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수첩] 국토부 1차관 "집값이 내리면 사라", 새로운 희망고문인가?

- 서울 집값 프리미엄만 빠질 뿐 기초가격은 견고 - 슈링크플레이션형 주거 속 삶의 질만 하락하고 있는 현실 외면

2025-10-23     문홍주 기자

[녹색경제신문 = 문홍주 기자] 최근 이상경 국토교통부 1차관의 발언이 다시 한 번 국민 정서를 건드렸다. 그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현시점에서 집을 사려고 하니까 스트레스를 받으시는 것"이라며 "정부 정책으로 집값이 안정되면 그때 사면 된다"고 했다.

단순한 시장 조언처럼 들릴 수 있지만, 이 말이 던진 파장은 가볍지 않았다. 민주당 지도부가 이례적으로 “국민께 심려를 끼쳐드린 점 사과드린다”고 공개 사과했다. 정책 책임자의 언어가 얼마나 민감하게 작용하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집값이 떨어지면 사라’는 말은 현실을 모르는 조언이다. 서울의 집값이 떨어졌던 적이 있느냐는 질문에, 시장 참여자 누구도 선뜻 “있다”고 답하기 어렵다. 통계상 일시적인 조정은 있었지만 대부분은 프리미엄이 빠진 것이지, 기초가격이 내려간 적은 없다. 2022년 말 거래절벽 속에서 강남·마포의 호가가 몇 억 내려갔다 해도, 몇 달 뒤 다시 회복됐다. 내려간 건 거래 의욕이었고, 사라진 건 웃돈일 뿐이었다.

서울은 공급이 한정된 도시다. 토지는 이미 포화 상태이고, 재건축·재개발은 규제에 묶여 있다. 자재비·인건비·용역비까지 오르며 분양 원가는 꾸준히 상승한다. 이런 구조에서 국토부 1차관의 발언은 사실상 물가 상승률을 무시한 논리적 공백에 가깝다. 서울 집값은 오히려 물가 상승분만큼 자연스럽게 올라왔고, 이는 아파트뿐 아니라 빌라도 예외가 아니다.

서울 신축빌라 시장을 보면 이 현실은 더 노골적이다. 과거 주로 17평형이던 빌라 공급은 사라진지 오래고, 가뭄에 콩나듯이 지어지는 신축 빌라는 10평 수준의 원룸으로 줄었다. 소비자는 새집을 사지만, 실질적으로는 면적과 품질이 줄어든 ‘슈링크플레이션형 주거상품’을 사는 셈이다. 가격은 그대로인데 내용물은 줄어든 시장 구조는 주택의 실질 가치가 하락하고 있음을 보여주지만, 명목 가격은 그대로 유지된다. 결국 떨어진 건 집값이 아니라 삶의 질이다.

서울 부동산의 하락은 늘 프리미엄 소멸형이었다. 분양권 웃돈이 사라지거나 급매 한두 건이 평균가를 끌어내린 정도다. 건설사 원가와 토지비, 금융비용이 구조적으로 상승하기 때문에 기초가격은 하락할 여지가 거의 없다. 그래서 국토부 1차관의 조언은 실수요자에게 ‘존재하지 않는 시점’을 기다리라는 말이 된다. 마치 '목이 마르면 물을 마시면 된다'는 말과 같다. 비가 언제 내릴지 기약이 없는 상황인데 말이다.

문제는 이런 발언이 단순한 말실수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정책 신뢰는 시장 심리를 움직인다. 국토부 1차관의 말은 ‘지금은 비싸다’라는 의미로도, ‘정부는 추가 대책이 없다’는 시그널로도 해석된다. 정부의 말 한마디가 투자심리와 실수요 심리를 동시에 흔드는 것이다. 

정책 당국자는 시장의 현실을 있는 그대로 말해야 한다. 현재로서는 “왜 안정화되기 어려운 구조인가”를 설명해야 한다. 그것이 정책과 국민 사이의 최소한의 신뢰선이다.

결국 이번 논란은 정부가 국민에게 또 다른 희망고문을 시도한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집값이 내릴 거라는 희망, 언젠가는 살 수 있을 거라는 위로. 하지만 서울의 집은 내려본 적이 없고, 앞으로도 쉽게 내려갈 수 없는 구조다. 국민은 그것을 안다. 진짜 문제는 가격이 아니라 현실감각의 단절이다. 책상 위의 논리로는 ‘시장 안정’이지만, 현장에서는 ‘살 수 없는 집’이 늘어나고 있다. 국민이 바라는 건 '실현 불가능한 하락의 약속'이 아니라, '살 수 있는 구조를 만들겠다'는 정부의 의지다.

국토부 1차관의 “집값이 안정되면 사라”는 말은 국민에게 현실을 가르치려는 듯하지만 결국 현실을 외면한 말이다. 그 말이 남긴 건 정책의 신뢰가 아니라, 또 한 번의 새로운 희망고문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