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수출기업, 8월 150억→9월 1조2510억 급증… 국감 앞 '밀어내기 논란'
- 산은 3조원 위기대응 프로그램, 8월까지 집행률 0.5% 불과 - 9월 제도 개편 후 한도 10배·금리 2.5배 확대로 1조2510억 급증 - 유동수 의원 "국감 앞 자금 밀어내기 의혹…중소기업 지원 강화 필요"
[녹색경제신문 = 나아영 기자] 한국산업은행이 미국 관세 위기 대응을 위해 올해 추가경정예산 500억원을 투입해 마련한 3조원 규모 '위기대응 특별프로그램'이 초기 두 달간 사실상 작동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22일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유동수 의원(더불어민주당 정책위 경제수석부의장)이 산업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프로그램 신설 후 8월까지 지원 실적은 4개 기업 150억원에 그쳐 집행률이 0.5%에 불과했다. 반면 9월 한 달간 107개 기업에 1조2510억원이 집행되며 누적 집행률이 42.2%로 급증했다. 유동수 의원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초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한 자금 밀어내기식 집행으로 비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산업은행은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후 국내 수출기업의 관세 충격을 최소화한다는 목적으로 5월부터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하지만 초기 제도 설계의 실효성이 부족해 집행이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 당초 중소기업 지원 한도는 30억원, 중견기업은 50억원에 불과했고, 금리 인하 폭도 최대 0.2%에 그쳤다. 6월에는 2건 80억원, 7월에는 1건 50억원, 8월에는 1건 20억원 등 월평균 1.3개 기업만 지원받았다.
초기 3개월간 집행 실적이 저조하자 산업은행은 9월 초 제도 개편을 단행했다. 중소기업 지원 한도를 300억원으로 10배 상향했고, 중견기업은 500억원으로 확대했다. 신규로 대기업 지원을 추가해 한도를 1000억원으로 설정했으며, 금리 인하 폭도 0.5%로 2.5배 늘렸다. 개편 이후 9월 한 달간 107개 기업에 1조2510억원이 집행됐다. 이는 초기 3개월 집행액의 약 84배에 달하는 규모다.
초기 집행 부진과 9월의 급격한 실적 증가에 대해 유 의원은 사전 준비 부족을 지적했다. 유 의원은 "애초 한도와 금리 조건이 실제 수요를 반영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산업은행은 위기대응 프로그램 외에도 중소·중견기업 수출경쟁력 강화를 위해 2조원 규모의 '수출경쟁력 강화프로그램'을 올해부터 운영 중이다. 이 프로그램의 지원 대상은 '최근 2년간 수출실적 기업'으로 위기대응 프로그램과 일부 중복된다.
유동수 의원은 "미국 관세위기로 수출기업 피해가 임박했는데 자금은 집행되지 않았다"며 "추경을 통한 신속 대응이 목표였으나 초기 두 달간 프로그램이 사실상 멈춰 있었다"고 지적했다. 유 의원은 수요조사와 사전 준비가 부족했다고 평가했다.
이어 유 의원은 "9월 실적 급증은 국정감사를 앞두고 초반 부진을 만회하려는 밀어내기식 집행으로 비칠 수 있다"고 했다. 그는 "관세 부담은 자금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과 2차 벤더기업에 더 큰 타격을 준다"며 "대기업 편중을 방지하고 중소기업 중심의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