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HD현대중공업, 'K-조선 재편' 신호탄 되나…기술·시장 패권 정조준
합병 통해 R&D 집중도 높이고 환경·방산 규제 대응력 강화 함정·쇄빙선 등 고부가 선종 중심의 수익구조 재편 가속 2035년 매출 37조원 목표, 한국 조선산업의 구조적 변화 촉진
[녹색경제신문 = 정창현 기자]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으로 출범하는 ‘통합 HD현대중공업’이 단순한 규모 확대를 넘어 한국 조선산업의 구조적 변화를 이끌 ‘플랫폼 기업’으로 부상할지 주목된다. HD현대중공업은 방산과 특수선 중심의 고부가가치 전략을 통해 글로벌 시장에서 기술·시장 패권을 동시에 겨냥하겠다는 구상이다.
앞서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는 지난 23일 개최된 임시주총에서 ‘합병계약 체결 승인’ 안건이 국민연금 등을 포함해 각각 참석 주주의 98.54%, 87.56% 찬성으로 통과됐다고 밝혔다.
이번 통합은 조선업의 기존 패러다임을 ‘생산 중심’에서 ‘기술 중심’으로 전환하는 분수령으로 평가된다. 두 회사의 연구개발(R&D) 역량을 결집해 중복 투자를 줄이고, 기술 상용화 속도를 높임으로써 조선업의 ‘디지털·친환경 전환’에 대응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특히 방산 부문에서의 시너지가 두드러질 것으로 분석된다. 기존 HD현대중공업의 함정 건조 기술력에 HD현대미포의 도크·설비·인적 역량이 결합하면서 생산 효율성과 프로젝트 수용 능력이 크게 향상될 전망이다. 향후 한국 해군의 차세대 함정 수요뿐 아니라, 인도·동남아 등 해외 방산 수출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수목적선 시장에서도 통합 효과는 뚜렷하다. 쇄빙선, 해양구조선, 군수지원선 등 고부가 선종을 중심으로 양사가 보유한 기술·실적 포트폴리오를 통합함으로써, 시장 진입 장벽이 높은 특수선 분야에서 ‘한국형 독자 모델’을 구축할 가능성이 열렸다. 특히 유럽 중심의 친환경 선박 규제 강화에 따라, 기술 내재화 수준이 높은 통합 HD현대중공업의 수주 기회는 더욱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무적 관점에서도 통합 효과는 장기적 성장의 촉매제가 될 것으로 평가된다. HD현대중공업은 2035년 매출 37조원(방산 부문 10조원 포함)을 목표로 제시했다. 2024년 19조원 대비 약 두 배 규모다. 단기적 수익성보다는 기술 기반의 미래 성장 포트폴리오 확충에 방점을 찍은 셈이다.
이번 합병은 한국 조선산업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기존의 ‘대형 상선 중심 구조’에서 벗어나, 방산·특수선·친환경 선박을 축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 구조로 재편이 가속화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HD현대중공업의 행보가 다른 조선사들의 전략 변화에도 연쇄적으로 영향을 줄 것으로 관측한다.
업계 관계자는 “HD현대중공업과 HD현대미포의 합병은 단순한 사업 통합이 아니라 기술과 시장 전략의 결합”이라며 “특히 방산과 특수선 부문은 글로벌 경기 변동에 덜 민감한 안정 수익원으로, 장기적 관점에서 그룹 전체의 수익 구조를 견고하게 만들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