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ESG·포용금융 확대 속 수익성 ‘딜레마’ 직면
지속가능금융 가속화…사회적 가치 vs 수익성 균형 과제 부상 저신용·취약계층 지원 확대 속 건전성·수익성 관리가 핵심 변수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은행권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강화와 포용금융 확대를 본격화하고 있다. 금융당국의 정책 기조와 사회적 요구에 따라 저신용자, 취약계층,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을 늘리고 있지만, 이 과정에서 수익성과 건전성 관리 사이의 균형 문제가 핵심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 KB국민은행, 신한은행, 우리은행, 하나은행 등 주요 시중은행은 저신용자 대출 확대, 금리 우대 정책 강화, 탄소중립 및 녹색금융 지원을 핵심 축으로 한 ESG 전략을 잇따라 발표하고 있다. NH농협은행 역시 농촌·중소기업 대상 저금리 대출과 지역사회 기반 금융 지원을 강화하면서 ‘포용금융 선도 은행’을 표방하고 있다.
은행권의 ESG 전략은 크게 두 축으로 나뉜다. 첫째는 사회(S) 부문에서 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 저리 대출, 상환 유예, 금리 우대 등 실질적 금융 접근성 확대다. 둘째는 환경(E) 부문에서 탄소중립 및 RE100 기업 지원, 녹색 프로젝트 금융 확대 등 지속가능 금융 공급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은행의 수익성 압박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취약차주 대상 대출의 경우 이익률이 낮거나 충당금 적립 부담이 커 수익 기여도가 떨어진다. 특히 고금리·경기 둔화 국면에서 저신용자 대상 대출이 늘어날수록 부실 리스크가 확대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실제로 ESG 및 포용금융 확대에 적극적인 은행일수록 연체율과 충당금 적립률이 다소 높게 나타나는 경향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포용금융이 사회적 가치 측면에서는 분명히 중요하지만, 자칫 리스크 대비 수익 구조가 약화될 수 있어 자본적정성 관리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ESG 관련 금융상품 공급도 빠르게 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ESG 관련 금융 공급 규모를 2025년까지 50조원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신한은행은 녹색 프로젝트 금융 및 소셜본드 발행을 통해 ESG 자금 조달 비중을 꾸준히 높이고 있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도 포용금융 대출 규모를 각각 연간 2조원 이상으로 늘릴 계획이다.
정부와 금융당국도 이를 적극 독려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은행권에 ESG 및 포용금융 확대 계획을 지속적으로 요구하고 있으며, ESG 금융공시 의무 강화, 금융회사 ESG 평가 지표 고도화 등을 단계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정책 기조 자체가 “은행은 수익뿐 아니라 사회적 책임을 함께 져야 한다”는 방향으로 명확히 이동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은행 입장에서는 사회적 역할만 강조하기 어렵다. 경기 둔화로 가계대출 성장세가 둔화하고, 금리 인하 전환 국면에 진입할 경우 예대마진 수익이 줄어드는 가운데 ESG·포용금융 확대로 인한 수익성 저하는 경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일부 은행들은 ESG 금융의 수익모델 다변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방식이 녹색 프로젝트 및 친환경 인프라 금융을 통한 수익 창출이다. 은행들은 재생에너지·탄소감축 관련 기업 대출과 녹색채권 인수 등을 통해 ESG와 수익성을 동시에 확보하려는 시도를 강화하고 있다. 또한 포용금융 관련 정책자금과 보증재원을 적극 활용해 리스크를 분산하는 전략도 병행 중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ESG 금융은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 경쟁력 확보 측면에서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사회적 가치와 수익성 사이의 균형점을 찾지 못하면 지속가능성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은행권이 ESG·포용금융을 확대하면서도 안정적인 수익성을 유지하기 위해선 리스크 관리 체계 고도화와 수익모델 혁신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힘을 얻고 있다. 단순한 사회공헌 성격의 대출이 아닌, 지속 가능한 금융 비즈니스로 전환하는 과정이 향후 은행권의 경쟁력 판도를 가를 핵심 요소가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