히 AI 트레이닝과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 고성능 컴퓨팅(HPC) 수요가 급증하면서 대형화된 데이터센터 설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
데이터센터 건설은 일반 건축물보다 훨씬 높은 기술 요건을 요구한다. 전력 인프라의 경우 IT 부하(IT Load)가 60MW 이상에 이르며, 냉각설비는 공랭식에서 액체냉각(Liquid Cooling)·리어도어 쿨링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 에너지효율지표(PUE)를 1.3 이하로 유지하기 위한 고효율 설계가 필수이며, 24시간 무정전 시스템과 다중 전력망 확보 등 신뢰성 확보가 중요한 과제다.
이러한 기술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대형 건설사들은 BIM(빌딩정보모델링) 기반 설계, 패스트트랙(Fast-Track) 공정관리, 전력·통신 통합형 시공 시스템을 도입하고 있다. 건설사 단독 수행이 어려운 구조이기 때문에 전력회사, 통신사, 냉각설비업체 등과의 협업도 강화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로 현대건설이 최근 준공한 ‘용인 죽전 퍼시픽써니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가 있다. 퍼시픽자산운용이 발주하고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신한금융투자가 투자한 이 사업은 총 사업비 약 1조3천억 원 규모로, 연면적 9만9천㎡(약 3만 평), 전력 IT Load 64MW, 수전용량 100MW에 달한다.
PUE 1.3(1.0에 가까울수록 효율적), Tier Ⅲ(연간 다운타임 1.6시간 수준으로 유지보수 중에도 IT 운영이 중단되지 않아야 함) 이상 등급을 충족하는 설계가 적용됐다. BIM 기반 설계와 지하·지상 병행공법(Strut-Top-Down)을 도입해 공기 단축과 구조 안정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해당 데이터센터는 판교·동탄과 인접한 수도권 남부 거점에 위치해 향후 AI·클라우드 산업의 핵심 인프라로 활용될 전망이다.
DL이앤씨, GS건설, 포스코이앤씨 등 주요 건설사들도 데이터센터 전담조직을 신설하고, 냉각·전력·보안 시스템을 통합관리할 수 있는 기술인력 확보에 나서고 있다. 냉각과 전력 설비가 전체 공사비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만큼, 단순 건축이 아닌 인프라형 시공으로 접근하는 전략이 확산되는 추세다.
입지 다변화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수도권의 부지 부족과 전력공급 제약으로 인해 충북, 전북, 경남 등 지방도시로의 분산이 추진되고 있으며, 일부 건설사는 데이터센터 운영 및 임대사업, 리츠(REITs) 구조를 통한 장기 수익모델 발굴에도 나서고 있다.
한편, 시장의 급성장은 전력비용 상승, 냉각효율 저하, 전력 인프라 제약, 환경규제 강화 등 새로운 리스크를 동반하고 있다. 특히 정부의 RE100(재생에너지 100%) 정책이 강화되면서 데이터센터의 에너지 사용량 공개와 친환경 설계 의무화가 확대되고 있다. 이에 따라 저전력 설비, 신재생에너지 전력 연계 등 친환경 시공기술을 확보한 건설사의 경쟁력이 한층 부각될 것으로 보인다.
데이터센터 전문가는 “데이터센터는 건축과 설비, 전력, ICT가 융합된 복합 인프라 산업으로, 기존 주택·토목 중심의 건설산업 구조를 변화시키는 새로운 축이 될 것”이라며 “대형 건설사의 고도화된 기술력 확보 경쟁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