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오더북 공유 중단 위기…김치 프리미엄·유동성 악화 우려

김치 프리미엄 확대·유동성 위축·중소형 거래소 충격 불가피 유동성 공급 구조 재편 없으면 경쟁력 약화 우려 커져

2025-10-23     박금재 기자
빗썸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금융위원회 산하 금융정보분석원(FIU)이 빗썸의 ‘오더북(호가창) 공유’ 운영 실태에 대한 현장 조사를 진행하며 사실상 공유 중단을 압박하고 있어 가상자산 업계에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오더북 공유는 국내 거래소의 유동성 확보와 가격 안정화에 핵심적인 역할을 해온 만큼, 중단될 경우 김치 프리미엄 확대, 스프레드 확대, 거래량 축소 등 시장 전반에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

오더북 공유는 복수의 거래소가 동일한 호가창을 공유해 매수·매도 주문을 함께 처리하는 방식이다. 국내 거래소는 글로벌 유동성 대비 규모가 작아 오더북 공유를 통해 스프레드(매수·매도 호가 차이)를 줄이고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특히 빗썸은 이 구조를 활용해 국내 2위 거래소로 자리매김하며 업비트와 경쟁 구도를 유지해왔다.

하지만 최근 FIU가 빗썸이 해외 거래소와 오더북을 공유해온 과정을 조사하면서 상황이 급변했다. 조사 대상에는 자금세탁방지(AML) 체계의 적정성, 고객신원확인(KYC) 절차의 적법성, 해외 거래소와의 데이터 공유 및 감독망 연계가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조사 기간이 애초 계획보다 연장된 것은 금융당국이 이 문제를 단순 절차 점검이 아닌 구조적 문제로 인식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로 해석된다.

금융당국의 조사가 ‘공유 중단’으로 이어질 경우, 가장 먼저 나타날 변화는 거래량 감소와 스프레드 확대다. 호가창이 얇아지면 투자자들이 원하는 가격에 거래를 성사시키기 어려워지고, 알트코인과 같은 거래량이 적은 종목에서 체결 지연과 변동성이 커질 가능성이 높다.

이 같은 유동성 약화는 특히 중소형 거래소의 수익성에도 직격탄이 된다. 거래소의 주 수익원은 거래 수수료인데, 거래량이 줄면 곧 수익이 감소한다. 업계에서는 투자자 이탈이 가속화되면서 대형 거래소 쏠림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가격 측면의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지금까지 국내 시세는 글로벌 오더북과 연동돼 일정 수준의 가격 안정성을 확보해왔다. 그러나 공유가 끊기면 국내 시장만의 가격이 형성되는 ‘섬 시장’ 현상이 심화되고, 이로 인해 비트코인·이더리움 등 주요 코인에서 김치 프리미엄이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

업계 관계자는 “오더북 공유는 단순한 거래 편의 기능이 아니라 국내 거래소가 글로벌 자금과 연결되는 핵심 통로”라며 “공유가 끊기면 가격 경쟁력·체결 속도·스프레드 모든 측면에서 국내 거래소가 불리해진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빗썸이 공유 중단에 대비해 자체 유동성 공급 전략을 강화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마켓메이커(MM) 확대, 기관 유동성 공급자 확보, 독립적인 유동성 풀 구축 등이 대안으로 거론된다. 한 디지털자산 시장 전문가는 “유동성 공급 경로를 다변화하지 않으면 가격 왜곡과 거래량 하락이 장기화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또한 이 사안은 빗썸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내 거래소 생태계 전반의 구조적 문제로 확산될 수 있다. 다수의 중소형 거래소가 빗썸의 오더북 공유를 통해 최소한의 유동성을 유지해온 만큼, 공유 중단은 중소형 거래소의 생존 기반 자체를 흔들 수 있는 충격으로 작용할 수 있다.

결국 금융당국의 조사와 빗썸의 오더북 공유 중단 압박은 국내 가상자산 시장의 유동성 구조와 가격 형성 메커니즘, 그리고 국제 경쟁력을 가르는 중대한 분기점이 될 전망이다. 빗썸이 어떤 대응 전략을 내놓느냐에 따라 향후 국내 거래소 시장의 판도가 재편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