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빚 연체 1조5000억원 돌파…취약차주 부실 리스크 ‘경고등’

4년 만에 두 배로 급증…연체율도 3.3%로 최고치 은행 대출 축소 여파에 카드론 의존 심화

2025-10-20     박금재 기자
신용카드.[사진=픽사베이]

[녹색경제신문 = 박금재 기자] 국내 카드대출 연체 규모가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한 달 이상 상환이 지연된 금액이 1조5000억원에 육박하며, 경기 둔화와 고금리 여파로 취약차주의 부실 리스크가 현실화되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강민국 국민의힘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8월 말 기준 1개월 이상 연체된 카드대출(현금서비스·카드론) 규모는 1조48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통계 집계 이래 가장 큰 규모로, 카드대출 부실이 가파르게 늘고 있음을 보여준다.

카드대출 연체 규모는 2021년 이후 매년 증가세를 이어오고 있다. 2021년 말 7180억원 수준이던 연체금액은 2022년 말 8600억원, 2023년 말 9830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 말에는 1조940억원으로 처음으로 1조원을 돌파했다. 올해 8월 말에는 1조4830억원으로 불어나며 불과 4년 만에 두 배 이상 급증했다.

특히 1년 전인 지난해 8월 말(1조3720억원) 대비 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전체 카드대출 잔액은 44조6650억원에서 44조7850억원으로 0.3% 증가에 그쳐, 연체 규모가 전체 대출 증가 속도를 크게 앞지르고 있음을 보여준다.

연체금액 증가로 연체율도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2021년 말 1.9%였던 카드대출 연체율은 2022년 2.2%, 2023년 2.4%로 상승했고, 올해 8월 말에는 3.3%로 3%대에 진입했다. 이는 카드사 건전성에 직접적인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수준이다.

전문가들은 은행권 대출 규제 강화가 카드대출 연체 증가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한다. 금리 상승기 이후 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금융 취약차주들이 상대적으로 접근이 쉬운 카드론에 의존하는 경향이 강화됐다는 것이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카드론은 금리가 높고 상환 부담이 크기 때문에 경기 둔화기에 연체로 전환될 가능성이 높다”며 “취약차주의 채무 구조가 악화될 경우, 카드사 건전성에 부담이 누적될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카드사들은 지난해부터 부실채권 상각과 매각 규모를 늘리며 리스크 관리에 나서고 있지만, 연체율 상승 속도가 이를 앞지르고 있는 상황이다. 당국 역시 금융시스템 전반으로 부실이 확산되는 것을 막기 위해 카드대출 시장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

강 의원은 “은행 대출이 어려워진 상황에서 취약 차주들이 카드론을 통해 자금을 조달하고 있다”며 “이는 카드사 건전성에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는 만큼, 금융당국은 부실채권 관리와 감독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경기 둔화가 장기화될 경우 카드대출 부실이 더욱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금융시장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취약차주에 대한 선제적 대응이 이뤄지지 않으면, 카드사뿐 아니라 금융권 전반의 신용 리스크로 번질 가능성이 높다는 경고도 제기되고 있다.

결국 카드대출 연체 급증은 단순한 수치의 문제가 아니라 가계 신용구조의 취약성을 드러내는 경고등이라는 평가다. 금융당국의 관리 강화와 카드사의 자구책이 병행되지 않는다면 연말·연초에 부실 문제가 더욱 본격화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