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수설 돌더니... 한국GM, 현대차•테슬라보다 한발 앞선다

100억 원 들인 고정밀지도 구축 사업, 철수설 '쏙' 자율주행 전단계 '슈퍼크루즈' 첫 탑재 모델은 에스칼레이드 테슬라 FSD보다 빠른 국내 상용화, 볼륨모델 '볼트EV' 출시 주목

2025-10-21     김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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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색경제신문 = 김지윤 기자] ‘철수설’로 흔들리던 한국GM이 반전 카드를 꺼내들었다.

회사가 국내 도로망을 대상으로 정밀 HD(고정밀) 지도를 자체 구축하고, 이를 기반으로 GM의 자율주행 보조 기술 ‘슈퍼크루즈(Super Cruise)’를 국내에 선보일 계획을 이달초 공식화 하면서다.

이로써 한국GM은 현대차, 테슬라보다 한발 앞서 사실상 ‘레벨 2+’급 자율주행 보조 시스템을 상용화할 첫 완성차 브랜드로 부상했다.

한국GM은 최근 “국내 고속도로 및 주요 간선도로 약 2만 3000 km 구간에 대한 정밀 HD 지도 구축을 완료했다”고 밝혔다. 이번 프로젝트에는 100억 원 이상이 투입됐으며, 도로 곡률·차선 폭·버스 전용차로·방호벽 등까지 반영한 라이다(LiDAR) 기반 고해상도 매핑이 적용됐다.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데이터 국외 반출 없이’ 국내 서버를 통한 운용 체계다. 자율주행 지도 데이터의 해외 이전을 제한하는 국내 규제 환경에 대응하기 위해 GM 본사와 별도 서버 인프라를 구축했고, OTA(Over-the-Air) 방식으로 실시간 업데이트가 가능하도록 했다.

한국GM 관계자는 “슈퍼크루즈는 이미 북미에서 약 80만 km 이상의 도로망에서 검증된 기술로, 국내 도로 환경에서도 동일한 수준의 안전성과 편의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처음 적용될 차종은 캐딜락의 초대형 전기 SUV인 에스컬레이드 IQ가 될 전망이다. 에스컬레이드 IQ는 국내 인증 739㎞의 항속거리를 가진 럭셔리 모델로, 국내 출시 예상 가격은 2억원 초중반대다. 

이후에는 볼트EV가 국내에 들어와 볼륨모델로 활약할 가능성이 점쳐진다. 볼트EV는 지난 2022년 국내에 짧게 출시되고도 강력한 임팩트를 남긴 전기차로, 현재 북미에서 후속 모델의 부활이 예고됐다. 코나EV, 셀토스와 비슷한 크기의 체급에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 경쟁력을 갖춰, 국내에 들어오게 되면 테슬라 모델3와 캐스퍼 일렉트릭의 자리를 위협할 것으로 예상된다. 

▲ 슈퍼크루즈, 테슬라 FSD보다 ‘보수적이지만 실전형’

테슬라가 내세우는 FSD(Full Self-Driving)는 인공지능 비전 기반의 ‘지도 없는’ 학습형 시스템이다. 정밀 지도 없이 카메라 기반으로 도로 상황을 파악해 인공지능이 주행 판단을 내리는 방식이다.

반면 GM의 슈퍼크루즈는 정밀지도 + GPS + 센서 융합 구조를 갖춘 ‘지도기반 제어형’ 시스템이다. 사전에 매핑된 구간에서만 작동하지만, 운전자가 스티어링에서 손을 떼고도 차선을 유지·추월할 수 있는 등 실질적으로 자율주행에 가장 가까운 양산 기술로 평가받는다.

운전자 시선 추적 카메라로 주의 이탈을 감지하면 즉시 경고·비활성화되는 ‘보수적이지만 안전한’ 구조를 채택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테슬라가 실험적이라면, GM은 실제 양산 차량에 적용 가능한 완성도를 확보한 시스템”이라며 “한국GM이 슈퍼크루즈를 들여오면 국내 시장의 자율주행 기술 경쟁은 한 단계 올라설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 차주들은 FSD 성능을 기대하고 구매를 결정한 경우가 많다. 하지만 테슬라는 아직 국내에서 FSD를 상용화할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고, 국토부에서도 FSD를 레벨3 이상의 자율주행으로 보고 있어, 상용화까지 법적 허들이 많다. 반면 GM의 슈퍼크루즈는 룰베이스이기 때문에 국내에서 ADAS의 일종으로 구분됨에 따라, FSD보다 더 빠른 상용화가 가능하다. 

이에 테슬라 차주들은 "당연히 테슬라를 사면 가장 앞선 운전보조 기능을 사용하게 될 줄 알았는데, 쉐보레보다 시기가 뒤쳐질 줄은 몰랐다"는 류의 반응을 내놓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한국GM은 이번 프로젝트로 단순 수입차 브랜드가 아닌, 글로벌 자율주행 기술의 현지 실증 허브 역할을 노리고 있다”며 테슬라보다 현실적이고, 현대차보다 빠른 접근이라는 점에서 상징성이 크다”고 평가했다.

▲ 치고 올라오는 타사 전기차, 현대차 입지 흔들

GM이 자율주행 초기단계 급의 운전보조시스템을 선보인다는 소식에, 업계 시선은 다시 현대차를 향하고 있다. 테슬라 모델Y가 전체 차량 중 판매량 2위를 차지할 만큼 전기차 파이가 커졌는데, 현대차의 자율주행 기술은 아직 방향성만 잡고 있는 단계이기 때문이다. 

현대차그룹은 레벨3 ‘HDP(Highway Driving Pilot)’를 예고했지만, 상용 탑재 시점이 불투명하고, 가장 진화된 L2 운전자보조(HDA2)도 수년째 대규모 업그레이드 소식이 뜸하다. 

최근 엔드투엔드(E2E) 기반으로 자율주행의 방향성을 잡았지만 전략 설정이 늦은 만큼 글로벌 선도업체 대비 격차가 커졌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사이 전기차 보급 가속과 함께 테슬라·GM·BYD 등 한국 내 전통적 약체 브랜드가 점유율을 빠르게 잠식할 위험이 커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획기적인 자율주행 기술을 내놓지 못하면 몇 년 안에 국내 점유율이 대폭 꺾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국내에서 98% 수준의 압도적인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현대차그룹이지만, 전기차 시대엔 제왕적 입지를 내려놓을 수 밖에 없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