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행수입이라더니 가품”… 백화점도 책임 안 지는 '입점사' 명품 할인 판매, 소비자 주의보

백화점·쇼핑몰 명품 할인 행사, 믿을 수 있을까 '정품 보장' 내세우지만 가품 판명 사례 속출 병행수입 구조 악용한 유통시장 왜곡 지적도

2025-10-20     서영광 기자

[녹색경제신문 = 서영광 기자] 최근 백화점과 대형 복합쇼핑몰, 그리고 온라인 플랫폼에서 '병행수입' 명품을 내세운 대규모 할인 행사가 늘며, 소비자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유통 방식의 허점을 악용한 가품 판매 사례가 잇따르면서, ‘정품 인증’에 대한 소비자의 불신이 커지고 있다.

소비자 피해가 계속되자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병행수입에 대한 이해 없이 ‘백화점에서 파니까 안심’이라는 인식은 위험하다”는 경고까지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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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50% 할인”...‘병행수입’의 탈을 쓴 ‘가품’


최근 복합쇼핑몰 및 백화점 내에서 명품 브랜드 가방과 액세서리 등을 최대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판매하는 임시 팝업매장이 자주 눈에 띈다. 매장 내부 진열 방식이나 판매 직원의 복장, 매대 구성은 일반 백화점 매장과 다르지 않아, 소비자 입장에선 ‘백화점이 보증하는 정품’으로 오인하기 쉽다.

하지만 실상은 외부 입점 업체가 병행수입을 통해 들여온 제품을 판매하는 구조다. 특히 일부 매장에서는 고가 명품을 누구나 만지고, 들어보고, 사진까지 찍을 수 있을 만큼 무방비로 진열해두는 등 공식 명품 매장과는 현저히 다른 모습을 보인다.

이에 대해 한 명품 감정 전문가는 “정식 루트를 통해 수입된 고가 브랜드 제품은 진열 방식부터 다르다”며 “제품 관리가 허술한 곳일수록 진품일 가능성은 오히려 낮다고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편 '병행수입'은 공식 수입업체가 아닌 제3자가 해외에서 정품을 들여와 국내에 유통하는 방식이다. 이는 독점 공급 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합법적으로 허용된 제도지만, 실질적으로는 이를 가품 유통의 창구로 악용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실제로 소비자 A씨는 백화점의 명품 할인 행사장에서 병행수입 명품 가방을 구입했다. 판매사는 정식 신고필증이 있어 ‘정품’이라고 설명했지만, 감정 결과는 가품이었다. A씨는 곧바로 백화점 측에 환불을 요청했으나, 백화점측은 “해당 제품은 입점 업체가 판매한 것이며, 우리는 책임이 없다”고 선을 그었다.

결국 A씨는 한국소비자원에 정식 신고한 후, 가품 인증을 받은 뒤에야 환불을 받을 수 있었다.

이에 전문가들은 “병행수입이라는 설명과 신고필증만으로는 진품 여부를 단정할 수 없다”며 “소비자가 직접 감정 의뢰를 거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병행수입 가품 문제는 온라인 플랫폼에서도 심각하다. 최근 몇몇 SNS 기반 명품 플랫폼은 ‘3040 여성 1위 명품몰’, ‘정품 아니면 200~300% 보상’ 같은 문구를 전면에 내세우며 소비자를 끌어모으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광고 문구를 그대로 믿었다가 낭패를 본 소비자 B씨는 <녹색경제신문>에 “SNS에서 1위 브랜드라고 해서 믿고 구매했는데, 알고 보니 가품이었다”며 “환불은 받았지만, 보상은커녕 왕복 배송비까지 제 돈으로 부담했다”고 털어놨다.

그는 이어 “겉으론 소비자 보호를 강조하지만, 막상 문제가 생기면 ‘정책에 따른 절차’를 이유로 책임을 회피한다”며 “주의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저렴한 가격으로 뽑내는 ‘가품’...진품 수입업체의 ‘경쟁력 악화’로 이어져


병행수입 구조는 진품 수입업체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과거 정식 루트를 통해 명품 화장품을 수입했던 C씨는 <녹색경제신문>에 “우리는 본사 승인과 국내 인증을 모두 거쳐 정식 수입을 진행했지만, 병행수입 업체들이 훨씬 낮은 가격에 제품을 유통하면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졌다”고 밝혔다.

이어 C씨는 “나중에서야 해당 제품이 중국에서 만든 가품을 미국을 통해 병행수입 형태로 들여온 것이라는 사실을 알게 됐다”며 “병행수입 제품조차 원산지나 생산지의 검증이 어렵기 때문에, 이 제도가 실제론 가품의 우회 유통 통로가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에 업계 관계자들은 유통구조를 투명하게 알 수 없는 판매처에서 구매하는 것을 주의하라고 입을 모은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녹색경제신문>에 “병행수입 제품은 유통 단계가 일반 수입 제품보다 한 단계 더 많은 구조”라며 “그런데도 정가보다 훨씬 저렴하게 팔 수 있다는 건 구조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가격만 보고 구매하기보다, 판매처의 유통 방식과 책임 여부를 꼼꼼히 따지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